미국발 'R의 공포(경기침체 우려)'와 중동 리스크에 따른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한국 경제의 불확실성도 커지고 있다. 미국의 경기침체라는 단편적 문제가 아니라 나라 안팎의 경제 리스크가 동시다발적으로 닥쳐오고 있다는 점에서 한국 경제의 위기감을 더하고 있다. 이에 금융시장이 처한 위기 상황을 <내수부진에 발목잡힌 한국경제> <기준금리 인하 ‘딜레마’> <정부 뛰는데, 국회는 反시장 입법에 몰두> 3회에 걸쳐 조명해 본다. [편집자주]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한국경제가 미국발 'R의 공포(경기침체 우려)'와 중동 리스크 등 대외 리스크에 출렁이는 가운데, 국회에서는 금융·자본시장을 옥죄는 반시장·포퓰리즘 입법이 쏟아지고 있다. 170석의 더불어민주당을 중심으로 규제 법안이 쏟아지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정치권이 '소비자보호'라는 명분에 갖혀 금융권의 영업환경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한다.
한국경제가 미국발 'R의 공포(경기침체 우려)'와 중동 리스크 등 대외 리스크에 출렁이는 가운데, 국회에서는 금융·자본시장을 옥죄는 반시장·포퓰리즘 입법이 쏟아지고 있다. 170석의 더불어민주당을 중심으로 규제 법안이 쏟아지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정치권이 '소비자보호'라는 명분에 갖혀 금융권의 영업환경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한다./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13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2대 국회를 주도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등 범야권 의원들을 중심으로 금융·증권시장을 옥죄는 법안들이 무더기로 쏟아지고 있다.
황운하 조국혁신당 의원 등 12인은 이달 1일 금융회사 임원 자격 요건을 강화하는 내용의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을 입법했다.
해당 개정안은 임원 결격 사유에 △금고 이상의 형의 선고유예를 받고 그 유예기간 중에 있는 경우 △금고 이상의 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그 유예기간이 끝난 후 3년이 지나지 않은 경우를 추가한 게 핵심이다. 현행법상 금고 이상 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더라도 유예기간에만 결격사유에 해당하는 까닭이다. '금융시장의 신뢰성 제고'라는 명분이 크게 작용한다.
이와 관련해 금융권은 작은 금융사고 및 민원 하나로도 이미 금융당국으로부터 제재를 받고 있는 만큼, 법안 발의에 신중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최근 거듭 발생하는 대규모 금융사고가 직원 개인의 일탈에서 비롯되거나 오래전부터 내려온 관행·사내문화 등 내부통제 부재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은 까닭이다. 특히 금융상품 불완전판매의 경우 여전히 소비자·금융사 간 분쟁이 여전한 만큼, 규제 중심주의로 시장을 압박해선 안 된다는 입장이다.
전 금융노조 위원장을 맡았던 박홍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30일 은행 점포 정리시 금융위원회에 사전 신고·보고를 의무화하는 내용의 '은행법 일부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코로나19 등을 계기로 인터넷·모바일뱅킹 등 비대면거래가 증가하고 있고, 은행들도 비용절감을 이유로 점포를 정리 중인데, 이로 인해 고령층 등 취약계층의 금융서비스 이용이 어려워진 까닭이다.
이에 은행이 영업점을 폐쇄할 경우 금융위에 사전 신고 및 보고를 의무화해야 한다는 게 박 의원의 주장이다. 금융위는 이와 관련해 신고 수리를 검토하고, 폐쇄를 결정할 경우 영업점 이용자 등 이해관계자에게 사전 안내를 충분히 제공해야 한다.
민형배 민주당 의원은 재난·경제 변동으로 소득이 감소한 사업자에 대한 대출원금 상환유예 및 기간 연장, 이자 상환유예 등 조치를 의무화하고 미이행 금융사에 과태료를 부과하는 내용의 '은행법 일부개정안'을 지난 6월 19일 발의한 바 있다. 해당 법안은 같은 달 27일 회부돼 현재 계류 중이다.
민병덕 민주당 의원은 대출 가산금리에 교육세, 각종 법정 출연금 등을 빼는 내용의 은행법 개정안을 지난 6월 11일 발의했다. 교육세 및 출연금 외에도 예금비용에 해당하는 지급준비금 및 예금자보험법 상 보험료까지 포함해 대출자가 부담하고 있는데, 앞으로 은행이 모두 부담하라는 의견이다.
또 민 의원은 대출 가산금리를 세부항목별로 공시하도록 하는 내용도 법안에 담았는데, 은행권에서는 사실상 업무원가를 공개하라는 것과 다름이 없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해당 법안도 지난 6월 27일 정무위에 회부돼 계류 중이다.
최근 티메프(티몬+위메프) 사태를 의식한 '전자금융거래법' 및 '온라인 플랫폼 규제' 관련 입법도 쏟아지고 있다. 국민의힘이 거래보호 장치 마련에 집중하는 반면, 민주당은 금융위원회·공정거래위원회 등 감독당국을 통한 규제 강화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대표적으로 김남근 의원 등 민주당계 의원 35인은 '전자금융거래법 일부개정안'을 지난 9일 발의했다. 금융감독원이 전금업자인 티메프와 경영개선협약을 맺었음에도 불구, 법적 권한 미비로 제재 및 영업정지 등을 취하지 못해 티메프 사태로 이어진 까닭이다.
이에 김 의원 등은 직전 3개 사업연도를 기준으로 연평균 매출액 1000억원 이상의 등록 전금업자 중 경영지도기준을 미달할 경우 자본증액과 이익배당 제한 명령, 영업정지·취소 등의 행정처분을 취할 수 있도록 금감원에 권한을 주자는 입장이다.
그동안 지급결제업(PG) 관련 제도가 미흡했던 데다, '정산대금 지급'이 이번 사태의 뇌관으로 작용했던 만큼, 이 같은 법안이 힘을 얻는 모양새다.
다만 티메프 사태는 큐텐 오너의 무리한 인수합병 등 부실경영에서 비롯된 문제인 만큼, 규제로 모든 사태를 대응하기 보다 사고를 방지할 수 있는 대안책 마련에 집중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더욱이 정상영업 중이지만 적자를 기록 중인 전자상거래 및 플랫폼업체에게 동일한 잣대로 규제할 경우, 살아남을 수 있는 곳이 많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이 외에도 문재인 정부가 도입해 내년 1월1일 본격 시행을 앞둔 '금융투자소득세'는 여전히 증권시장을 옥죄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민주당 내에서도 금투세 도입 의견이 분분한데, 이소영 의원은 개인SNS를 통해 금투세 도입에 사실상 반대 의견을 피력했다. 이재명 전 대표는 금투세 유예 및 완화 가능성을 시사했다. 반면 김남근 의원은 금투세 폐지가 문제 해결의 본류가 아니라는 점을 들어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정부·여당은 시장 불확실성 및 자본시장의 밸류업을 위해 '금투세 폐지'를 추진하고 있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지난 12일 '기업 밸류업 상장기업 간담회'에서 "지난 7월25일 발표된 세법개정안에 금투세 폐지와 '밸류업 계획 공시 및 주주환원 확대 기업'에 대한 법인세·배당소득세·상속세 등의 여러 세제혜택이 포함돼 있다"며 "발표한대로 추진될 수 있도록 금융위도 향후 국회 논의를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이날 관훈클럽 초청토론회에서 "금투세는 대선 공약대로 폐지하는 게 맞는다는 생각"이며 "야당도 아마 내년에 금투세를 강행하는 것을 주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개인투자자가 1400만명을 넘고 해외주식투자자가 지난 6년~7년 사이 10배 정도 더 늘었다"며 "주식시장 투자자 행태에 영향을 미칠 변화를 가져오면 가뜩이나 우리 주식시장이 취약한데, 시장 변동성이 굉장히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미디어펜=류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