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박준모 기자]국내 조선업계가 미국 함정시장 진출을 노리고 있는 가운데 MRO(유지·보수·정비) 수주에 먼저 나섰다. 한화오션은 하반기에 미국 함정 MRO 수주가 기대되며, HD현대중공업은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사업을 추진할 방침이다. 향후에는 MRO를 넘어 미국 함정 건조시장까지 진출한다는 계획이다.
HD현대중공업이 건조해 해군에 인도 예정인 차세대 이지스 구축함 1번함 정조대왕함./사진=HD현대 제공
◆한화오션, MRO 수주 임박…HD현대는 내년 추진
19일 업계에 따르면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은 미국 함정 MRO 수주를 추진 중이다. 지난달에는 양사 모두 미국 해군보급체계사령부와 함정정비협약(MSRA)을 맺으면서 수주를 위한 첫 단추를 끼웠다.
미국 함정 MRO 사업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MSRA를 사전에 체결해야 한다. 이번 MSRA 체결로 양사는 향후 5년간 미국의 지원함뿐만 전투함에 대한 MRO 사업 입찰 참여 자격을 확보했다.
한화오션은 자격을 획득한 뒤 곧바로 수주에 나섰다. 미국 해군은 대형 군수 지원함 한 척에 대해 MRO를 발주했는데 한화오션이 입찰제안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평가는 대부분 마무리된 것으로 전해져 이르면 이달 중으로 수주 결과가 발표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에 MRO 수주에 성공한다면 국내 조선업계 최초로 미국 함정 MRO 시장에 진출하게 된다. 한화오션도 수주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HD현대중공업은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수주에 나설 방침이다. 올해도 사업에 나설 기회는 있었지만 사업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하고 내년에 사업을 진행하기로 했다. 국내외 여건과 생산능력, 사업성을 고려해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최태복 HD현대중공업 특수선사업부 이사는 2분기 실적발표를 통해 “현재 미국의 MRO 사업은 보급선 같은 지원선박 위주인데 비용 대비 사업성이 상당히 낮은 걸로 나왔다”며 “올해 당장 MRO를 시작하기는 어려울 것 같고 내년부터 추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HD현대 정기선 부회장이 카를로스 델 토로 미 해군성 장관에게 HD현대중공업 특수선 야드와 건조 중인 함정을 소개하고 있다./사진=HD현대 제공
◆미국서 적극적으로 협력 요청…함정 건조도 추진
국내 조선업계가 미국 MRO 시장 진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이유는 시장 규모가 크기 때문이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인 모도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올해 미국 함정 MRO 시장 규모는 143억9000만 달러(약 19조2700억 원)다. 전 세계 시장에서 미국 함정 MRO가 차지하는 비중도 25%에 달할 정도로 크다.
또 미국에서 MRO 수주에 성공한다면 기술 경쟁력을 입증한 것으로 향후에는 미국 외 다른 국에서도 MRO 수주 가능성이 높다. 글로벌 MRO 시장 규모 역시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전 세계 함정 MRO 시장 규모는 올해 577억6000만 달러(약 78조 원)에서 2029년에는 636억2000만 달러(약 88조 원)로 확대될 전망이다.
미국이 국내 조선업계와 협력을 원한다는 점도 MRO 사업 추진 이유로 꼽힌다. 미국 내에서 MRO를 진행할 수 있는 조선소는 4곳에 불과해 MRO 진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전 세계 해역 곳곳에 나가 있는 미국 함정을 MRO를 위해 다시 본토로 불러들이는 것도 상당한 비용과 시간이 걸린다.
특히 미국과 해양 패권을 다투고 있는 중국이 함정 건조 능력을 앞세워 선박을 늘리면서 위협이 되고 있다. 미국 내 조선소들은 노후화로 인해 건조능력은 물론 건조속도까지 밀리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해 10월 기준 중국이 보유하고 있는 함정 수는 350척인 반면 미국은 293척에 그쳤다.
지난 2월에는 카를로스 델 토로 미국 해군장관이 직접 한국을 방문하고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을 찾아 선박 건조능력을 확인하고, 협조를 요청하기도 했다.
국내 조선업계는 미국 함정 MRO를 넘어 향후에는 건조 사업까지 진출한다는 계획이다. 한화오션은 미국 필리 조선소 인수를 올해 안으로 마무리할 예정이다. 이후에는 함정 건조 자격을 신청을 통해 미국의 함정 건조 사업에 나설 방침이다. HD현대중공업도 미국 조선소 인수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면서 미국 함정 건조시장 진출을 추진 중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국내 조선업체들에게 MRO도 중요하지만 궁극적으로는 미국 함정 건조 시장에 진출하는 게 목표”라며 “미국의 함정 건조 경쟁력이 자체가 떨어진 상태라 국내 조선업체들에게도 기회가 열릴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미디어펜=박준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