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류준현 기자] 8월 은행권 신규 주택담보대출이 2주새 약 3조원 이상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또 감소세를 보이던 신용대출도 마이너스통장을 중심으로 늘어나면서 9000억원대의 증가세를 보였다. 서울 등 수도권을 중심으로 부동산 거래가 활황인 데다, 주식·코인 등의 자산을 저가로 매수하기 위한 투자자금 수요가 늘어난 까닭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금융당국의 압박에 못 이겨 은행권이 한달새 대출금리를 17차례나 인상한 가운데, 당국은 다음달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2단계로 강화할 예정이다. 이론대로라면 차주(대출자)별 대출가능한도는 자연스레 줄어들 전망이다. 다만 패닉바잉 열풍 속 시장금리 하락세가 계속되고 있어 이러한 조치들이 대출수요를 잠재우는 데 역부족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8월 은행권 신규 주택담보대출이 2주새 약 3조원 이상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또 감소세를 보이던 신용대출도 마이너스통장을 중심으로 늘어나면서 9000억원대의 증가세를 보였다. 서울 등 수도권을 중심으로 부동산 거래가 활황인 데다, 주식·코인 등의 자산을 저가로 매수하기 위한 투자자금 수요가 늘어난 까닭이라는 분석이 나온다./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요 5대(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 14일 기준 719조 9725억원으로 집계돼 지난달 말 715조 7383억원 대비 약 4조 2342억원 불어났다. 은행권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 4월 이후 매달 5조원 이상 늘어나고 있는데, 지난 7월에는 약 7조 660억원 증가했다.
세부적으로 보면 주담대가 여전히 가계대출 잔액 증가세를 견인하고 있다. 지난 14일 5대 은행의 주담대 잔액은 562조 9908억원을 기록해 전달 말 559조 7501억원 대비 약 3조 2407억원 급증했다. 신용대출 잔액(마이너스통장 포함)도 전달 102조 6068억원 대비 약 9429억원 증가한 103조 5497억원으로 집계됐다.
금융당국은 주담대 급증의 주요인으로 은행들의 자체 주담대가 큰 영향을 주고 있다고 보고 있다. 이에 은행들은 자발적(?) '금리인상'으로 당국에 협조하고 있다. 이달에만 5개 은행이 총 17차례의 금리인상에 나선 것이다.
업계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이 7월 3일부터 시작해 지난 8일까지 네 차례에 걸쳐 금리 인상에 나섰고, 신한은행도 지난달 15일부터 지난 16일까지 총 다섯 차례에 걸쳐 금리를 인상했다. 우리은행은 지난달 12일부터 거듭 금리를 인상 중인데 오는 20일 다섯 번째 금리인상에 나선다. NH농협은행은 지난달 24일 0.2%포인트(p), 이달 14일 0.3%p 각각 인상했으며, 하나은행은 지난달 1일 금리감면 폭을 0.2%p 축소한 바 있다.
그럼에도 대출금리 인상효과는 시장금리 하락에 상쇄되고 있다. 실제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은행들의 고정금리형(혼합형·주기형) 주담대의 준거금리로 활용되는 금융채(은행채) 5년물 금리는 지난 16일 3.210%까지 떨어졌다. 이달 채권금리는 3.1~3.2%를 오르내리고 있는데, 지난 5일에는 3.101%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연중 최고치를 기록한 4월 25일 3.976%에 견주면 약 0.875%p 급락한 셈이다.
이에 5대 은행의 고정형 주담대 금리는 지난 16일 기준 연 3.066~5.97%를 기록해 전달 말 연 3.03~5.75%에 견줘 상·하단 모두 소폭 상승하는 데 그쳤다. 은행들은 시장논리를 역행하면서까지 금리인상에 나서고 있는 만큼, 가계대출 증가세를 은행 탓으로 몰아선 안 된다는 입장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은행들이 가산금리 조정으로 금리인상에 나서고 있지만 앞으로 시장금리는 큰 대외변수가 없는 한 하락할 것이라는 의견이 압도적이다"며 "정부가 은행 대출금리로 가계부채를 잡으려 하기보다 대출한도를 조일 수 있는 스트레스DSR부터 조속히 강화해야 한다"고 평가했다.
한편 당국은 스트레스DSR 규제를 오는 9월부터 2단계로 본격 강화할 것임을 천명했다. DSR는 대출자의 연소득에서 대출 원리금이 차지하는 비율로, 현재 은행 대출은 40%, 비은행 대출은 50%를 기준으로 하고 있다.
이에 파생된 스트레스 DSR는 변동금리 대출 등을 이용하는 대출자의 DSR를 산정할 때 가산금리(스트레스금리)를 부과하는 제도다. 당국은 지난 2월 1단계로 0.35%p를 부과했으며, 9월부터 2단계로 0.75%p를 적용할 방침이다. 내년에는 1.5%p를 부과할 예정이다.
은행권에서는 규제가 2단계로 강화됨에 따라, 대출자의 주담대 한도가 약 3~9%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가령 소득 1억원인 대출자가 30년 만기 원리금 분할상환 방식의 변동금리 주담대를 이용할 경우 대출한도는 스트레스 DSR 도입 전 6억 6000만원이었는데, 9월부터 6억원으로 약 6000만원(9%) 줄게 된다. 내 집 마련 투자자로선 이달 말까지 무리한 영끌 투자에 나설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서울·경기 등 수도권 아파트 패닉바잉 현상이 심화되면서, 내 집 마련 및 전세만기를 앞둔 실수요자를 중심으로 주담대 수요가 크게 늘고 있다"며 "여기에 당국이 스트레스DSR 규제를 오는 9월부터 2단계로 강화할 것이라는 소식이 시장에 퍼지면서 너도나도 규제 강화를 앞두고 대출신청에 나서는 모습이다"고 설명했다.
[미디어펜=류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