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일주 공주대학교 유아교육과 교수 |
사유재산 공적 이용료: 개인설립 사립유치원 운영 전환의 선결과제
2004년 유아교육법을 제정할 때부터 사립유치원에 대한 재정지원 근거가 마련되었고, 특히 누리과정 지원에 따른 유아교육재정 지원확대로 개인 설립 사립유치원의 안정적인 운영이 기대되어 왔다. 그러나 작금의 현실은 사립유치원에 대한 설립비, 운영비, 인건비지원은 성과가 크지 않거나 그 지원규모가 미미한 실정이고, 대부분의 유아교육재정이 학부모 등 보호자에게 유아교육비로 지원되고 있다.
누리과정 지원 이후 보호자에게 지원되는 유아교육비가 사립유치원에도 투입되면서 사립유치원 학부모 부담금의 현저한 감소, 교육비 인상요인의 억제 등 보호자들의 유치원 교육비 부담은 거의 해소되었지만 사립유치원의 경영 개선에는 큰 효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사립유치원의 공공성, 책무성, 재정 투명성이 더욱 더 강조되고 있고, 특히보호자가 받는 유아교육비가 사립유치원에 투입된다는 이유로 교육부 등 중앙정부와 시‧도교육청의 감독기능은 매우 엄격하게 강화되었다.
개인 설립 사립유치원은 학교법인이 아니기 때문에 ‘사학법인 재무회계규칙’을 그대로 적용할 수 없는데도 최근 몇 년 동안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의 감사로 인하여 극도의 경영피로감을 느끼고 있는 실정이다. 그렇다고 해서 개인 설립 사립유치원의 재무회계를 완전 자율로 방치할 수는 없다.
이와 관련하여 개인 설립 사립유치원의 안정적 운영을 바탕으로 하는 적합한 재무회계규칙을 제정하기 위한 노력이 있다. 즉 ‘사립유치원 설립‧경영자의 지위 승계’ 규정을 신설하는 유아교육법 일부개정법률안과 ‘사립유치원에 적합한 회계규정 마련’을 위한 사립학교법 일부개정법률안이 그것이다.
▲ 개인 설립 사립유치원은 제 아무리 많은 재산이 투입되었다고 하더라도 인가 당시 ‘비영리조건’이었다는 한 가지 이유로 모든 보상이 제한되고 있다. 이는 학교법인의 경우에도 부분적인 보상이 이루어지고 있는 예와 비교해 보더라도 납득이 되지 않는다. |
‘학교법인의 기본재산액의 1/3 이상 재산을 출연, 또는 기증한 자 중 생계가 곤란한 자에 대하여는 당해 학교법인의 수익이 있는 범위 안에서 생계비‧의료비‧장례비를 지급할 수 있다’는 사립학교법 제26조의 규정이 있지만, 개인 설립 사립유치원은 학교법인이 아니기 때문에 모든 재산을 출연하여 설립한 설립‧경영자도 그 어떤 최소한의 보상도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제는 개인 설립 사립유치원의 역사가 오래되어서 초기 설립‧경영자가 사망하거나 고령, 질병 등의 사유로 인하여 더 이상 유치원을 안정적으로 경영하기 어렵게 된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
이런 사유로 인하여 사립유치원을 매매, 담보하고자 하여도 제약이 많고, 증여, 상속 등 타인에게 경영권을 전환하려고 해도 승계가 불가능하다. 이런 한편으로 사립유치원을 폐원하지 않고 안정적인 경영을 위해서는 시설, 인력, 교통수단 등 더 많은 투자를 하지 않으면 안 되게 되었다.
개인 설립 사립유치원은 제 아무리 많은 재산이 투입되었다고 하더라도 인가 당시 ‘비영리조건’이었다는 한 가지 이유로 모든 보상이 제한되고 있다.
이는 앞에서 지적한 학교법인의 경우에도 부분적인 보상이 이루어지고 있는 예와 비교해 보더라도 납득이 되지 않는다.
설립자 등 학교법인 상근 임원에 대해서는 상응한 보상이 이루어지고 있는데도 개인 설립 사립유치원은 법인이 아니라는 이유로 보상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학교법인은 법인 인가 시부터 개인재산이 아니지만 개인 설립 사립유치원은 인가 당시부터 현재까지도 설립자의 개인재산인데도 말이다. ‘비영리조건’이란 유치원을 경영하는데서 오는 잉여금 등 경제적 이익 전부를 사유화할 수 없다는 의미이지, 개인 재산 전체가 국가 소유이거나 공공재산이라는 의미가 아니다.
국가가 재정이 부족하여 국공립유치원을 설립할 수 없었던 오랜 기간 동안 민간자본을 유치하여 공교육으로서의 유아교육을 추진하기 위해 도입한 것이 개인 설립 사립유치원이다. 그렇기 때문에 초, 중등, 고등교육의 어느 단계에도 사례가 없는 비법인 개인 설립으로 인가해 왔고, 그 결과 유치원에 등록된 전체 유아의 약 80%의 원아들에게 교육기능을 수행하여 오고 있는 사립유치원의 약 80%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 개인 설립 사립유치원이다.
이런 특성을 고려하여 그동안 개인 설립 사립유치원에게 어느 정도 경영 자율권을 주어 왔던 것인데, 최근에 와서 학교법인에 적용하는 재무회계규칙을 근거로 개인 설립자의 경영권과 유치원에 투자한 일체의 사유재산의 공적 이용료조차 인정하지 않는 것은 문제라는 시각이 많다.
▲ 도별 공립 단설유치원 수. /자료출처: KDI Focus 2013년 8월 20일 통권 제34호(한국교육개발원 교육통계서비스) |
현재와 같은 국가 경제 수준과 통상적인 일반 사회경제활동의 사례를 통해 볼 때 임대료(적절한 표현이 아닐지라도)에 상응하는 최소한의 ‘공적 시설 사용료’조차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은 제 아무리 설립자가 자신의 재산을 활용하여 ‘유아교육에 대한 사회적 기여 의지 실현과 육영 보람’을 얻는다는 점을 십분 고려한다고 하더라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런 한편으로 개인 설립 사립유치원에 적용하기 위해 현재 검토 중인 사립유치원 재무회계규칙(안)은 적립금, 차입금 등 그동안 쟁점이 되어 왔던 부분은 상당한 이해와 접근이 이루어졌다고 본다. 차제에 유아교육법 및 사립학교법 개정과 사립유치원 재무회계규칙(안)을 제정함에 있어서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사항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첫째, 전체 사립유치원의 약 80%를 차지하고 있는 개인 설립 사립유치원은 학교법인 사립유치원에 비하여 상당수가 소규모이거나 재정 등 경영여건이 영세한 등 사학법인 재무회계규칙을 적용하기 어려운 특성이 있으므로 별도의 재무회계규칙을 제정할 필요가 있다.
둘째, 개인 설립 사립유치원에 적용하기 위한 재무회계규칙을 제정할 때 관할청의 감독 범위에서 유치원 운영의 안정성을 도모하기 위한 차입금과 적립금을 인정하는 규정을 둘 필요가 있다.
셋째, 개인 설립 사립유치원의 특성인 사유재산의 공적 이용료 개념을 수용하여 설립자의 지위 및 보수를 지급할 수 있는 법적근거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넷째, 개인 설립 사립유치원의 설립자가 사망, 질병, 기타의 사유로 인하여 지속적인 유치원 경영이 불가할 경우에는 국가 또는 시‧도 교육청에서 이를 매입, 국‧공립유치원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다섯째, 개인 설립 사립유치원의 경영 여건, 설립자의 의견 등을 고려하여 ‘자율형’, ‘공공형’, ‘지원형’ 유치원으로 분류하여 ‘자율형유치원’은 자립형사립고등학교와 같은 방식으로 교육비 책정을 비롯한 경영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하고, ‘공공형유치원’은 ‘공공형어린이집’과 같은 방식으로 인건비 및 운영비 전액 지원 등 공립유치원과 같은 수준으로 지원하되 감독기능을 강화하는 한편, ‘지원형유치원은’ 현재와 같은 수준의 지원을 통하여 안정적인 경영이 가능하도록 하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이일주 공주대학교 유아교육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