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규태기자] 자유경제원은 21일 제19대 국회 시장친화성 평가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번 토론회 주제는 “저질국감, 반시장 국회에서 비롯된다”로, 매년 반복되는 ‘저질 국정감사’의 원인인 ‘국회의 반(反)시장성’을 실증적으로 분석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한 논의와 제언이 오갔다.
발제를 맡은 권혁철 자유경제원 자유기업센터 소장은 “국회가 막말, 파행국감도 모자라 국감장에 기업인, 특히 대기업 회장 등을 무더기로 출석시켜 망신주기 및 반기업·반기업인 정서를 유포 시키는 데 앞장서고 있다”고 비판했다. 민간기업 경영판단까지 문제 삼는 과도한 입법 권력의 남용은 경제활성화 및 일자리창출에 역행하는 행태라는 지적이다.
제19대 국회 시장친화성 평가토론회는 현진권 자유경제원의 사회로 진행됐으며, 김인영 한림대 정치행정학과 교수와 류여해 수원대 법학과 겸임교수가 패널로 참석하여 함께 토론을 벌였다.
자유경제원은 2008년부터 국회의원 발의 법안을 분석해 시장친화성 지수를 발표해 왔다. 자유경제원의 이번 19대 국회 평가는 19대 국회의 개원일(2012년 5월 30일)로부터 2014년 4월 30일까지 2년 간 국회 본회의에서 가결된 제·개정 의안을 대상으로 시장, 기업 및 경제와 관련 있는 337건의 법률의안을 선정해 분석했다.
권혁철 자유경제원 자유기업센터 소장은 관련의안 337건 선정 및 각각에 대해 ‘사유재산권 보장’, ‘작은정부’, ‘개방과 경쟁’, ‘경제적 자유 확대’, ‘규제완화’, ‘낮은 세금 부담’, ‘법치주의’ 등의 기준에 따라 시장경제원리 부합여부를 분석하였으며 정보 왜곡을 보정하기 위해 중요성이 큰 131개 중요의안을 별도 선정해 의원 개인을 대상으로 한 계량화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분석 결과, 337개 전체 의안의 중 31.2%(105건)만이 시장친화적이고, 68.8%(232건)가 반시장적인 의안으로 나타났다.
이외에 중요의안 131개를 별도 선정해, 제명 의원 및 총 투표횟수 30% 미만(39회 이하)인 국회의원을 제외한 총 269명 의원을 대상으로 시장친화지수를 산정한 결과는 다음과 같았다.
▲ 표1. 시장친화지수 하위 10인 |
▲ 표2. 시장친화지수 상위 10인 |
권혁철 소장은 개별 의원별 시장친화지수 분석 결과, 최하위는 새정치민주연합 김광진, 남인순 의원(시장친화지수는 14.1)이 차지했고 그 뒤를 장하나, 은수미, 한정애 의원 등이 잇고 있다고 밝혔다. 또 하위 10인 모두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의원들이며 모두 초선에, 홍익표 의원을 제외한 9명 모두가 비례대표 의원임이 주목할 만 하다고 밝혔다.
이어 권혁철 소장은 시장친화지수 최상위는 새누리당 김재경, 박상은 의원(시장친화지수 47.9)이 차지했고 그 뒤를 주호영, 김희국, 심재철 의원 등이 잇고 있다고 밝히며, 상위 10인 모두 새누리당 의원이지만 그마저도 반시장적인 수치에서 벗어나지는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권혁철 소장은 정당별로는 새누리당 38.0, 새정치민주연합 30.6, 정의당 25.6 의 시장친화지수를 볼 때 19대 국회 전반 모든 정당의 지수 값이 중간 값인 50에도 크게 못 미쳐 모든 정당이 ‘반시장적’이라고 분석했다.
권혁철 소장은 “19대 국회의 심각한 반(反)시장성향이 국정감사에서 ‘기업인 대거 호출하기’, ‘기업인 망신주기’와 ‘호통치기’ 등이 만연하도록 만들고, 기업과 경영의 ‘ㄱ’자도 모르거나 아니면 무시하면서 엉뚱한 질문을 하는 근본적 원인”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패널로 나선 김인영 한림대학교 정치행정학과 교수는 “국정감사는 소관상임위원회별로 매년 정기국회의 집회일 다음날로부터 20일이라는 단기간 행해지므로 감사 시간부족이 가장 큰 문제”라고 언급했다.
김인영 교수는 기업인을 불러 국감을 벌이는 국회의원들의 행태에 대하여 “감사기관은 많은데 시간부족으로 대충대충 하고 질문 준비가 되어 있지 않으므로 호통치고 엉뚱한 질문을 하며, 자신의 존재감을 부각시키려고 언론의 주목을 받는 기업 CEO를 불러 야단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김인영 교수는 “긍정적 측면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므로 국정감사 제도는 기간을 늘린 연중 국정감사와 미국의회청문회(United States congressional hearing) 제도로 바뀌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특히 김 교수는 “반시장적 저질국감을 막기 위해서는 국정감사 대상을 ‘행정부의 국정(國政)’에 한정하도록 규정해, ‘기업경영’ 관련 사항을 근본적으로 국정감사에서 제외시키고 국정감사는 ‘국정’에만 한정시키는 관행의 도입과 법제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권혁철 자유경제원 자유기업센터 소장의 분석 결과, 19대 국회 337개 전체 의안의 중 31.2%(105건)만이 시장친화적이고, 68.8%(232건)가 반시장적인 의안으로 나타났다./사진=자유경제원 |
두 번째 토론자로 나선 류여해 수원대학교 법학과 겸임교수는 “대한민국 국정감사는 영국식 국정조사와 미국식 청문회의 결합형으로, 1년 내내 진행해도 시간이 부족한 감사를 ‘국회’가 정한 시간 내에 몰아서 하는, 전 세계에서 유일한 기획형 감사제도”라고 지적했다.
이어 류여해 교수는 “새정치민주연합 초선 의원들이 가장 반시장적인 성향을 드러낸 결과를 통해 알 수 있듯, 현재 대한민국의 국정감사는 국회의원이 가진 강력한 권한중의 하나라고 볼 수 있다”면서 “행정부의 장관도 기업의 오너도 모두 국정감사기간에는 국회의원으로부터 강력한 갑을 관계에 처해진다”며 국정감사의 기형적 변형에 대해 지적했다.
류여해 교수는 시민사회와 전문가들이 앞장 서서 국회를 감시하자고 제안했다. “국회를 감시할 수 있는 제도가 있어야 한다. 시민사회와 전문가들이 앞서 입법감시를 통해 입법개혁을 해야 하고, 국감감시를 통해 국감개혁도 이뤄야 한다”고 제안하며 반(反)시장 국회 개혁을 통한 시장경제질서 확립을 촉구했다.
세 번째 마지막 토론자로 나선 이영조 경희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시장과 기업에 관련해 보면 실로 심각한 추세는 기업인을 증인으로 채택하는 건수가 해를 거듭할수록 현저히 증가하고 있다”면서 “바쁜 기업의 CEO들을 불러 놓고 제대로 질문도 하지 않고 답변할 기회도 주지 않는 게 현실”이라고 밝혔다.
이영조 교수는 이어 “기업인들의 국회 증인 출석 요구를 압박카드로 남발하는 것이야말로 국회만능주의의 소치”라면서 “국회 본연의 기능은 입법과 행정부 및 사법부에 대한 감시와 견제인데 이를 위한 국정감사를 기업 길들이기로 사용하는 것은 국회 권한의 사실상의 남용”이라고 강조했다.
이영조 교수는 이에 대하여 “이와 같은 ‘시장에 대한 국가의 역습’에 대해서 적절한 제한 조치를 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이영조 교수는 정치의 속성을 “국가의 공권력을 이용해서 벌이는 몫 싸움을 벌이는 게 정치이기에 성격상 반시장장적”이라고 지적했다. 국회의원들의 정치적 몫 싸움은 사회적 분위기와 여론의 영향을 받게 마련이며 정치인들의 행동은 여론과 득표 계산에 좌우된다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