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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도 우려 '대표회담 생중계’…韓, 왜 제안했나?

2024-08-22 17:34 | 최인혁 기자 | inhyeok31@mediapen.com
[미디어펜=최인혁 기자]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생중계’ 회담을 제안한 것에 여당 내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한 대표는 생중계 형식을 고집하고 있어 그 배경에 대한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정치권에 따르면 한 대표가 대표회담에 생중계를 제안한 것에는 정치적 의도가 숨어 있을 것으로 추측됐다. 생중계 카드가 채상병특검법의 돌파구이자, 여론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수단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은 대표회담 의제와 형식에 대해 실무 협상을 이어가고 있다. 박형수 국민의힘 대표 비서실장과 이해식 민주당 대표 비서실장은 전날인 21일까지 비공개 회동을 통해 회담 의제를 좁혔다. 하지만 회담 형식에 대해서는 여전히 이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22일 서울 중앙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물을 마시고 있다./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국민의힘은 대표회담이 생중계 형식으로 진행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국민들에게 정책을 설명하고, 경과를 투명하게 공개하기 위해서다. 

반면 민주당은 국민의힘의 제안에 ‘불쾌하다’고 반발하고 있다. 한 대표의 제안에 숨은 정치적 목적이 있다고 의심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당 내부에서도 한 대표가 생중계를 제안한 것이 정책을 협상하기 위한 목적에 부적합하다는 비판이 나왔다. 윤상현 의원은 지난 21일 MBC라디오에서 “대선 TV토론도 아니고 협상을 어떻게 생중계로 진행하나”라며 한 대표가 생중계를 제안한 것에는 협상이 아닌 다른 의도가 숨어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정치권에서 생중계 방식은 오히려 한 대표에게 불리한 방식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22일 미디어펜과의 통화에서 “이 대표는 한 대표와 달리 선거도 많이 치렀고 시정과 도정 경험을 비롯한 행정 경험이 많다. 의제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한 대표가 잘못하면 이 대표에게 당할 수 있어 생중계 형식은 한 대표에게 절대 불리하다”라며 “정치적으로만 본다면 해서는 안 되는 선택”이라고 평가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대표가 생중계 형식을 고집하고 있는 것은 리스크를 감수하더라도 이익이 더 클 것으로 판단됐기 때문으로 읽힌다. 우선 한 대표는 채상병특검법에 대한 부담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해석된다. 

한 대표는 전당대회의 주요 공약이던 제3자추천특검법과 관련해 야당의 강한 압박을 받고 있다. 하지만 현재까지도 국민의힘의 당론인 ‘선 수사 후 특검’ 기조에 가로막혀 채상병특검법을 추진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한 대표는 의원들을 설득할 시간을 얻기 위해 민주당의 반발을 의도적으로 부추겼을 것으로 여겨진다. 이를 통해 대표회담을 지연시키거나, 무산시키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라는 분석이다.

또는 한 대표가 생중계를 통해 제3자추천특검법에 우호적인 여론을 형성하려 했다는 시각도 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미디어펜과의 통화에서 한 대표가 생중계를 제안한 이유에 대해 “한 대표가 당내 논의만으로 국민의힘 의원들이 반대하고 있는 채상병특검법을 밀어붙이기는 힘들다. 한 대표가 생중계를 통해 국민들과 당원들을 대상으로 자신의 입장을 밝히고 설득에 나선다면, 특검법에 힘을 실어주는 여론이 조성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생중계는 대표회담 결렬에 대한 대비책으로도 보인다. 대표회담이 결렬될 경우 정치적 실익은 한 대표가 아닌 이 대표가 얻을 것으로 여겨진다. 이 대표는 회담 결렬 시 윤석열 대통령과 영수회담을 재요청하며 국정 카운터파트너로 윤 대통령을 지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 대표는 이 대표가 영수회담을 위해 대표회담을 의도적으로 결렬 시킬 것을 방지하기 위해 생중계를 택했다는 분석이다. 회담 결렬 시 발생할 수 있는 정치적 손실을 최소화하겠다는 의도다.

또 한 대표는 정기국회가 시작되기 전 원외 당대표로서 존재감도 강조하려 한 것으로 분석된다. 국민들에게 이 대표의 국정 카운터파트너가 윤 대통령이 아닌 한 대표라는 점을 분명히 하겠다는 것이다.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은 미디어펜과의 통화에서 “한 대표가 정기국회 전 국민들에게 존재감을 각인시키고 싶어하는 것 같다. 정기국회가 되면 원외 당대표는 할 일이 별로 없다. 따라서 그 전에 강한 인상을 주려는 의도로 생중계를 제안한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따라서 한 대표는 생중계 형식이 채상병특검법의 돌파구이자, 여론 주도권을 확보할 수단이라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추측된다.
 
다만 이 대표의 코로나19 확진은 대표회담의 새로운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이 대표가 22일 오전 코로나 확진으로 자가격리에 들어가면서 25일 예정됐던 대표회담은 연기됐다. 이에 28일 본회의 전 회담을 추진하기에는 시간이 촉박해 양당이 회담을 무산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장 소장은 “민생 쟁점 법안 같은 경우 여야 당대표가 결단해 합의 처리되는 모습을 보여야 당대표들도 존재감을 나타낼 수 있다. 그런데 (본회의 전에)회담 일정을 조율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하고, 본회의 후 회담을 하기에는 부담감만 남아있어 결국 대표회담이 무산될 수도 있다”고 관측했다.

[미디어펜=최인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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