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류준현 기자] 정부와 금융당국이 가계부채 확대를 막기 위해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9월부터 2단계로 강화하는 한편, 은행권의 주택담보대출 금리 인상을 부추기고 있다.
하지만 강력한 규제에도 불구 실수요자 및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투자)·빚투(빚내서 투자)족의 대출러시가 이어지자, 담보물의 대출한도를 결정짓는 담보인정비율(LTV)까지 조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DSR과 별개로 LTV를 조이게 되면 실수요자 누구나 신청할 수 있는 대출가능한도가 크게 줄어드는 만큼, '초강력' 규제라는 평가가 나온다.
정부와 금융당국이 가계부채 확대를 막기 위해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9월부터 2단계로 강화하는 한편, 은행권의 주택담보대출 금리 인상을 부추기고 있다. 하지만 강력한 규제에도 불구 실수요자 및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투자)·빚투(빚내서 투자)족의 대출러시가 이어지자, 담보물의 대출한도를 결정짓는 담보인정비율(LTV)까지 조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정부와 금융당국은 가계부채 확대를 막기 위해 가능한 모든 정책수단을 고려 중이다.
우선 당국은 지난 20일 서울·수도권 주담대 DSR 스트레스 금리 차등 부과안을 발표했다. 현재 실수요자가 주담대를 받을 경우, 전 지역에 스트레스 금리(가산금리)를 0.75%p부과해 대출가능한도를 축소하고 있는데, 이를 수도권만 1.2%p로 상향 적용하는 것이다.
DSR는 소득 수준에 따라 갚을 능력만큼 돈을 빌리자는 취지로 만들어진 규제인데, 다음달부터 소득이 아닌 지역에 따라 대출가능한도가 줄어들 수도 있는 것이다.
이와 더불어 당국은 LTV를 낮추는 초강수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 21일 열린 금융위원회의 '가계부채 점검회의'에서 현재 강화된 규제들이 큰 효과를 보지 못할 경우 LTV를 축소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는 내용이 제기됐다.
현재 LTV 규제는 주택 보유수 및 지역에 따라 차등적이다. 무주택자와 1주택자가 집을 산다고 가정할 경우, 부동산 규제지역(서울 강남·서초·송파·용산구)에서는 KB시세 기준 50%까지, 비규제지역에서는 70%까지 적용하는 식이다.
가령 KB시세로 5억원을 평가받은 비규제지역 주택(아파트)을 은행으로부터 대출받을 경우 LTV를 70%까지 적용해 최대 3억 5000만원의 주담대를 일으킬 수 있는 셈이다. 하지만 LTV를 10%p 줄인 60%로 조정하면 대출가능한도는 3억원까지 줄어들게 된다.
현재 당국의 LTV 규제강화는 단순 검토단계에 그친 것으로 알려졌지만, 실제 LTV 인정범위를 축소할 경우 DSR규제보다 압박이 심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DSR 규제는 주담대와 신용대출 등이 없는 고소득자라면 비규제지역에서 대출을 받는 데 큰 무리가 없는 까닭이다. 반면 LTV 규제는 대출자의 소득수준, 부채여부 등과 무관하게 담보물을 기준으로 삼기 때문에 대출가능한도가 크게 줄어들게 된다.
특히 스트레스 금리를 수도권에만 추가 부과한 것처럼 LTV를 수도권에만 차등 조정할 경우 서민층을 중심으로 강한 반발이 예상된다.
이에 실수요자들 사이에서 집값 및 은행 금리만 바라보고 머뭇거릴 때가 아니라는 평가까지 나온다. 은행들이 주담대 금리를 두 달 간 20차례 넘게 인상하거나 인상을 앞두고 있고, 스트레스 DSR 2단계 규제가 9월부터 본격 시행되는 까닭이다. 정책모기지 상품인 디딤돌대출의 금리도 기존 연 2.15~3.55%에서 2.35~3.95%로 상향 조정했다.
은행 금리가 더 오르기 전, 대출규제가 강화되기 전에 서둘러야 한다는 분위기가 조성되는 것이다. 금융당국이 가계부채 확대를 막기 위해 각종 초강수 정책을 내세운다지만, 벼랑 끝에 내몰려 사실상 '사다리 걷어차기'를 초래하는 모습이다.
실제 한 온라인 부동산 커뮤니티에서는 정부의 거듭된 규제 강화 소식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자자하다. 한 금융소비자는 "11월이 잔금인데 대출을 자꾸 규제하니 이사를 안 가야 하나 싶다"며 "계약금으로 5%를 맡긴 상태인데 대출을 갑자기 규제하고 디딤돌금리도 올리면서 매수가격보다 (집값이) 많이 떨어질까봐 무섭다"고 남겼다.
전 정부와 부동산 정책이 다를 바 없다며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누리꾼은 "문재인 정부때 비싼 매물 한 채만 사도록 대출을 규제하더니 윤석열 정부도 전 정부를 따라가고 있다"며 "규제로 집값이 떨어진 역사는 국내에도 해외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시장을 이기려 하면 더 큰 댓가를 지불하게 될 것이다'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누리꾼도 "서울이 오르는데 수도권 전체를 규제하니 같은 조건이면 서울 집을 사는 게 낫지 않겠나. 양극화를 극대화하는 정책일 뿐"이라며 "현금부자들은 DSR·금리와 상관 없이 계속 줍줍(주워 담는다)하고, 서민들은 높은 금리에 대출 축소로 집을 못 사게 막는 꼴이다"고 일갈했다.
[미디어펜=류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