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규태 기자] 22일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의 '가방 수수 의혹'을 수사해 온 서울중앙지검이 김건희 여사에 대해 '무혐의'로 결론 내리면서, 수사 결과를 보고받은 이원석 검찰총장이 사건의 최종 처분을 어떻게 할지 주목된다.
23일 대통령실은 일체 어떠한 입장도 내지 않겠다는게 공식 입장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을 만나 관련 질문에 "검찰 수사 중인 사항은 대통령실에서 입장을 표명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라고 봐주면 될 것 같다"며 말을 아꼈다.
실제로 대통령실 안팎의 목소리를 종합해 보면, 현재 검찰 수사팀의 결과 보고가 이미 외부에 알려졌고 이에 대해 이원석 총장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 알려지지 않은 상황에서, 대통령실이 섣불리 공식 입장을 밝히기 조심스럽다는 판단인 것으로 보인다.
현재 공은 이 총장에게 가 있다. 이 총장이 외부위원으로 구성된 검찰 수사심의위원회(수심위)를 직권으로 소집해, 수사 결과 적정성에 대한 판단을 다시 받아 볼 필요성이 있을지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총장의 최종 처분만 남아 있는데, 검찰총장 직권으로 수심위가 열릴 가능성이 남아 있는 것이다.
2021년 12월 26일, 대통령선거를 100여일 앞둔 당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배우자 김건희 씨가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자신의 '허위 이력' 논란과 관련해 입장을 밝히기 위해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문제는 이 총장에게 남아 있는 시간이다. 만약 이 총장이 수심위 소집으로 결정할 경우 수심위 소집부터 결론을 내기까지 통상 10일 가량 소요되고, 수심위가 내린 결론을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이 수용할지 검토하는데에도 시간이 추가로 필요하다.
이 총장 임기는 오는 9월 15일로 3주밖에 남지 않아, 수심위 소집을 결정할 가능성이 낮다는 관측도 나온다.
법조계에서는 이 총장이 수사팀의 결론을 뒤집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이날 본보 취재에 "검찰수사심의위는 해당 수사 결과에 대한 국민 신뢰를 제고하기 위해 설치된 기구로, 외부 전문가들이 처분된 사건의 수사 적정성과 적법성을 심의한다"며 "이미 무혐의 처분이라는 중앙지검의 수사 결과가 알려졌기 때문에 수심위를 연다고 해서 국민 신뢰가 더 생길지는 불투명하고 무의미해 보인다"고 전망했다.
그는 "현실적으로 현재 나온 수사팀의 결론을 수심위가 뒤집기는 쉽지 않다"며 "법리적으로 무혐의 처분을 내릴 수 밖에 없는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또다른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도 이날 본보 취재에 "해당 혐의와 관련해, 청탁금지법에서 공직자 배우자에 대한 처벌 조항이 없다"며 "현행법상 '처벌 공백'이 있고, 이에 따라 수사팀이 김건희 여사에 대해 무혐의 결론을 내릴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다만 김 여사가 무혐의로 최종 처분을 받는다고 해도 사법리스크가 완전히 해소되었다고 보긴 힘들다"며 "오는 9월 12일 도이치모터스 사건의 항소심 선고 결과가 날텐데, 이 선고 결과가 김 여사에 대한 처분 결정에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고 관측했다.
이원석 검찰총장이 23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취재진의 질문을 받으며 출근하고 있다. 2024.8.23 /사진=연합뉴스
이번 도이치모터스 사건의 항소심 선고에서 '전주' 손모씨의 방조 혐의가 인정되면, 김 여사 사건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게 법조계 분석이다.
여야는 상반된 반응이다. 국민의힘 한지아 수석대변인은 지난 22일 이에 대해 "오늘 비공개회의에서 관련 논의는 없었다"며 "어제 대표 말씀으로 갈음하겠다"면서 말을 아꼈다. 한동훈 대표는 21일 "사법적 판단은 팩트와 법리에 관한 것"이라며 "그에 맞는 판단을 검찰이 내렸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정반대다. 민주당 노종면 원내대변인은 서면브리핑을 통해 "검찰 수사심의위원회의 개최 여부가 마지막 남은 변수라지만, 대통령 부부 호위무사들에게 이미 제압당한 검찰총장에게 기대할 것이 없다"고 밝혔다.
특히 노 원내대변인은 브리핑에서 "특검 말고는 답이 없다"며 "민주당은 김 여사 특검법을 통과시키는 데 전력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결국 임기가 3주 남긴 이 총장이 수심위 소집 결정을 내릴지 여부에 따라, 김 여사의 사법리스크가 이어질지 마무리될지 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이 총장은 기자들을 만나 쏟아지는 질문에도 "더 드릴 말씀이 없다"며 침묵을 지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