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류준현 기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친인척 부당대출 의혹과 관련해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과 조병규 우리은행장에 대한 제재 가능성을 시사했다. 두 고위급 임원이 손 전 회장의 친인척 대출 보고를 받고도, 이를 금융당국에 보고하지 않고 묵인했다는 점에서 경영진의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친인척 부당대출 의혹과 관련해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과 조병규 우리은행장에 대한 제재 가능성을 시사했다./사진=금융감독원 제공
이 원장은 25일 오전 KBS1에서 방영한 '일요진단 라이브'에 출연해 이 같이 밝혔다.
'손 전 회장의 친인척 대출 의혹과 관련해 임 회장과 조 행장도 결과에 따라 처벌과 제재가 가능하느냐'는 진행자 질문에 이 원장은 "법상 할수 있는 권한에서 최대한 가동해서 검사와 제재 절차를 진행할 계획"이라며 "지금 보이는 것만으로 대상이 누가 될지 모르지만 법상 보고를 제 때 안 한 건 명확하게 누군가 책임을 져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전 회장의 매우 가까운 친인척 운영회사에 대규모 자금 공급이기 때문에 상식적인 수준에서 은행 내부에서 의사결정 과정에서 몰랐다고 보기 어렵다"며 "신임 행장, 신임 회장이 오신 이후 1~2년에 가까운 시절이 지난 은행 내부에서 감사를 통해 (경영진에) 알려졌다고 보고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새 지주 회장, 행장 체체에서 1년이 훨씬 지났는데도 수습 방식이 과거 구태를 반복하고 있어 강하게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며 "신뢰를 갖고 우리금융, 우리은행을 보기 보다는 숨길 수 있다는 전제 하에 검사를 통해 진상규명을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 "전 회장의 불법에 국민들이 은폐할 수 있다고 오해할 수 있도록 처리한 점도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도 지적했다.
금감원은 이번 사건을 지난 4~5월께 민원 접수로 인지해 5월부터 검사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우리은행은 대규모 부당대출 사실을 사전 인지했음에도 당국에 자진 보고하지 않으면서 논란이 됐다.
이 원장은 "금감원이 확인해 보니 이미 지난해 가을정도쯤 현 은행장 등을 비롯한 임원들이 전 회장 관련 부당대출 보고를 받은 상황을 확인했다"며 "심지어 금융지주 조차도 아무리 늦게 보더라도 올해 3월 이전에 보고를 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법적 의무를 떠나 지배구조 문제 논의가 있고, 제왕적 지주 회장제도를 바꾸기 위한 지배구조 개선 방안, 심지어 책무구조도의 다양한 논의가 진행된 와중에 당연히 엄정하게 해당 책임자를 제재했어야 한다"며 "(부당 대출을 내준 직원이) 퇴사를 할 때까지 기다린 다음에 수습형태로 그런 절차를 사후적으로 파악했다"고 비판했다.
"은행권 가계대출, 시장상황따라 개입 더 세게 해야"
한편 이 원장은 이날 은행권 가계대출 폭증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냈다. 이 원장은 "지난 2~3개월간 가계부채가 정부의 관리 범위보다 늘어난 건 사실"이라며 "올해 1분기엔 고금리 상황에서 가계 생활자금으로 쓰인 걸로 보이고, 최근에는 부동산, 특히 수도권 아파트 구입 목적 자금으로 흘러간 것으로 판단된다"고 현 상황을 진단했다.
은행권이 가계대출 폭증을 막기 위해 대출금리를 거듭 인상한 것과 관련해서는 "최근 은행의 가계대출 금리 인상은 정부가 원한 게 아니다"라고 답했다. 당국이 금리인상을 주문한 게 아니라, 은행들이 연초 사업계획 및 포트폴리오 관리 차원에서 손쉽게 금리인상을 택했다는 입장이다.
이 원장은 "올 상반기 은행들도 예상치 못한 시장 촉발 요인 때문에 예상보다 가계대출 수요가 급증했고, 이에 놀라 쉽게 관리하기 위해 금리를 올린 것이다"며 "이에 예대금리차도 벌어지게 됐고, 소비자 입장에선 이자가 많이 늘어나다 보니 일종의 왜곡 현상이 생긴 게 아니냐는 불만이 나오는 것도 이해한다"고 말했다.
이어 "은행들이 쉽게 돈을 많이 벌기 위해 금리를 올리는 식으로 대응하기보단 포트폴리오를 체계적으로 관리했으면 좋겠다"며 "지금까지는 시장 자율성 측면에서 은행들의 금리 정책에 관여를 안 했지만, 앞으로는 은행에 대한 개입을 더 세게 해야 하는 거 아닌가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자칫 정부개입으로 비춰질 수 있다는 우려에도 불구, 이 원장은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거듭 강조했다. 이 원장은 "정부는 수도권 집값 상승 등 최근 부동산 시장 관련해서 개입 필요성 강하게 느끼고 있다"면서 "은행들과 적절한 방식으로 소통해서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논의할 것이고, 그 과정이 정부 개입으로 비치면 어쩔 수 없다"고 설명했다.
또 이 원장은 9월 이후에도 집값 상승세가 지속될 경우 추가 대책을 세울 것이라고 예고했다. 그는 "수도권 쏠림을 해소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특히 강남 등 상급지·투기목적 지역의 부동산 대출이 9월 이후에도 늘어날 경우 현 대책 이상의 강력한 대책을 추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디어펜=류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