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류준현 기자] 정부가 내년도 총지출을 당초 예상치에 크게 못 미치는 677조원으로 편성함에 따라, 고강도 긴축 기조가 예상된다.
올해 본예산보다 3.2% 늘어난 수치이지만, 정부가 예상하는 내년도 경상성장률 4.5%에 못 미쳐 사실상 '긴축 재정'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지출증가율만 놓고 보면 역대 최저치였던 올해 2.8%보다 다소 상향 조정됐지만, 증가율을 보수적으로 잡은 까닭이다.
정부가 내년도 총지출을 당초 예상치에 크게 못 미치는 677조원으로 편성함에 따라, 고강도 긴축 기조가 예상된다./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아울러 필요한 재원을 확보하기 위해 24조원 규모의 '지출 구조조정'도 단행했다. 지난해와 올해에 이어 3년 연속 20조원대 재구조화를 했다는 평가다.
정부는 27일 오전 국무회의를 열고 '2025년 예산안'을 의결했다. 이날 의결된 예산안이 다음달 초 국회에 제출되면 각 상임위원회 및 예산결산특위의 감액·증액 심사를 거쳐 오는 12월 확정된다.
예산안을 살펴보면 총수입은 39조 6000억원(6.5%) 증가한 651조 8000억원으로 편성됐다. 국세를 15조 1000억원(4.1%) 더 걷고, 기금 등 세외수입을 24조 5000억원(10.0%) 늘린 계산이다.
총지출은 20조 8000억원(3.2%) 늘어난 677조 4000억원으로 편성됐다. 이는 정부가 출범한 지난 2022년 예산 604조 4000억원 대비 약 12.1% 확대된 규모다. 다만 총지출 개념이 도입된 2005년 이후 역대 정부 중 임기 첫 3년간 가장 낮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내년도 지출증가분의 대부분은 법적으로 지급 의무가 있는 의무지출이다. 의무지출은 365조 6000억원으로 올해 347조 4000억원 대비 약 18조 2000억원(5.2%) 불어났고, 재량지출은 311조 8000억원을 기록해 올해 309조 2000억원 대비 약 2조 6000억원(0.8%) 증가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비효율적이고 중복된 부분을 덜어내고 그 빈자리에 사회적 약자 등에 필요한 부분을 충분히 넣었다"며 "지출증가율 숫자보다는 내용적으로 경제활력에 기여하는 예산이라고 자부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팬데믹 대응 과정에서 악화한 재정의 지속 가능성을 정상화하는 과정"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정부는 내년도 신규 예산을 확보하기 위해 이번에도 20조원 이상의 고강도 지출 구조조정을 계획하고 있다. 지난 2년간 구조조정에 나선 터라, 순수한 재량지출에서는 여력이 많지 않은 만큼, 내년에는 각종 경직성 경비까지 삭감 대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국가채무는 1196조원에서 1277조원으로 약 81조원 늘어날 전망이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은 올해 3.6%에서 내년 2.9%로 낮아진다.
기재부는 "내년부터 재정 준칙(3% 상한)을 준수하면서 점진적으로 개선되도록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기재부는 이날 내년도 예산편성을 '민생'에 초점을 뒀다는 점을 강조하며, △약자복지 △경제활력 △체질개선 △안전사회·글로벌 중추외교 등 4대 키워드를 제시했다.
예산안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우선 약자복지 차원에서 기초생활보장의 생계급여액을 연간 141만원 인상해 예산이 1조원가량 증액된다. 노인 일자리는 현행 103만개에서 110만개로 늘린다. 또 1조 6000억원을 투입해 기초연금을 1만원(33만 4000원→34만 4000원) 인상한다.
서민 주거안정을 위한 공공주택도 역대 최대 규모로 공급한다. 내년도 공공주택 공급규모는 25만 2000호(임대 15만 2000호·분양 10만호)로 예상된다. 관련 예산은 14조 9000억원으로 짜여졌다.
아울러 기재부는 국가 경제활력을 뒷받침하기 위해 반도체 투자에 대해 4조 3000억원 규모의 저금리 대출을 공급한다. 원전·방산·콘텐츠 펀드를 신설하고, 유망중소기업 100개사를 선정해 컨설팅·바우처·스케일업 금융을 패키지로 지원하는 '점프업 프로그램'도 도입한다.
그동안 구조조정 대상이었던 연구·개발(R&D) 예산은 대폭 증액한다. 선도형 R&D를 중심으로 관련 예산을 올해 26조 5000억원에서 29조 7000억원으로 크게 늘리게 됐다. 역대 최대 규모다.
육아휴직급여는 상한선을 월 150만원에서 최대 250만원으로 인상한다. 사업주의 대체인력지원금을 늘리고, 육아휴직 업무분담 지원금으로 월 20만원 제공을 새로이 신설한다.
또 정부는 필수·지역 의료 강화 목적으로 2주원의 예산을 투입한다. 의대 입학정원의 증원에 맞춰 의대 교수와 교육 시설을 확충하고, 전공의 수련비용과 수당을 지원하는 용도다. 정부는 중기적으로 5년간 국가재정 10조원과 건강보험 재정 '10조원+α'를 투자할 예정이다.
국방예산은 60조원 이상 편성됐다. 우선 인건비가 22조 8000억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병사 월급이 병장 기준 150만원으로 인상되고, 자산형성 프로그램인 내일준비지원금이 55만원으로 오르면서 매달 205만원을 받게 된다. 한국형 전투기 KF-21 '보라매' 최초 양산에는 1조 1495억원이 투입되며, 레이저 대공무기 양산을 위해 712억원의 예산이 공급될 예정이다.
이 외에도 정부는 전기차 스마트제어 충전기를 9만 5000기로 대폭 확충하고, 딥페이크 인공지능(AI) 영상·음성분석 예산도 신규 편성할 계획이다.
[미디어펜=류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