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경제원은 21일 제19대 국회 시장친화성 평가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번 토론회 주제는 “저질국감, 반시장 국회에서 비롯된다”로, 매년 반복되는 ‘저질 국정감사’의 원인인 ‘국회의 반(反)시장성’을 실증적으로 분석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한 논의와 제언이 오갔다.
발제를 맡은 권혁철 자유경제원 자유기업센터 소장은 “국회가 막말, 파행국감도 모자라 국감장에 기업인, 특히 대기업 회장 등을 무더기로 출석시켜 망신주기 및 반기업·반기업인 정서를 유포 시키는 데 앞장서고 있다”고 비판했다. 민간기업 경영판단까지 문제 삼는 과도한 입법 권력의 남용은 경제활성화 및 일자리창출에 역행하는 행태라는 지적이다. 평가토론회에는 김인영 한림대 정치행정학과 교수와 류여해 수원대 법학과 겸임교수가 패널로 참석하여 토론을 벌였다. 아래 글은 김인영 한림대 정치행정학과 교수의 토론문 전문이다. [편집자주] |
▲ 김인영 한림대 정치행정학과 교수 |
국회의원의 ‘반시장적 행태’는 대중의 인기에 편승하는 포퓰리즘이다
1. 19대 국회에도 여전한 언어폭력 수준의 국감 발언
18대 국회에서는 국회의원이 공중부양으로 뛰고, 회의장 문을 부수고 들어가기 위해 쇠망치, 전기톱이 등장했었다. 폭력 국회의 최고 정점은 민노당의 ‘불멸의 김선동’의원이 최류탄을 터뜨림으로써 마무리했다. 올해 19대 국회 마지막 국감에서는 과거보다 물리적 폭력의 수위는 낮아졌지만 – 국회 내에서의 폭력을 엄하게 처벌하는 소위 ‘국회선진화법’의 유일한 긍정적 효과 때문이다 – 언어적 폭력의 수준은 높아졌다. 공적 자리에서 저질막말, 말도 안되는 호통치기, 악의적 비아냥 등으로 울분에 찬 사적인 감정을 여과 없이 드러냈다. 소위 ‘선량’이라는 국회의원의 호칭에 어울리지 않은 감정 분출이었다.1)
기획재정위 국감에서는 새정치연합 홍종학(비례대표·초선) 의원은 대기업에 대한 조세정책과 노동개혁 추진 등 정부 정책에 문제가 있다며 “기재부 공무원들이 재벌의 하수인이 되어서 재벌들의 소원만 들어준다”고 볼멘소리를 했다.2) 2015년 9월 17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장에서는 기업 지배구조의 문제점을 따지겠다고 불러온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을 상대로 “한국인으로서 한국기업을 운영하고 있다고 했는데 한국과 일본이 축구시합을 하면 한국을 응원하느냐?”고 한 새누리당 의원이 질문했다. 어떤 변명으로든 기업의 지배구조에 관해 질문해야할 자리에서 “아빠가 좋으냐, 엄마가 좋으냐”는 식의 초등학교 학생 수준의 질문을 국민을 대표하는 300인 가운데 한 사람이 했다. 기재부 공무원을 재벌의 하수인쯤으로 인식하거나, 기업 최고 CEO를 불러다 몇 시간씩 앉혀둔 뒤 초등학생 질문을 하는 모습이 대한민국 제19대 국회의 국감의 현재이다.
해프닝이 일어난 장소는 헌법에 근거해 국회가 행하는 국정감사 장소였다. 국정감사는 헌법 제61조에 근거하여 국회가 매년 정기적으로 국정전반에 대하여 감사하는 제도이다. 헌법의 조문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헌법 제61조 ⓵ 국회는 국정을 감사하거나 특정한 국정사안에 대하여 조사할 수 있으며, 이에 필요한 서류의 제출 또는 증인의 출석과 증인이나 의견의 진술을 요구할 수 있다. ⓶ 국정감사나 조사에 관한 절차 기타 필요한 사항은 법률로 정한다.
▲ 우리나라의 비례대표 국회의원은 누구를 대표하는지 불분명하고 그에 따른 책임성도 명확하지 않다. 실제로 자신을 뽑아준 이는 정당의 실력자이므로 국민에게 책임을 지지 않고 당의 실력자에게 잘 보이면 되는 모순을 낳게 된다. 새정치민주연합 및 새누리당 모두 마찬가지다./사진=미디어펜 |
국정감사는 표현 그대로 ‘국정’을 감사하는 것이고, 국정조사는 특정한 국정사안에 대하여 조사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에 필요한 서류의 제출 또는 증인의 출석과 증언이나 의견의 진술을 요구”하는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행정부와 입법부의 정보 비대칭을 완화하는 목적이나 국정 사안에 의견을 듣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이렇게 국정감사가 존재해야 하는 본질적인 이유는 우리의 경우 행정부를 감사하는 기관인 감사원이 대통령 직속기관으로 행정부에 속해 있기 때문에 행정부에 대한 감독기능, 특히 재정에 관한 사후 감독기능을 보완하고자 함에 있다. 미국과 영국에는 국가최고 감사기관이 입법부에 속해 있고, 프랑스와 일본은 준사법 기관으로 별도로 독립되어 있지만 우리의 경우 대통령 직속으로 있기 때문에 국정감사가 존재하는 것이다. 이렇게 국정감사는 대한민국 국회만이 가지는 독특한 제도이다.
국정(國政) 감사이므로 정부기관장에 대하여 업무 감사를 하고 정보를 확인하고 하는 과정에서 호통을 치거나 막말을 할 필요가 없다. 그리고 기업감사가 아니고 국정감사이므로 기업인들을 불러내거나 혼내고 야단칠 필요는 더더욱 없다.
하지만 이러한 저질국감이 생기는 이유는 첫째, 국회의원이 특별한 언동으로 언론에 보도되어 자신의 존재감을 부각시키고자 하는 때문이고, 둘째, 국회의원은 면책특권으로 국회 내 발언에 대하여 책임을 지지 않기 때문이다. 항상 언론의 주목을 많이 받는 정당 고위 당직자나 위원회 위원장 등은 거의 돌출적인 행동을 하지 않는다. 나아가 왕정이나 권위주의 시절에나 필요했던 의회 내에서의 발언에 대한 면책특권이 없어진다면 국회의원의 발언 품위는 높아질 것이다.
2. 국회의원의 ‘반시장적 행태’는 대중의 인기에 편승하는 포퓰리즘 때문
국정감사장에 기업 CEO를 불러 야단치고 하는 행위는 재계의 리더급 인사를 정치권력이 불러 혼내 주었다는 포퓰리즘적 동기가 개입된 스노비즘(snobbism)적 행위이다. 허세를 부린다는 측면에서 19세기 영국에서 신사(gentleman)인 체하고, 허세를 부리는 유의 사람과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많은 국회의원들이 시장경제에 대한 뿌리 깊은 반감을 가지고 사회주의 통제경제를 동경하는 발언을 하고 있다. 권혁철 소장님이 발제한 국회의원의 ‘반시장성’ 또는 ‘반시장적 행태’는 대중의 인기에 편승하는 포퓰리즘적 성격이 강하다. 경제학 박사라는 의원이 사회적 경제를 주장하고 사회적 기업을 많이 만들고 지원해야 한국경제가 유지될 수 있는 것처럼 주장하고 관련 법안을 제출하고 있다. 이 역시 ‘약자를 위한 정책’을 제안했다고 하면서 대중적 인기에 편승하고자 하는 포퓰리즘적 동기가 내재되어 있다. 사회적 시장경제법안과 같은 법을 경제학 박사 출신들이 제안하는 이유이다. 표가 된다면 양심도 소신도 경제 원리도 버리는 모습을 보인다.
국정감사가 포퓰리즘으로 흐르지 않고 진정한 행정부 견제가 되기 위하여 국정감사 기간을 20일에서 연중으로 늘린 연중 국정감사와 미국의회청문회(United States congressional hearing) 제도로 바뀌어야 한다.
또 반시장적 저질 질문을 막고 기업인들을 호출하지 못하게 막기 위하여 국정감사의 대상을 ‘행정부의 국정(國政)’에 한정하도록 규정해야 한다. 즉, ‘기업경영’ 관련 사항을 근본적으로 국정감사에서 제외시키고, 국정감사는 ‘국정’에만 한정시키는 관행의 도입과 법제화가 필요하다.
3. 국회의원의 반시장적 행태를 막는 방안
국회의원의 반시장적 성향과 행태를 줄이고 시장친화적 국회의원을 늘리는 방안을 두 가지를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비례대표 국회의원을 없애고 국민이 직접 선출하는 지역구 국회의원만 뽑는 것이다. 이미 연구에서도 밝혀진 것처럼 비례대표 초선의원이 가장 반시장적이었다. 비례대표는 지역구가 없기 때문에 지역 경제로부터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고, 경제를 생각할 필요 없이 대중에 주목 받는 대중에 인기가 있을만한 반시장적 발언과 법안 행동에 친숙하기 때문이다.
현행 정당 추천에 의한 전국구 비례대표든 권역별 비례대표든 비례대표의 핵심적 문제점은 비례대표 의원들이 보이고 있는 이념적 편향성이다. 모두는 아니지만 많은 비례대표 초선들이 특히 좌파 이념으로 편향이 되어 있다는 것, 그리고 반(反)시장(市場) 지향적 투표성향을 보인다는 것은 이미 자유경제원의 연구에 의하여 밝혀진 바 있다. 그리고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은 국민들로 하여금 비례대표는 이석기 전의원으로 끝내야 한다는 의견을 형성하게 했고, 나아가 비례대표 제도의 존재 정당성을 근본적으로 의심하게 만들었다.
▲ 국정(國政) 감사이므로 정부기관장에 대하여 업무 감사를 하고 정보를 확인하고 하는 과정에서 호통을 치거나 막말을 할 필요가 없다. 그리고 기업감사가 아니고 국정감사이므로 기업인들을 불러내거나 혼내고 야단칠 필요는 더더욱 없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
비례대표 제도의 문제점은 비례대표 국회의원 제도가 본래의 효과를 냈는지는 의심이다. 직능대표라는 본래의 효과도 내지 못했고 또 부작용이 커서 이쯤해서 비례대표 제도 자체의 정당성을 검토해 볼 필요가 있겠다. 현재 비례대표 국회의원은 1인 2표제에 의한 정당 투표율에 근거하여 비례로 선출된다. 하지만 유권자가 자신이 직접 찍은 후보가 당선되는 것이 아니라 정당이 만든 리스트의 인사들 가운데서 선출되는 것이다. 따라서 첫째, 국민의 자유로운 선택을 방해하며, 둘째, 국민의 자유로운 선택이 아니므로 인지성(identifiability)과 책임성(responsibility)에서 커다란 문제가 발생한다. 때문에 우리나라의 비례대표 국회의원은 누구를 대표하는지 불분명하고 그에 따른 책임성도 명확하지 않다.
실제로 자신을 뽑아준 이는 정당의 실력자이므로 국민에게 책임을 지지 않고 당의 실력자에게 잘 보이면 되는 모순을 낳게 된다. 반면 스웨덴에서는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운용하지만 투표자가 선호하는 정치인을 표기함으로써 국민이 공천과 당선에 모두 직접 관여하게 된다. 따라서 우리의 비례대표 제도와 달리 국민의 자유로운 선택과 인지성 그리고 책임성 모두 확보되는 비례대표 제도다.
이러한 비례대표 국회의원에 대한 문제는 여·야를 넘어 많은 국회의원들이 정확하게 지적하고 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비례대표 확대에 대하여 “정치발전에 도움이 안 된다”며 “비례대표가 원래의 취지대로 운영되지 않아 왔다”고 종합적인 평가를 했다. 새정치연합의 조경태 의원은 국회 기자회견에서 “비례대표제는 한국 정치사에서 공천장사, 계파정치의 수단이자 도구로 활용돼 온 것이 사실이다.
공천헌금을 내고 당선된 후보들이 국회에 입성한 사례는 거론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다”고 하며, “비례대표 의원들은 자신에게 직을 준 당 지도부와 공천권을 행사한 의원들에게 소신 있는 정치행위와 발언을 하기는 어렵다...지금의 비례대표는 지역구 출마의 발판으로 악용되고 있는 등 전문성·직능 대표성 등 비례대표 고유의 의미가 퇴색된 지 오래다”라고 날카로운 비판을 가했다.
물론 비례대표가 사표(wasted vote)방지라는 중요한 기능을 수행하는 것은 맞지만, 비례대표 리스트 작성에서 발생하는 문제점이 장점을 압도한다. 따라서 국민의 직접 선택이 가능한 비례대표를 시행하지 않는 한 현재의 비례대표 제도는 심각한 한계가 존재한다. 사표라는 뜻도 죽은 표, 쓸데없는 표라는 의미는 아니고 선거 시장(election market)에서 유권자 다수의 선택을 받지 못한 표라는 의미가 정확하다.
둘째는 국회의원의 친시장적 성향에 대하여 국민적 지지를 보여주는 방안을 개발해서 꾸준히 실천하고 국회의원의 반시장적 발언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 하여 발표하고 문제점을 지적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여러 친시장적 시민단체 연합의 이름으로 시장친화 국회의원에 대해 명예와 상을 주는 것이다. 시장친화적 국회의원의 행위에 대해 국민이 잊지 않고 지지하고 있음을 알려주는 행사를 하는 것이다. 또 반시장적 발언과 법안, 투표를 모아 공개하고 문제점을 지적하는 행사를 지속하는 방안을 제안한다. /김인영 한림대 정치행정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