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규태 기자] 지난 27일 정부가 '2025년도 정부 예산안'을 발표했지만, 예산안 세부 항목을 놓고 국회를 장악한 더불어민주당이 송곳 심사를 별러서 여야 간 '예산전쟁'이 치열하게 펼쳐질 전망이다.
정부와 민주당이 가장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항목은 바로 지역사랑상품권(지역화폐) 예산이다. 윤석열 정부가 이 지역화폐 예산을 3년 연속 '0원'으로 삭감해서 그렇다.
민주당은 27일 열린 윤석열 대통령 주재 국무회의에서 내년도 정부 예산안이 의결되자, 입장문을 내고 "책임지고 국회 심사 과정에서 수정되도록 하겠다"며 대대적인 예산 수정을 예고하고 나섰다.
이 지역화폐 예산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총선 대표공약인 '전국민 25만원 지원법'과 맞물려 있다. '전국민 25만원 지원법'은 전국민에게 현금이 아니라 지역화폐를 지급하는 내용으로 짜여져 있다.
민주당이 당론 1호로 추진하는 '전국민 25만원 지원법'이라는 배경으로 인해, 내년도 예산안에 대한 국회 심사에서 여야가 가장 맞부딪힐 대목인 것이다.
특히 정부 주무부처인 기획재정부는 지역화폐 예산과 관련해 "각 지방자치단체가 추진하는 자체 지역화폐 사업에 국비를 지원할 수 없다"는 강경한 입장을 지난 3년간 고수하고 있다.
다만 과거 국회의 예산안 심사 과정에서 거대야당 민주당의 요구로 2023년도 예산안에 3525억원을 지역화폐 항목으로 편성했고, 2024년도에는 3000억원을 새로 편성했을 정도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사진 왼쪽)가 28일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2024.8.28. 한편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오른쪽)이 20일 국회에서 열린 2025년도 예산안 편성과 관련한 당정협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4.8.20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올해 12월 초까지 펼쳐질 여야 간 '예산전쟁'에서 지역화폐 다음으로 쟁점화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꼽히는건, 정부가 29조 7000억원을 편성한 연구개발(R&D) 예산이다.
정부는 전년 대비 3조 2000억원 증액했다는 입장이지만, 2년전 대폭 삭감했던 2023년도와 대비하면 4000억원 증가에 그쳤다. 민주당은 이에 대해 "정부가 적극적으로 미래를 대비하려는 의지가 있는지 의문스럽다"고 평가절하했다.
쟁점화될만한 또다른 이슈로는 공공주택 항목이다.
내년도 예산안에 25만 2000호를 기준으로 14조 9000억원의 예산을 편성했지만, 이는 올해 18조 1000억원(20만 5000호 기준)에 비해 3조 2000억원이 줄어들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 출신인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의 아이디어로 신축매입약정 방식을 일시불에서 3년 분할로 변경하면서, 첫해 들어가는 재정이 3조원 정도 줄어들은 것에 따른 예산 감소다.
이듬해부터 예산이 더 들어갈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이를 놓고 국회에서 여야 간 공방이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내년도 예산안에 편성한 25만 2000호의 공공주택 공급물량계획은 역대 최대 규모다. 이러한 장점을 감안해 일부 조정될 가능성이 높다.
향후 국회의 예산 심사 과정에서 항목별 예산을 증액하려면 헌법 제57조에 따라 '정부의 동의'가 필수다. 정부와 야당이 서로의 요구안을 놓고 타협이 필요한 대목이다. 앞으로 3~4개월간 양측이 구체적으로 어떤 협상 과정을 거쳐서 내년도 예산안을 확정할지 주목된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28일 본보 취재에 "일단 내년도 예산안을 발표하긴 했지만 앞으로 어떤 카드를 주고 받을지가 관건"이라며 "여야 협상과정에서 야당측 요구안을 일정부분 수용할 수 밖에 없고, 야당 또한 정부의 특정 항목에 대해 반대하기 힘들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