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준희 기자]정부가 자본력을 갖춘 사업자 참여를 유도해 20년 이상 장기간 임대주택 사업을 운영할 수 있도록 하는 새 장기민간임대주택을 제시했다.
다만 각종 규제 완화에도 계약기간 2+2년, 임대료 상승률 5% 상한 등 주택임대차보호법상 규제는 여전히 적용되는 점, 시장 내 전반적인 임대료 수준이 올라갈 수 있다는 점 등을 들어 실효성 측면에서는 우려도 제기된다.
정부가 법인이 대규모·장기간 임대주택을 공급할 수 있도록 하는 '신유형 장기민간임대주택 공급방안'을 발표했다./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29일 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리츠 등 법인이 대규모(단지별 100가구 이상), 장기간(20년 이상) 임대주택을 공급할 수 있도록 합리적 수준의 규제 완화와 공적 지원을 적용한 새로운 민간임대주택 사업모델을 마련하는 내용을 담은 ‘신유형 장기민간임대주택 공급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공급방안은 법인의 대규모 장기임대 운영을 어렵게 하는 임대료 규제 및 법인 중과세제를 완화하고 프로젝트파이낸싱(PF) 보증 및 기금 출·융자 등 금융지원, 취득·재산세 감면 등 세제혜택, 부지공급 및 도시계획 완화 등 지원책을 반영했다.
또 기업 목표와 여건에 적합한 비즈니스 모델을 선택할 수 있도록 사업모델을 자율형·준자율형·지원형 등으로 다양화하고 사업모델별 공적의무와 인센티브를 차등화해 사업자 선택권을 확대했다.
장기사업인 만큼 장기투자에 적합한 보험사도 참여할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을 제공하고 적절한 시기에 사업자 변경을 통해 수익을 실현할 수 있도록 포괄양수도도 허용하기로 했다. 임차인과 수익을 공유할 수 있도록 공모 임대리츠에 임차인 우선 참여도 허용한다.
자본력을 갖춘 민간 사업자를 임대주택 시장으로 끌어들여 임차인에 공급이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이번 발표의 골자다. 임대료 상승에 제약을 뒀던 규제를 완화하고 세제 혜택을 부여해 민간 사업자들이 사업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보험사 등도 사업자로 참여할 수 있도록 문을 연다는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정책의 방향성에 대해서는 대체로 공감하면서도 세부적인 부분에서는 ‘아쉽다’는 의견을 나타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그간 한국에서 리츠가 활성화되지 못했던 이유 등을 감안하면 보험사 등 투자를 이끌어내겠다는 것은 적절하지만 자금투자와 임대주택 운영은 서로 다른 역량을 필요로 한다”며 “그렇다면 대기업을 포함한 자본력을 갖춘 사업자를 장기임대시장에 참여시키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렇게 되면 브랜드 아파트, 임차인 관리 등 여러 사안이 충족된다”며 “해외 사례처럼 사업발굴·토지매입·설계·시공·임대·유지관리 등을 1개 회사가 모두 맡는 것도 생각해볼 수 있지만 국내에서는 설계·시공 겸업제한이나 대기업이 임대업을 영위하는 것에 대한 사회인식 등 다소 제약요건이 있다”고 덧붙였다.
공급모델을 자율형·준자율형·지원형 등 세 가지로 분류해 규제를 차등적으로 완화했지만 세 유형 모두 주택임대차보호법상 규제인 계약기간 2+2년, 임대료 상승률 5% 상한을 준수해야 한다는 점도 사업자 입장에서는 다소 난감한 부분이다.
이 연구위원은 “예를 들어 첫 세입자가 계약기간 4년(2+2년) 거주 후 시세에 맞춰 임대료를 인상할 때쯤 나가버리면 다음 세입자도 4년(2+2년)을 거주할 수 있다”며 “그렇다고 사업자가 4년 임대를 감안해 초기 임대료를 설정할 경우 인상폭이 너무 커 세입자 부담이 커지거나 인근 시세 대비 높아 임차인을 구하지 못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대형 법인사업자 입장에서는 운영하기 애매한 기준”이라며 “그렇다고 4년 계약으로 의무거주를 강제할 수도 없다”고 꼬집었다.
임대료 인상에 대한 전반적인 규제가 사라지면서 임대차 시장에서 임대료의 전반적인 상승을 초래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 연구위원은 “임대시장의 모든 주택을 공공임대로 대체할 수 없는 것처럼 법인사업자의 임대주택만으로 대체하는 것도 현실성이 떨어진다”며 “결국은 개인과 법인의 임대주택이 혼재하는 것이 자연스러우므로 다주택자에 대한 규제가 함께 논의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미디어펜=김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