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류준현 기자] 금융당국이 시중은행과 인터넷은행의 주택담보대출 폭증세를 의식해 사실상 '대출총량제'로 대출공급을 옥죄면서, 막차타기에 실패한 실수요자들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이 가운데 당국의 대출총량 기준치로부터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지방은행권이 3%대의 낮은 금리와 높은 한도로 수도권지역 실수요자들을 빠르게 흡수하고 있다. 특히 지방은행에서 시중은행으로 전환한 iM뱅크(옛 대구은행)는 업계 최저금리를 내세워 주담대를 빠르게 늘리고 있어 눈길을 끈다.
금융당국이 시중은행과 인터넷은행의 주택담보대출 폭증세를 의식해 사실상 '대출총량제'로 대출공급을 옥죄면서, 막차타기에 실패한 실수요자들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이 가운데 당국의 대출총량 기준치로부터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지방은행권이 3%대의 낮은 금리와 높은 한도로 수도권지역 실수요자들을 빠르게 흡수하고 있다./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iM뱅크는 5대(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시중은행 및 인터넷은행(카카오·케이)에서 밀려난 주담대 실수요자를 낮은 금리로 대거 흡수하고 있다.
iM뱅크가 판매 중인 'iM주택담보대출'의 금리는 연 2.85~3.85%로 금리하단은 업계 최저수준을 보이고 있다. 우대금리 0.6%p(△영업점장 전결감면금리 △부수거래 감면 금리 △금리감면 이벤트), 기타 금리감면 0.4%p (△모범납세자 0.2%p △실버세대(만 65세 이상) 부양자 및 다자녀가구(1가구 3자녀이상) 0.2%p) 등이 적용되는 덕분이다.
해당 대출은 5년 고정형 혼합금리 상품으로, 5년간 고정금리로 상품을 이용하다가 6년차부터 신규 자금조달비용지수(코픽스) 1년물을 준거금리로 대출금리를 책정한다. 대출한도는 KB시세 기준 담보인정비율(LTV) 70%(최대 10억원)까지, 대출기간은 최장 50년까지 설정할 수 있다.
시장에서는 iM뱅크의 대출상품이 파격적이라는 평가를 내놓는다. 5대 시중은행의 5년 고정형 주담대 금리는 전날 기준 KB국민 연 3.85~5.25%, 신한 연 4.06~5.47%, 하나 연 3.739~5.039%, 우리 연 4.34~5.54%, NH농협 연 3.65~6.05%를 각각 형성했다. 인터넷은행은 이날 기준 카카오뱅크 연 4.112~6.376%, 케이뱅크 연 3.87~5.68%를 각각 기록 중이다.
iM뱅크의 최고금리가 KB국민은행의 최저금리와 동률인 셈인데, 금융당국의 압박에 은행들이 대출금리를 20차례 이상 올린 까닭이다.
아울러 iM뱅크의 대출금리는 기타 금리감면 혜택 0.4%p를 누리지 못하더라도 두 번째로 금리가 낮은 BNK경남은행 연 3.55~6.11% 대비 금리하단이 크게 낮다.
iM뱅크 관계자는 "연 2.85%는 모든 우대조건을 충족했을 경우 받을 수 있는 최하단금리로, (일반 대출자는) 보통 3.2~3.3%대의 금리로 받는 편이다"고 설명했다. 이 외 BNK부산은행이 최저 연 3.74%, 광주은행이 최저 연 4.05%를 기록해 지방은행 금리가 대형 시중은행보다 다수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방은행이 이처럼 공격적인 영업을 펼칠 수 있는 건 지역기업을 대상으로 기업금융을 의무적으로 실시해야 하는 '중소기업의무대출' 제도의 영향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원천적으로 개인금융보다 기업금융에 집중했던 탓에 오히려 최근에는 대출 밸런스를 고려해 모객에 적극 나설 수 있게 된 것이다. 지난해 한국은행이 지방은행의 중소기업 대출비율을 60%에서 50%로 하향조정했지만, 지역을 기반으로 자금을 공급하고 있는 만큼 여전히 기업금융 비중이 높다.
특히 기업금융 비중이 한때 65%에 달했던 iM뱅크는 가계대출 중심의 시중은행으로 전환하게 돼, 당국이 문제를 제기한 '은행별 가계대출 총량'에서 매우 유리한 고지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시중은행들은 자체 DSR 도입으로 대출한도를 축소하거나 대출기간 축소, 조건부 전세대출 취급 등 극단적 조치를 취해 사실상 주담대 영업을 축소하고 있다. 인터넷은행은 다소 완화적 스탠스를 취하고 있지만 '포용금융'에 집중하라는 당국의 메시지를 의식해 일일 신청물량을 제한하는 등 영업에 다소 소극적이다.
한 지방은행 관계자는 "지방은행이 대출총량 이내에서 안정적으로 주담대를 관리할 수 있는 건 그동안 기업대출 비중이 높았던 덕분"이라며 "현재로선 금감원의 가이드라인 이내에서 적당히 관리할 수 있기 때문에 대출한도가 남아 있다"고 설명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비대면대출을 신청하지 못한 대출자들이 지방은행 수도권 영업점을 찾거나 지방 영업점까지 직접 원정에 나선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실수요자가 은행 앱을 통해 비대면으로 대출을 신청할 수 있지만, 은행 자체적으로 당일 신청물량을 제한하고 있어 희망하는 날에 대출을 신청할 수 없다는 우려 때문이다. 잔금일을 고려한 대출신청일이 임박한 실수요자일수록 대면상담을 선호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한 관계자는 "비대면 앱상 일정 신청건수가 채워지면 안내페이지 상 접수불가 메시지가 뜨다보니 급하게 필요한 고객일수록 오프라인을 찾는 것 같다"며 "서울 등 수도권 영업점에 대면상담을 받으려는 실수요자들이 최근 많이 몰리고 있고 대출상담사를 통한 신청도 꽤 있다"고 설명했다.
[미디어펜=류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