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류준현 기자] 최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발 기준금리 인하 기대에 힘입어 시장금리 하락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은행권 예대금리차(대출금리-예금금리)가 커질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예적금(수신)금리는 시장금리를 반영해 계속 하락세를 보인 반면, 대출금리는 당국의 대출 관리 압박에 못이겨 약 20차례 이상 인상된 까닭이다. 예대금리차는 지난 5~7월 3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였는데, 은행들의 가산금리 확대 및 우대금리 축소 등이 반영된 8월부터 상황이 역전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최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발 기준금리 인하 기대에 힘입어 시장금리 하락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은행권 예대금리차(대출금리-예금금리)가 커질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예적금(수신)금리는 시장금리를 반영해 계속 하락세를 보인 반면, 대출금리는 당국의 대출 관리 압박에 못이겨 약 20차례 이상 인상된 까닭이다./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2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 시중은행의 7월 신규 취급 기준 가계(정책서민금융 제외) 예대금리차는 평균 0.434%포인트(p)로 집계됐다. 6월 약 0.514%p보다 줄어든 수치인데, 지난 5월부터 3개월 연속 축소됐다.
이 같은 예대금리차 축소는 대출금리 하락폭이 수신금리 하락보다 큰 까닭이다. 7월 5대 은행의 평균 가계대출 금리는 3.862%로 전월 4.032%보다 0.17%p 하락했다. 7월 평균 저축성수신금리는 3.428%로 전달 3.504%에서 0.076%p 내렸다.
은행들이 금융당국으로부터 지적 받았던 '이자장사' 논란에서 해방될 만한 실적이다. 하지만 8월부터 상황은 역전될 전망이다. 수신금리가 시장금리 하락세를 반영해 줄인하하는 반면, 대출금리는 가산금리 영향으로 급등한 까닭이다.
우선 하나은행이 지난달 30일 수신상품 금리를 최대 0.2%포인트(p) 인하했다. '하나의 정기예금' 기본금리는 24개월 이상 연 2.70%, 36개월 이상 연 2.80%에서 0.10%p씩 내린 연 2.60%, 연 2.70%로 각각 조정됐다. 하나은행은 지난 6월부터 세 차례에 걸쳐 이 상품의 1년 만기 기본금리를 0.05%p씩 내렸는데, 이번에 2·3년 만기 금리도 내렸다.
'내맘적금'(자유적립식) 금리도 가입 기간(6개월∼60개월)에 따라 기존 연 2.60∼3.00%에서 연 2.40∼2.80%로 상하단 모두 0.20%p씩 하향 조정됐다. 하나은행은 지난 7월 자유적립식에, 8월 1일에는 정액적립식 상품에 각각 기본금리를 0.55%p 인하했는데, 이번에 추가로 금리를 내렸다.
인터넷은행 케이뱅크도 지난달 31일 주요 적금 상품 금리를 최대 0.20%p 인하했다. 코드K자유적금 기본금리는 가입 기간(1개월∼3년)에 따라 연 3.30∼4.10%에서 연 3.20∼3.90%로 하향 조정됐다. 주거래우대 자유적금 금리도 가입 기간(6개월∼3년)에 따라, 기본금리가 연 3.50∼4.00%에서 연 3.40∼3.80%로 낮아졌다.
이 외에도 신한은행이 지난달 2일 수신상품의 기본금리를 최대 0.20%p 낮췄으며, KB국민은행과 NH농협은행도 지난달 5일 수신상품 기본금리를 내렸다. 은행들은 이 같은 시장금리 하락세와 국내외 기준금리 인하에 대비해 추가 금리 인하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은행들의 대출금리는 줄인상하고 있다. 특히 고정금리형(혼합형) 주택담보대출 상품의 경우 금리하단이 한 달 새 0.8%p 이상 급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지난달 30일 기준 주담대 혼합형 금리는 연 3.850∼5.736%를 기록했다. 지난달 2일 연 3.030∼5.204%에 견주면 하단이 약 0.820%p, 상단이 약 0.532%p 오른 셈이다.
하지만 은행권이 판매 중인 고정금리형 주담대의 준거금리인 '은행채 5년물' 금리는 변화가 미미했다.
이날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은행채 5년물(무보증, AAA) 금리는 3.291%로 마감했다. 지난 7월 25일 3.301% 이후 최고 수준이지만 금리가 가장 낮았던 지난달 5일 3.101%에 견주면 변동폭이 약 0.20%p에 불과했다. 지난달 평균금리가 평균적으로 3.2%대에 형성됐던 만큼, 등락이 거의 없었던 셈이다. 지난달 2일 은행채 금리 3.204%와 30일 금리를 비교해도 격차가 0.087%p에 불과했다.
즉 대출금리 하단을 비교하면 은행들이 해당 기간 채권금리보다 약 10배에 달하는 이자를 책정해 대출을 공급한 것이다.
변동금리 대출도 금리하단이 올랐는데, 신규코픽스 기준 연 4.590∼6.541%를 기록해 하단이 0.560%p 올랐다. 변동금리의 지표인 '자금조달비용지수(코픽스·COFIX)'가 3.520%에서 3.420%로 오히려 하락했는데, 금리 하단은 오히려 상승한 것이다.
은행권에서는 최근 대출금리가 시장금리 흐름에 따라 줄인하하지 않고, 가산금리 반영으로 대폭 인상하는 금리역전 현상을 보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은행들이 가계대출 관리를 요구하는 금융당국의 압박에 못 이겨 가산금리 인상에 나선 까닭이다.
앞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7월 2일 열린 임원회의에서 "성급한 금리 인하 기대와 국지적 주택가격 반등에 편승한 무리한 대출 확대는 가계부채 문제를 악화시킬 우려가 있다"고 발언한 바 있다.
당시 회의를 전후로 은행들은 두 달 새 대출금리를 20차례 이상 인상했다. 이에 줄곧 감소세를 보이던 예대금리차도 가산금리 인상이 본격 반영된 8월부터 급반등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 은행 관계자는 "그동안 수신금리를 올리고 대출금리를 인하하면서 예대금리차가 7월까지 3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였다"면서도 "당국의 가계대출 압박에 은행들이 가산금리를 조정해 대출금리를 인상했던 만큼 향후 예대금리차 확대는 불가피할 전망이다"고 말했다.
한편 이 원장은 은행권의 가계대출 금리인상에 강하게 비판한 상태다. 이 원장은 지난달 25일 '일요진단 라이브'에서 "올 상반기 은행들도 예상치 못한 시장 촉발 요인 때문에 예상보다 가계대출 수요가 급증했고, 이에 놀라 쉽게 관리하기 위해 금리를 올린 것이다"며 "이에 예대금리차도 벌어지게 됐고, 소비자 입장에선 이자가 많이 늘어나다 보니 일종의 왜곡 현상이 생긴 게 아니냐는 불만이 나오는 것도 이해한다"고 말했다.
또 "은행들이 쉽게 돈을 많이 벌기 위해 금리를 올리는 식으로 대응하기보단 포트폴리오를 체계적으로 관리했으면 좋겠다"며 "지금까지는 시장 자율성 측면에서 은행들의 금리 정책에 관여를 안 했지만, 앞으로는 은행에 대한 개입을 더 세게 해야 하는 거 아닌가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이 원장의 해당 발언 이후 은행들이 '대출총량제'에 준하는 대출영업 자제로 기조를 바꾸면서, 실수요자들의 혼란은 더욱 가중되고 있다. 이에 이 원장은 오는 4일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신관을 찾아 실수요자 및 전문가들과 현장 간담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미디어펜=류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