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성준 기자]정부와 금융당국의 주택담보대출 조이기가 과열된 부동산 시장을 진정시킬 수 있을 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최근 부동산 시장은 서울 집값이 23주 연속 오르는 등 가파른 상승세를 보여왔다. 이번 조치로 부동산 투기 심리가 줄어들지 않으면 더 강력한 조치도 염두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2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실행된 후 첫 영업일인 2일 오후 서울의 한 시중은행의 대출 창구가 한산한 모습이다./사진=연합뉴스
3일 금융권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이달부터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를 적용했다.
올해 2월 1단계 스트레스 DSR 규제가 시행되면서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을 대상으로 스트레스 금리 0.38%포인트(p)가 가산됐지만, 이달부터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신용대출과 2금융권 주택담보대출에 0.75%p, 은행권 수도권 주택담보대출에는 1.2%p의 가산금리가 적용됐다.
이밖에 주담대 최장 만기가 40년에서 30년으로 줄고, 주택 담보 생활안정자금 대출 한도도 기존 2억 원에서 1억 원으로 축소된다. 또한 전세자금대출은 무주택 가구만 받을 수 있게 해 대출을 통한 '세 안고 매매(갭투자)'가 어려워졌다.
◆가계부채 이대론 '위험'…올해 주담대 70% 정책대출
주담대 줄이기에 팔을 걷어붙인 이유는 현재 우리나라 가계부채가 위험 수위에 다다랐기 때문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8월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8월 말 가계대출 잔액은 725조3642억 원으로 지난 7월(715조7393억 원)보다 9조6259억 원 증가했다.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568조6616억 원으로 7월 말(559조7501억 원)보다 8조9115억원 늘었다.
가계대출 잔액은 2016년 1월 이후 가장 큰 월간 증가 폭이며 기존 기록이었던 2020년 11월(9조4195억 원)보다도 규모가 컸다.
25일 서울 시내 한 은행에 주택담보대출 안내문이 붙어 있다./사진=연합뉴스
주담대는 지난 7월 증가 폭(7조5975억 원)이 역대 최대치였지만 한 달 만에 1조3140억 원을 웃돌아 2016년 이후 최대 월간 증가 규모를 기록했다.
신용대출도 한 달 만에 8494억 원 늘었는데 올해 들어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다. 전세대출 잔액은 118조8363억 원으로 전월(118조6241억 원)보다 2122억 원 늘어 올해 5월부터 넉 달 연속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가계부채 증가의 적지 않은 이유는 주담대 증가에서 찾을 수 있다.
올해 주담대의 70%가 정부의 정책 대출로 발생했다는 점과 더불어 지난달 주요 시중은행 주담대와 가계대출 전체 증가 폭이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특히 이번 스트레스 DSR 2단계 시행 직전인 지난달 30일에는 단 하루 만에 주담대 잔액이 1조 6000억 원가량 급증했다.
정부가 연초부터 초저리 생애최초대출·신생아특례대출 등 정책대출을 풀어줬고, 해당 대출이 유동자금으로 풀리면서 서울 부동산 시장은 올해 들어 계속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정부는 부동산 상승세가 심상치 않다고 보고 과도한 가계부채를 관리하기에 나선 것이다.
◆영끌·패닉바잉 감소 전망…9월 이후 추가 조치 검토 가능
당국의 대출 규제 움직임에 시중 은행들은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올리고 유주택자에 대한 추가 주담대를 제한하는 등 즉각 반응하고 있다.
수도권 주담대 최장 대출 기간을 30년으로 줄이고 생활안정자금 목적 주담대 한도도 1억 원으로 제한했다. 신규 주담대의 모기지보험(MCI·MCG) 취급도 중단했다.
시장에서는 대출 조이기로 1주택자의 갭투자, 추격매수나 소위 '영끌'과 '패닉바잉' 등은 적지 않게 감소할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무주택자도 신규 대출을 일으켜 오를 대로 오른 주택 매수에 나설 동인을 상당 부분 잃을 것으로 관측된다.
한 시민이 서울 한강 이북에서 강남 압구정 현대아파트 단지를 바라보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예를 들어 연소득으로 6000만 원(가구당 평균소득 수준)인 차주는 2단계 스트레스DSR 도입 전 4억 원의 대출 한도를 부여받았지만 2단계 스트레스DSR 적용으로 수도권 주담대를 받을 경우 한도가 3억6400만 원으로 약 5500만 원 가량 줄어든다.
집값이 오른 데 반해 대출 한도와 기한은 줄어들어 매매가 원활하지 않을 것으로 풀이된다.
또 다른 변수는 금리다. 미국 당국이 9월 기준 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 확실시 되면서 금리 인하를 의도적으로 미뤄왔던 우리나라도 동반 인하에 나설 것으로 점쳐진다.
금융당국은 이러할 경우 DSR범위를 확대하는 추가대책을 내놓을 것으로 관측된다. DSR 대상에서 제외됐던 정책모기지와 전세대출을 DSR 범위에 포함하는 방식이 유력하다.
최후의 수단으로 LTV 규제를 통해 주담대를 원천적으로 제한하는 방안도 검토 대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과 은행권은 발생할 수 있는 여러 시나리오를 대비하기 위해 LTV 규제 등 모든 대책을 테이블 위에 올려 놓고 있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이번 DSR 규제 조치는 서울 집값을 견인한 강남 3구보다는 외곽 지역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면서 "최근 서울 중심지에서 시작해 외곽으로 거래량 증가하던 부분들이 관망세로 바뀌면서 주춤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하반기 전망에 대해선 "미국 기준금리가 인하되더라도 국내 시장 금리 조정을 안 해도 될 정도로 둘 간의 격차가 적어 당장 주담대 금리까지 낮아지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하반기로 갈 수록 당국의 금융 규제가 강화되는 분위기가 최근 2년째 반복되고 있는데, 집값 또한 대출에 대한 규제들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조성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