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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원성 의식했나…이복현 "실수요 대출, 최대한 보호해야"

2024-09-04 10:00 | 류준현 기자 | jhryu@mediapen.com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최근 은행권의 가계대출 영업행태를 거듭 경고했던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실수요자들의 원성을 의식해 한 발 물러선 듯한 의견을 내놨다. 실거주 목적으로 주택담보대출을 받으려 하거나, 잔금일을 앞둔 실수요자들의 대출까지 제약해선 안 된다는 입장이다. 

그러면서 "실수요를 보호하면서 가계대출을 효과적으로 관리하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인지 금융권과 함께 모색하겠다"고 강조했다.

최근 은행권의 가계대출 영업행태를 거듭 경고했던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실수요자들의 원성을 의식해 한 발 물러선 듯한 의견을 내놨다. 실거주 목적으로 주택담보대출을 받으려 하거나, 잔금일을 앞둔 실수요자들의 대출까지 제약해선 안 된다는 입장이다./사진=금융감독원 제공



그동안 시장금리 하락세 속 대출금리 인하, 서울 등 수도권 중심의 주택가격 상승,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 시행 유예 등으로 '패닉바잉'이 조성되자, 이 원장은 '성급한 금리 인하 기대'를 거론하며 은행들의 20차례 이상 대출금리 인상을 이끌었다. 

하지만 패닉바잉 열풍 속 은행들의 이자장사만 부추기면서 이 원장은 또다시 은행권을 강력 비판했다. 이에 은행들은 최근 '대출총량제'에 준하는 주담대·전세대출 제한으로 맞서고 있는데, 잔금일을 앞둔 실수요자의 피해가 커지자 이 원장이 한 발 후퇴한 모습이다. 

금감원은 4일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본점에서 이 원장 주재로 최근 가계대출 관리와 관련해 금융소비자, 시장전문가, 금융권 협회 등이 참석하는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날 간담회는 최근 은행권 가계대출 관리와 관련한 대출 실수요자 및 은행 창구직원 등 영업 현장의 애로·건의사항을 청취하고, 부동산시장 전문가 및 업계 등으로부터 다양한 의견 등을 취합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 원장은 이날 모두발언에서 "최근 주택시장 회복 기대와 금리 인하 전망 등으로 가계대출이 큰 폭 증가하고 있어 여러모로 걱정이 앞선다"며 "과거 여러 차례 경험했던 것처럼 주택시장 회복 시기에 공급과 수요가 적절히 관리되지 않을 경우 과도한 차입을 동반한 주택구매가 확산되고 내 집 마련을 바라는 실수요자분들의 심리적 불안도 초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원장은 최근 은행권이 자체 시행 중인 대출 관리방안으로 실수요자들의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유의해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갭투자 등 투기수요 대출에 대해서는 심사를 강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면서도 "정상적인 주택 거래 과정에서 발생하는 여러 형태의 대출 실수요까지 제약받는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세심히 관리해 나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은행권 가계대출 관리강화 조치 이전 이미 대출상담 또는 신청이 있었거나 주택거래가 확인되는 차주의 경우 고객과의 신뢰 차원에서 정당한 기대를 최대한 보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사실상 실거주 목적의 대출까지 막아선 안 된다는 입장이다. 이는 이 원장의 최근 은행권 이자장사 관련 발언 이후 은행권이 신규 대출을 급격히 틀어막으면서 실수요자들의 피해로 이어진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또 추가 신규 대출 공급을 위한 방안으로 '주담대 상환액'을 언급했다. 이 원장은 "전 은행권에서 발생하는 주택담보대출 상환액을 적절히 활용한다면, 대출규모를 관리하면서도 실수요자에 대한 신규자금도 충분히 공급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원장은 주담대 폭증현상이 비단 은행권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며, 타 업권에서도 지나친 대출 공급을 자제하라는 의견을 내비쳤다. 

그는 "최근에는 대출 정보의 유통속도가 빨라 금융회사간 대출수요가 이동하는 이른바 풍선효과 우려도 크므로 은행권 뿐 아니라 보험, 중소금융회사 등 전 금융권이 합심해 관리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은행에 이어 2금융권에도 대출영업을 간접적으로 경고한 것인데, 당국은 보험·상호금융에도 같은 잣대로 일일 모니터링 체계를 가동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금융당국도 금융권과 긴밀히 소통하면서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창구 동향을 면밀히 모니터링할 것"이라며 "현재 추진하고 있는 부동산PF 재구조화도 차질 없이 진행해 공급측면에서도 주택시장이 안정화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전했다.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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