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연지 기자]인천 청라에서 발생한 전기차 화재 이후 전기차에 관한 민심이 나빠지고, 중고 전기차 가격도 급락하면서 업계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완성차업체들은 자동차 및 배터리 제조사도 배터리 정보를 공개하고 배터리 관리 시스템(BMS)의 기술력을 전파하는 등 전기차 공포심을 해소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는 한편 무상점검, 보증기간 연장, 중고차 가격 보장 등 전기차에 대한 고객 신뢰 회복을 위해 만전을 기하고 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와 기아는 지난달 각각 캐스퍼 EV, EV3 등 신차 효과로 전기차 시장에서는 유의미한 성과를 기록했지만 기존 모델의 판매 부진은 심화했다. 현대차에 따르면 8월 전동화 모델 합산 국내 판매량은 3676대를 기록했다. 특히 캐스퍼 EV가 1439대 판매되며 전동화 모델 연중 최다 판매 달성을 견인했지만, 아이오닉5(-30.7%), G80(-90.9%), GV60(-48.4%), 코나(-48.2%) 등 기존 모델 판매는 부진했다.
기아도 비슷한 상황이다. 기아의 지난달 친환경차 판매량은 전년 대비 6.4% 줄어든 1만6697대로 집계됐다. EV6 판매량은 전년보다 36.8% 감소한 599대를 기록했고, EV9은 77.5% 줄어든 92대로 나타났다.
수입차 시장도 다르지 않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지난달 수입 전기차는 전월(7월) 대비 11% 감소한 4115대가 팔렸다. 특히 테슬라는 7월(2680대) 대비 18% 감소한 2208대가 판매됐다.
전기 중고차 가격도 하락세다. 중고차 플랫폼 운영사 '첫차'가 8월 한 달간 거래량이 많았던 전기차 10종(국산차 6종·수입차 4종)의 9월 중고차 시세를 8월과 비교·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기아 쏘울 EV를 제외한 9개 모델의 시세가 하락했다.
특히 화재 사고로 안전성 논란에 휩싸인 벤츠 EQE 350+ 모델(2023년식 기준)의 중고 시세는 현재 5000만∼6000만 원대로 형성됐다. 지난 7월 대비 3.4% 하락한 수치이며, 신차 출고 당시 가격과 비교하면 44% 급락한 수준이다. 2021년식 벤츠 EQA 250 모델 시세는 신차 가격 대비 31% 하락했다.
완성차 업체들은 △전기차 안심점검 서비스 △배터리 기본 점검 강화 등 고객 신뢰 회복과 전기차 수요 활성화를 위해 다방면으로 힘쓰고 있다. 현대차는 전기차 구매부터 매각까지 고객의 EV 라이프를 책임지는 통합 케어 프로그램을 출시하고, 전기차 구매 활성화를 위한 엔트리 트림을 신설했다.
현대차는 'EV 에브리 케어+'를 통해 고객의 전기차에 대한 불안감을 보다 적극적으로 해소하고 고객의 전기차 이용 만족도를 높여 국내 전기차 보급을 활성화한다는 방침이다. 현대차는 기존 프로그램에 △EV 안심 점검 서비스 △EV 보증 연장 △EV 전용 타이어 제공 등의 새로운 혜택이 추가하고, 신차 교환 지원 서비스 기간도 확대했다.
현대차는 전기차 구매 접근성 제고를 위해 합리적인 가격의 엔트리 트림 'E-Value +'도 신설했다. 'E-Value +'는 전기차 구매 접근성을 제고하기 위해 현대차에서 새롭게 준비한 엔트리 트림으로 보다 합리적인 가격대를 형성했다.
△아이오닉 5·6 △코나 일렉트릭에서 만나볼 수 있는 'E-Value + 트림'은 스탠다드(기본형) 모델과 동일한 배터리를 탑재된 기본 성능에 충실한 실속형 모델이다. 모델별 판매 시작 가격은 △코나 일렉트릭 4142만 원 △아이오닉 5 4700만 원 △아이오닉 6 4695만 원으로 정부 및 지자체 보조금을 적용하면 실 구매가격은 3000만원 대로 예상된다.
기아도 '기아 e-라이프 패키지'를 통해 전체 전기차 고객을 대상으로 △홈 충전기 구매 지원 프로그램 제공 △중고차 잔존가치 보장 △1년 이내 전손사고 발생 후 기아 신차 재구매 시 전손 차량 가격과 전손보험금의 차액 지원 등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수입차 업체들도 무상점검 등을 통한 소비자 불안감 줄이기에 몰두하고 있다. BMW코리아는 전국 공식 딜러사에 'BMW 전기차 안전 가이드'를 배포하는 등 순수 전기차를 대상으로 특별 안전점검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렉서스코리아는 오는 30일까지 전국 렉서스 공식 서비스 센터에서 총 57가지 항목의 정기 점검을 받을 수 있는 '렉서스 전기차 무상 점검 서비스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폴스타도 고객 불안 해소를 위해 내년 3월까지 무상 점검 서비스를 제공한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달 현대차와 기아의 전기차 판매량을 보면, 신차를 제외하면 사실상 전기차 판매량은 크게 부진한 상황"이라면서 "전기차 판매량이 급감하고, 중고 전기차 가격도 크게 떨어졌다. 전기차에 대한 막연한 공포심 확산을 막고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김연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