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서동영 기자]건설사들이 최근들어 중동 중심 해외수주에서 벗어나려는 움직임을 보고 있다. 최근 리스크가 불거진 중동에서 벗어나 안정적 수주를 위해 시장 다각화에 힘쓰는 움직임이다.
대우건설이 원전 시공할 장소인 체코 두코바니의 원전 1~4호기 전경./사진=체코전력공사
5일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국내 건설사들의 올해 상반기 해외수주액 중 중동이 전체 3분의 2에 가까운 64.4%(100억3000만 달러)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뒤를 이어 북미·태평양 14.6%(22억7000만 달러), 아시아 14.0%(21억9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나머지는 중남미 3.3%(5억667만 달러), 유럽 2.8%(4억4996만 달러), 아프리카 0.8%(1억3271만 달러)로 비중이 한자릿수에 그쳤다.
하반기 들어 변화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지난 7월 해외수주고는 49개국 57건으로 총 12억9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지역별로 보면 중동 26.9%(3억5000만달러), 중남미 24.8%(3억2000만 달러), 북미·태평양 21.8%(2억8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중동이 크게 줄어든 대신 중남미와 북미 태평양 비중이 그만큼 커진 셈이다.
주요 수주 목록을 보면 GS건설은 브라질과 오만에서 오리뇨스 수처리 사업(3억3058만 달러)과 구브라 3단계 해수담수화 사업(2억7600만 달러)을 각각 따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유럽 중부인 폴란드에서 폴리머리 폴리체 PDH/PP 플랜트(8142만 달러) 수주에 성공했다. 대우건설은 홍콩에서 판링 우회도로 동부 구간 공사(5854만 달러)를 따냈다.
건설사들의 이 같은 해외수주 다각화 움직임은 최근 중동 정세 불안과 연결된다. 건설사들이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과 이스라엘-이란 간 갈등 악화 등으로 중동 전역이 요동칠 수 있는 가능성을 대비해 중동 수주에 신중해졌기 때문이다. 중동 수주를 줄이면서 다른 지역도 찾아볼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외부적 환경 요인으로 인한 중동 수주 감소가 수주 다각화에 영향을 끼쳤지만 건설사들의 노력도 수주 파이프라인 다양화에 한몫했다.
최근 국내 건설사들은 해외수주 확대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중동 외에도 유럽, 북중미 남미 등 그동안 상대적으로 발길이 뜸했던 지역을 공략하고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건설사로서는 최대한 리스크를 줄여야 한다는 점에서 해외수주 다변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대우건설은 최근 팀코리아 일원으로서 체코 원전 건설 사업을 수주한 바 있다. 또 세계건설사 1위 중국 CSCEC와 해외프로젝트 공동협력을 위한 MOU도 체결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미국 힐스보로 태양광발전 사업권을 인수했고 현대건설은 불가리아 코즐로두이 원전 수주를 위해 힘쓰고 있다. 특히 대형건설사들은 타 해외건설사보다 경쟁력이 높은 원전과 SMR(소형모듈원전) 등에 노력하고 있는 점이 돋보인다.
대형건설사들과 달리 해외에서의 실적이나 현지 네트워크 등이 부족한 중견건설사들은 공적개발원조(ODA) 프로그램을 통해 북중미·남미 등 개도국에서 공사를 따내고 있다. 동부건설은 지난 3월 북중미 엘살바도르에서 로스초로스 교량건설 및 도로 확장사업을 따냈다. 한국 정부의 대외경제협력기금(EDCF)이 투입된 공사다.
이같은 수주 다각화는 장기적으로 국내 건설업계에 긍정적인 부분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기대다. 김화랑 부연구위원은 "여전히 중동 지역 수주 비중이 높기는 하지만 앞으로도 계속해서 안정적인 건설시장 확보를 위해서는 미주 지역 등 파이프라인 확대를 위해 꾸준히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미디어펜=서동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