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박준모 기자]HD현대 정기선 부회장이 그룹 신사업으로 꼽히는 AI(인공지능)과 수소를 직접 챙기면서 경영 광폭 행보를 보이고 있다. AI를 통해 조선·건설기계 사업을 선도한다는 계획이며, 최근 수소연료전지 자회사를 설립하면서 수소 사업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올해 들어서는 자사주 매입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책임 경영을 강화하고 있으며, 임직원과의 소통에도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HD현대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정기선 HD현대 부회장이 CES 2024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사진=HD현대 제공
◆AI·수소 사업으로 그룹 미래 챙긴다
5일 업계에 따르면 HD현대는 올해 상반기 누적 영업이익 1조6734억 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1조60억 원보다 6674억 원(66.3%) 증가했다.
HD현대가 올해 호실적을 올리면서 정기선 부회장의 경영능력 역시 입증했다는 평가다. 2022년까지 흑자에 시달리던 조선사업 부문에서 선별수주 전략을 통해 지난해 흑자 달성에 성공하더니 올해는 1조 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실현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건설기계, 전력기기 등에서도 안정적인 실적을 올리면서 그룹의 성장에 기여하고 있다.
정 부회장은 이에 그치지 않고 미래 경영에도 나서고 있다. 특히 AI와 수소에 힘을 주고 있다.
먼저 AI는 조선과 건설기계에 접목해 사업을 이끌어간다는 구상이다. 정 부회장은 조선과 건설기계 모두 AI와 접목하면 누구나 일상에서 활용할 수 있는 분야로 봤다.
조선 부문에서는 안전하고 친환경적인 선박을 위해 AI 기술을 적용한다. AI 기술이 선박의 주요 장비 상태를 실시간으로 진단해 사고를 사전예방하면서 안전관리를 담당하고, 선박의 최적 운항 경로를 제공해 연료 소모를 줄이면서 탄소 배출을 줄인다.
또 AI 기술을 활용해 최신예 원해경비함·무인수상정 등을 건조해 특수선 분야에서도 경쟁력을 제고한다는 방침이다.
건설기계 부문에서도 AI 기술을 접목해 무인 자율운행을 추진하고 있다. 이미 건설기계 장비들을 무인으로 원격 조종할 수 있는 기술까지 갖춘 상태다. 향후에는 HD현대의 모든 사업 부문에서 AI 기술이 반영될 예정이다.
수소 사업을 위해서는 지난달 ‘HD하이드로젠’을 출범시켰다. 이를 통해 수소연료전지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하게 됐다. HD하이드로젠은 출범하면서 곧바로 연료전지 시스템 분야 글로벌 기업인 ‘컨비온’을 7200만 유로(약 1066억 원)에 인수하면서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는 정 회장이 직접 발표한 ‘수소 드림 2030’의 일관으로 볼 수 있다. ‘수소 드림 2030’은 2030년까지 수소의 생산부터 운송, 저장, 활용까지 수소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을 핵심으로 한다. 정 부회장이 직접 기획 단계에서부터 참여한 프로젝트인 만큼 수소 관련 사업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정 부회장은 HD현대그룹에서 10년 넘게 경험을 쌓으면서 회사에 대한 높은 이해도를 바탕으로 안정적으로 경영을 이어 나가고 있다”며 “신사업도 직접 진두지휘하면서 미래 경영에도 힘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책임 경영 강화 속 소통 행보 ‘눈길’
정 부회장은 미래 경영에 속도를 내는 동시에 책임 경영에 대한 의지도 내비치고 있다.
정 부회장은 올해 들어 책임 경영의 일환으로 HD현대 자사주를 대거 매입했다. 지난해 말 기준 415만5485주를 보유하고 있었는데 현재까지 483만7985주까지 보유 주식수를 늘렸다. 8개월 만에 68만2500주가 증가한 것으로 지분율도 5.26%에서 6.12%까지 높아졌다.
HD현대 주식이 저평가를 받고 있는 상태에서 정 부회장의 자사주 매입은 주가 부양의 원동력이 됐다. 실제 4월 최저가인 5만6900원까지 떨어졌던 주가는 현재 7만6000원 대까지 회복한 상태다.
이와 동시에 자사주를 매입하면서 지배력도 강화하게 됐다는 평가다. 정 부회장은 오너 3세임에도 불구하고 5%대의 지분만을 보유해 지배력이 약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하지만 올해 들어 지분율이 6%를 넘기면서 점차 그룹 내 지배력을 강화하고 있다.
정 부회장의 소통 행보도 눈길을 끈다. 정 부회장은 최근 HD현대오일뱅크 대산공장을 찾아 임직원들을 직접 격려하고 애로사항 등도 청취했다. 이외에도 신입사원들과 점심을 하고, 워킹맘들과의 소통하는 자리도 마련하면서 일과 육아를 병행할 수 있는 방안을 같이 고민하기도 했다. 정 부회장은 직접 직원들에게 ‘일하고 싶은 회사’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재계 관계자는 “정 부회장은 타인의 의견을 경청하고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 경영스타일을 고수하면서 소통 행보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며 “HD현대가 수평적인 조직문화를 구축하는 데에도 일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디어펜=박준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