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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베테랑2' 액션도 메시지도 더 근사해졌지만…우리가 바랐던 건

2024-09-10 07:00 | 이동건 기자 | ldg@mediapen.com
[미디어펜=이동건 기자] 9년 만에 '베테랑'이 돌아왔다. '돈이 없지 가오는 충만했던' 베테랑 군단의 팀업 액션물이 어떻게 진화했을지, 열렬히 기대했을 관객들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베테랑'의 코드는 달라졌다. '베테랑2'는 유쾌한 팀플레이의 답습을 포기하고, 대조적인 두 남자가 세상과 벌이는 싸움에 집중해 더 깊어진 이야기를 들려준다. 정의와 신념의 대비를 통해 우리 사회의 아이러니를 이야기한다. 이 아이러니를 수행하는 이는 서도철(황정민)과 박선우(정해인)다. 

이야기는 '해치'로 불리는 자경단의 사적 제재가 연달아 발생하고, 연쇄살인 정황을 포착한 도철이 그 뒤를 좇으며 흘러간다. 사적 제재 대상을 보호하는 과정에서 현장의 난동을 진압해 도철의 눈에 띈 선우는 강력범죄수사대에 합류하고, 두 사람은 본격적으로 사건을 파헤치기 시작한다.


사진=영화 '베테랑2' 스틸컷



도철은 선우를 자신과 똑 닮은 열혈 형사로 여기고 아끼지만, 미스 봉(장윤주)의 말처럼 두 사람은 너무 다르다. 인상뿐만이 아니라 도철이 정의를 위해, 선우가 신념을 위해 싸운다는 점에서.


사진=영화 '베테랑2' 스틸컷



류승완 감독이 영화의 서두에서 밝히듯 이번 작품의 악은, 흉악범들을 사적으로 처단한 연쇄살인마는 바로 선우다. 전편의 조태오(유아인)가 평면적이고 충동적인 빌런 그 자체였다면, 선우의 경우 나쁜 놈을 잡는 나쁜 놈인 만큼 치밀하고 한편으로 수긍하게 되는 명분을 안고 있다. 그러다 보니 마지막 응징의 단계에서 터지는 카타르시스가 씁쓸한 뒷맛을 남긴다.

류승완 감독이 포착한 사회의 초상을 녹여내면서 영화의 색깔은 무거워졌다. '베테랑2'는 현재진행형인 사회 현상을 보여주며 시스템의 취약점을 짚어내고, 우리 사회의 위치와 한계를 명확히 한다. '해치'라는 별명의 비질란테를 옹호하는 여론은 신뢰를 잃은 사법 재판과 공권력의 문제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법망을 피한 사적 단죄는 끊이지 않고, 이성을 잃은 군중은 환호하며 다음 먹잇감을 찾는다. 영화는 마녀사냥에 중독된 사회의 무기력감을 쉴 새 없이 전달한다.

이를 보여주려 영화도 다른 전략을 택했다. 생활밀착형 액션이 주를 이뤄 유머러스하고 통쾌했던 전편과 달리, '베테랑2'는 액션의 본질에 더 집중해 그야말로 '베테랑스러운' 장면들을 선보인다. 사실감 있고 속도감 넘치는 액션을 구현한 작품은 도철과 선우가 남산타워에서 처음 펼치는 작전부터 강한 전율을 일으킨다. 액션의 대가답게 추격전부터 수중전, 터널 밑 육탄전까지 맛있는 액션을 떠먹여준다. 명품 시퀀스의 향연이다. 이 속에서 귀골스럽고도 마알간 정해인표 빌런의 위력은 풍미를 높인다.


사진=영화 '베테랑2' 포스터



취향 차이가 있을 것 같다. '베테랑'은 특유의 시장바닥 싸움, 속칭 '개싸움' 퍼레이드가 맛있었다는 관객들이 열띤 성원을 보냈다. 본래 '베테랑'의 영화적 동력은 긴밀하고 생동감 있는 현장을 보여주는 것이었으니. 전형적인 범죄물의 코드를 따라가기보단 위트로 때리고 드라마로 관객들 마음에 수갑을 채웠던, 이완과 수축이 자유자재인 작품이었다.

그런데 배우들의 앙상블이 만들어내는 리듬감과 팀업 플레이를 포기하고 도철의 직업적 소명만 따라가다 보니 강점이 퇴색된다. 1편의 주부 도박단 사건을 끌고 와 오프닝을 신나게 장식하긴 했지만, 강력범죄수사대의 유쾌한 범죄 소탕 신화가 이후에는 해결사 도철과 수동적인 보조자들의 이야기로 전락하고 만다. 영화의 메시지를 보면 그게 맞지만, '베테랑' 팬으로선 조금 아쉽다.


사진=영화 '베테랑2' 메인 포스터




[미디어펜=이동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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