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석원 문화미디어 전문기자] 때 늦은 폭염이 가을로 가는 길을 막고 있는 요즘이지만, 그래도 문화계는 최성수기인 가을 준비가 한창이다. 가을은 반드시 올 것이기 때문에 가을을 채울 또 다른 인문 문화의 축제가 열린다.
문화체육관광부가 마련한 제1회 인문문화축제가 바로 그 중 하나다.
문체부는 오는 20일부터 22일까지 사흘 간 국립중앙박물관, 아르코꿈밭극장 등에서 ‘시대가 묻고 인문이 답하다’를 주제로 제1회 인문문화축제를 개최한다.
초연결 시대 속에서 느끼는 일상의 외로움, 물질적인 풍요 속에서 경험하는 내면의 공허함, 급변하는 환경에서 날로 찾기 어려워지는 삶의 방향성에 대한 고민의 해법을 문화와 예술에서 모색하고자 올해 처음으로 개최되는 것이다.
오는 20일부터 22일까지 사흘 간 국립중앙박물관, 아르코꿈밭극장 등에서 ‘시대가 묻고 인문이 답하다’를 주제로 제1회 인문문화축제를 개최한다./사진=문체부 제공
이번 축제에서는 △초연결의 시대, 고독·단절은 왜 심화되는가(우리의 안녕), △풍요로운 시대, 우리의 마음은 풍요로운가(마음 채우기), △진정 원하는 삶의 방향으로 가고 있는가(삶의 나침반)라는 3가지 소주제를 중심으로 주제별 특색에 맞는 인문 강연과 공연, 전시 등 다양한 행사를 진행한다.
20일 오후 2시 축제가 시작된다. 그 맨 처음은 국립중앙박물관 거울못 남측광장 앞의 주무대에서 열리는 멜랑콜리 댄스컴퍼니의 공연 '초인'. '초인'은 철학자 니체가 언급한 ‘초인(Übermensch)’을 현대인의 삶에 빗대어 무용으로 표현한 공연으로 불안과 고뇌가 가득한 현실을 극복하려는 현대인의 의지를 담고 있다. 이와 함께 오은 시인의 ‘내가 만드는 풍요’, 이슬아 작가의 ‘사랑과 글쓰기’, 정재찬 교수의 ‘우리가 인생이라 부르는 것들-배움에 관하여’, 정호승 시인의 ‘노래가 있는 정호승의 시 이야기’, 유기쁨 작가의 ‘일상에서 만나는 생태학 : 생명세계에서 살아가는 삼각’, ▴개그맨 고명환의 ‘후회 없는 인생을 위한 한 가지를 고른다면?’ 등의 강연이 이어진다.
이어 21일에는 △강창래 작가의 ‘초연결의 시대 진정한 연결, 즐겁고 행복한 글쓰기’, △나민애 교수의 ‘책이 깃든 삶, 나를 위한 삶’, △국립한국문학관장인 문정희 시인의 ‘나를 만날 수 있는 것은 나 뿐인가’, △이지현 널 위한 문화예술 대표의 ‘소통하는 미술의 힘 : 인간사 저변의 변화를 이끄는 동력’, △장강명 소설가의 ‘스낵 정보의 시대’, △조전환 목수의 ‘집과 집 사이, 건축물과 인간의 공존’, △한겨레신문 종교전문 기자인 조현 기자의 ‘타인은 지옥인가’, △사단법인 인문공동체 책고집 최준용 대표의 ‘인문학에서 소통과 희망을 찾는 사람들’ 등의 강연이 열린다. 권수영 교수와 김중혁 작가, 박상미 교수, 송길영 작가는 ‘지금 새로워진 우리, 안녕하신가요’라는 주제로 토론을 진행한다.
마지막 날인 22일에는 고영직 평론가의 ‘우리에게는 ‘서로’가 필요하다’,를 시작으로 온라인 독서모임 플랫폼 ‘그믐’ 김새섬 대표의 ‘나를 살린 함께 읽기’, 김용택 시인의 ‘자연이 말해주는 것을 받아쓰다’, 박준 시인의 ‘읽는다고 달라지는 일은 없겠지만’, 송주원 안무가의 ‘도시공간무용프로젝트 풍정.각’, 이정임 작가의 ‘무용한 것들의 연대’ 등의 강연을 만나볼 수 있다.
이 날 축제의 마지막은 신영준 예술감독이 연출한 공연 '부엔 카미노(Buen Camino)'로 장식한다. ‘부엔 카미노’는 스페인어로 ‘좋은 길’을 의미하며 주로 산태아고 순례길에서 누군가를 만나고 헤어질 때 자주 사용되는 인사말이다. 이 작품은 코로나19 시기에 산티아고 순례길을 떠났던 신영준 안무가의 자전적인 이야기를 바탕으로 존재의 무게와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에 대한 깊은 성찰을 풀어내며 현대인들에게 휴식과 성찰의 필요성을 전한다.
이번 축제에서는 예술과 함께 쉽고 재미있게 인문적인 경험을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체험행사도 마련된다.
박찬영 첼로 연주자와 조홍신 피아노 연주자, 한국예술종합학교 출신 청년브라스밴드가 다채로운 음악 공연을 선사하고 이치훈 케렌시아 대표는 ‘명상 수업’을 선보인다. 9월 독서의 달을 맞이해 ‘아르코문학창작기금 선정도서’ 500여 권도 누구나 즐길 수 있도록 행사장에 비치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어린이들이 쉽고 재미있게 인문을 경험하도록 ‘나만의 일기장 만들기(커스텀 북바인딩)’, ‘팝아트 인문학’ 등을 진행하는 ‘어린이 인문관’도 운영한다. 대학로 아르코꿈밭극장에서는 21일에는 박완서 작가 동화 원작 '자전거 도둑'이, 22일에는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우리는 모두 자연과 이어져 있다는 깨달음을 선사하는 '숲 이야기'가 낭독극으로 무대에 오른다. ‘말랑한 인문관’에서는 권수영 교수 등과 함께 고립, 단절이 가속화되는 시대에 사회적 관계의 회복으로 새로워질 우리를 주제로 자유롭게 의견을 나누고 소통한다.
이번 축제에는 민간 공익재단도 참여해 서울과 울산 등지에서 수준 높은 인문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대우재단은 ‘칸초니에레: 페트라르카의 사랑과 삶의 노래’와 ‘과학기술의 미래’를 주제로 강연을 진행하고, 아모레퍼시픽재단은 ‘인공지능(AI)과 인류의 미래’라는 주제로 ‘장원(粧源) 특강’을 개최하며, ‘우주리뷰상 서평공모전’을 후원한다. 또 아모레퍼시픽공감재단은 ‘룩앳미(Look at ME) 청년 마음 전시 '랜덤 다이버시티 2024 : 더 레터'를 선보이고, 포니정재단은 인공지능(AI)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을 위한 ‘인문학 가을 학교’와 ‘포니정 인문학 학술대회’를, 플라톤아카데미는 울산에 소재한 지관서가와 지역 인문공간에서 인문활동 프로그램과 대중 인문강연 프로그램을 개최한다. 그리고 한국정신문화재단은 ‘인간다움, 사회적 관계의 회복’을 주제로 토론과 고독·단절 등에 활력을 처방하는 체험행사를 운영한다.
이번에 처음으로 마련된 제1회 인문문화축제에 대해 유인촌 문체부 장관은 “과학기술 발전으로 인해 전 세계가 긴밀히 연결된 초연결 시대에 살고 있지만, 역설적으로 개인의 고독과 사회적 단절은 심화하고 있다”며 “이번 인문문화축제는 인문학적 성찰과 지혜를 통해 우리가 마주한 다양한 사회문제에 대한 답을 모색해보는 시간이 될 것이다. 다양한 문화와 예술적 경험을 통해 우리에게 필요한 삶의 방향을 고민해 보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