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중국축구협회로부터 영구제명 징계를 당한 국가대표 출신 미드필더 손준호(32, 수원FC)가 징계의 사유가 된 승부조작 가담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중국 공안의 협박에 거짓 자백을 할 수밖에 없었다며 억울함을 눈물로 호소하기도 했다.
손준호는 11일 오후 경기 수원시체육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전날 중국축구협회는 산둥 타이산에서 뛰었던 손준호가 부당한 이익을 위해 부정 거래를 하고 경기 승부 조작으로 불법적인 수익을 취했다며 평생 축구와 관련된 일을 할 수 없다고 영구제명 징계를 발표했다. 손준호가 이 징계가 억울하다며 기자회견을 통해 결백을 주장한 것이다.
손준호는 상하이 공항에서 처음 체포된 순간부터 구치소에서 어떤 조사를 받았는지를 털어놓으면서 조사 과정에서 중국 공안 측의 협박이 있었다고 폭로했다.
손준호가 중국 측으로부터 받은 징계가 부당하다며 기자회견을 열고 결백을 호소하면서 눈물을 흘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손준호는 "중국 공안이 외교부를 통해 내 아내를 체포해 내가 있던 구치소에서 같이 조사할 수도 있다고 협박했다"면서 "휴대전화 속 딸과 아들 사진을 보여주면서는 '아이들은 무슨 죄가 있냐, 엄마까지 이곳으로 오면 아이들은 어떻게 지내겠냐'며 빨리 혐의를 인정하라고 강요했다"고 주장하며 울먹였다.
손준호는 10개월이나 구금돼 있다가 풀려난 것은 거짓 자백을 했기 때문이라고도 했다. 그는 "중국 공안이 혐의를 인정하면 빨리 나갈 수 있다고 했다. 외국인이고, 외교 문제도 있고, 보석도 가능하다고 회유했다"며 "무엇인지도 모르는 혐의였지만 빨리 가족 품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말에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고 억울해했다.
손준호는 승부 조작 가담은 하지 않았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거액의 승리 수당을 받을 수 있는데 조금 더 돈을 받겠다고 승부 조작을 할 이유도 없으며 수비형 미드필더인 자신의 포지션이 승부 조작을 할 수 있는 위치도 아니라고 주장했다.
지난 3월 풀려나 국내로 돌아온 후 손준호는 자신이 왜 체포됐고 무슨 혐의로 조사를 받았는지 등에 대해 일체 함구하고 있었다. 그런데 중국 측의 징계 발표가 있지마자 이렇게 기자회견을 하고 협박당한 사실 등을 폭로한 것은 징계로 인해 선수생활을 중단할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징계의 부당함을 주장하기 위해 그간 있었던 일을 털어놓으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다만, 이날 손준호의 기자회견에서도 풀리지 않은 의혹은 남았다. 손준호는 빨리 구금에서 벗어나기 위해 승부 조작 대신 금품 수수 혐의에 대해서만 인정하라는 회유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실제 손준호는 친하게 지낸 팀 동료였던 조선족 출신 진징다오(김경도)에게 20만 위안(약 3700만원)을 받았다.
승부조작에 가담한 것으로 알려진 진징다오에게 이 돈을 받은 것에 대해 손준호는 평소 한국말이 통하는 진징다오와 친하게 지내면서 중국돈이 필요할 때 돈을 빌리는 등 금전 거래가 있었다면서, 진징다오가 운영하는 축구교실에 거액의 지원도 하고 그의 모친의 한국병원 예약 편의를 봐주기도 했다는 얘기를 했다. 돈을 받은 이유를 명확하게 설명하지는 못한 셈이다.
[미디어펜=석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