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진현우 기자]당초 더불어민주당이 추석 이전 처리를 목표로 삼았던 채상병 특검법과 김건희 여사 특검법이 추석 이후인 19일 국회 본회의 상정 수순을 밟게 됐다. 우원식 국회의장이 11일 이 같은 내용을 전격 제안하면서 분위기가 반전된 것이다.
민주당은 불만을 내비쳤고, 국민의힘은 안도하는 분위기이지만, 우 의장의 이번 중재로 양당 모두 '유의미한 결과'를 얻은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민주당은 의료대란 속 특검법을 강행한다는 프레임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 역시 여론 형성에 영향을 미치는 추석밥상에 김건희 여사 리스크가 올리지 않을 수 있다. 그런 만큼 양당 모두 결코 손해는 아니란 것이 중론이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사진 왼쪽), 박성준 민주당 원내운영수석부대표. (자료사진)/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민주당은 12일 오후 국회에서 비공개 의원총회를 열고 오는 19일 본회의에서 지역화폐법 개정안과 함께 채상병특검법, 김건희 여사 특검법을 처리하기로 했다.
전날 법사위를 통과해 본회의로 넘겨진 채상병특검법은 제3자인 대법원장이 특별검사를 추천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고 소위 '제보조작' 의혹 역시 수사대상에 포함됐다.
제보조작 의혹은 상병 순직 사건과 관련해 핵심 관계자로 지목되고 있는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구명 로비 의혹을 폭로한 공익제보자가 장경태 민주당 의원과 사전에 모의를 했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김 여사 특검법은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과 여당 공천 개입 의혹 등 8가지 의혹이 수사대상에 포함됐다.
민주당은 당초 전날 대정부질문 종료 후 3개 법안을 처리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우 의장이 의료대란 해결을 우선순위에 두면서 민주당에 추석 연휴 이후인 오는 19일에 법안 처리할 것을 요청했다.
이날 민주당 의원총회에서도 법제사법위원장인 정청래 의원이 우 의장의 중재에 항의해야 한다는 의견을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원내지도부를 포함해 대체적으로 우 의장의 중재를 받아들이는 분위기였다는 것이 민주당 측의 설명이다.
이와 함께 김 여사 특검법의 경우 공천 개입 의혹과 관련한 공소시효가 오는 10월10일 만료되는데 예상되는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와 이후 재표결 절차를 감안해도 오는 19일 처리가 무리 없다는 것이 원내지도부 입장이다.
윤종군 원내대변인은 이날 의원총회 종료 후 기자들과 만나 "(특검법을) 19일에 처리해도 (수사가) 불가능하지 않다고 보고 있다"며 "다른 이견없이 (의원들 사이에서) 동의됐다"고 밝혔다.
내부에서도 특검법 처리가 일주일 연기되는 것이 나쁜 선택이 아니었다는 해석이 나온다.
노종면 원내대변인은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본질은 아니지만 의료대란인데 또 특검법이냐는 뻔한 프레임도 무력화 했고 국회의장과의 관계에서도 긍정 효과가 훨씬 크다"며 "민주당 원내지도부(대표와 수석)의 결단에 신뢰의 박수를 보낸다"고 적었다.
반면 국민의힘은 오는 19일 본회의 역시 못 받아들이겠다는 입장이다. 당초 여야 원내지도부가 오는 26일 법안 처리를 위한 본회의에 합의했던 만큼 19일 본회의는 동의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전날 기자들과 만나 "갑자기 19일 일정 추가를 협의하도록 한 것은 유감스럽다"며 "19일 본회의 일정에 대해서는 일단 민주당과 대화해 보겠지만 우리 당(국민의힘)은 26일 본회의가 소집되는 것으로 충분하다는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자료사진)/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국민의힘 원내 관계자는 미디어펜과의 통화에서 "26일 본회의를 열기로 의장과 여야 원내지도부 모두 협의를 한 부분인데 갑자기 그걸 깨고 12일 처리로 했다가 당장 다음 주 처리로 바꾸는 것은 앞뒤가 조금 맞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 여사 특검법 등 윤 대통령 부부에 불리한 화두가 최소한 추석 밥상에는 오르지 않을 수 있게 된 만큼 국민의힘 역시 당장의 부담에서는 벗어났다는 것이 전문가의 분석이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미디어펜과의 통화에서 "민주당 입장에서는 국민 생명과 직결된 의료대란이 최대 쟁점인데 지금 특검법을 처리하게 되면 상대적으로 정권 심판론 동력이 약해질 수 있다"며 "결국 양당 모두 손해 보는 장사는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미디어펜=진현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