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규태 기자] 13일 정부와 여당이 야심차게 추진해온 여야의정 협의체가 추석 전 '개문발차'하려고 했지만 사실상 불발에 그칠 분위기다.
정부가 내세운 의료개혁의 핵심인 의대 증원 문제에 있어서 가장 결정적인 이해당사자인 의사단체가 협의체 참여에 응하지 않으면서, 협의체 출범 자체가 난항을 겪고 있다.
당정의 구성 노력에도 전국의 전공의·의대생들을 비롯해 의사단체들까지 일절 응하지 않아, 협의체의 정상적인 출범이 힘들어졌다.
국민의힘은 이날 공지를 통해 "어제와 오늘 한동훈 대표는 여야의정 협의체와 관련해 임현택 대한의사협회 회장에게 의협의 참여를 요청했지만, 아직 참여 여부를 결정하지 못했다는 답을 받았다"고 전했다.
정광재 대변인은 이날 CBS 라디오에 나와 "한동훈 대표가 (전국 전공의들을 대표하고 있는)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과 소통하고 있고 정말 읍소 수준의 이야기를 전달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조심스레 밝혔지만, 상황은 달라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전공의들의 집단 사직으로 의료대란이 가시화 되자 정부가 일반 환자에 대해 국군병원 응급실 12곳을 개방한 20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국군수도병원 응급실에서 의료진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2024.2.20 /사진=사진공동취재단
대통령실이 기존에 내세운 '2025년도 의과대학 증원 백지화는 현실적으로 불가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고, 이에 따라 의사들이 협의체에 참여할 가능성은 사실상 '제로'로 읽힐 정도다.
실제로 사태의 실마리를 쥐고 있는 의사단체인 대한의사협회(의협)·대한의학회·전국의대교수협의회·전국의대교수비상대책위원회 모두 부정적인 입장을 고수하고 있고, 전공의와 의대생을 각각 대표하는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와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 또한 어떠한 입장도 내놓지 않고 있다.
박단 비대위원장이 지난 1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전공의가 그만두면 당장 문제가 벌어지는 시스템을 만들고 유지해온 건 정부"라며 "전공의들이 불신하는 정책을 강해해 이탈을 불러온 책임은 당연히 정부에 있다"고 밝힌 것밖에 없다.
여야의정 협의체의 한 축인 더불어민주당 또한 부정적인 분위기 일색이다. 이러다가 여야의정 협의체에서 '야당'과 '의사'가 모두 빠져 출범 자체가 불발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의료계 전체를 대표하는 의사단체의 참여가 필수적이라는 입장이면서, 2025년도 의대 증원 백지화 또한 문제로 삼고 있다.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12일 기자들에게 "명실상부한 의료계 대표 참여 없는 식물 협의체 발족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며 "일단 야당을 끌어들여서 '중재자 한동훈'을 명절 밥상에 올려놓고 싶은 것 아닌가 생각된다"고 밝혔다.
강유정 민주당 원내대변인 또한 "실질적 영향력을 가진 의료 단체가 들어와야 이 갈등이 해소가 되지 않겠나"며 "대표성이 매우 부족하다면 갈등을 해결하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당정의 노력에도 의사단체가 참여하지 않은 것을 꼬집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