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견희 기자]삼성전자의 국내외 파운드리 설비투자 일정이 지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가운데 삼성전자는 세부 조정이 있을 뿐 일정대로 진행할 계획이라는 입장이다. 다만 국내의 경우 인공지능(AI) 가속화에 따라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낸드·D램 등 메모리반도체 라인을 우선하는 방향으로 갈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전경 /사진 제공=삼성전자
17일 업계에 따르면 현재 삼성전자는 국내 평택 4공장(P4)과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신규 파운드리를 건설 중이다. P4는 지난 2022년부터 착공에 들어간 삼성전자의 신규 팹이다. 페이즈(Ph)1은 낸드, 페이즈2는 파운드리, 페이즈3·4는 D램 제조라인으로 건설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계획한 파운드리 전용 클린룸 대신 D램을 생산할 수 있는 라인부터 짓기로 결정했다. 쏟아지는 D램 주문에 대응하기 위해 시설투자를 늘리겠다는 판단이다. AI 열풍에 따라 AI가속기의 성능을 강화하는 데 쓰이는 D램의 수요는 갈수록 늘고 있다. 게다가 구글이나 마이크로소프트(MS) 등 빅테크들이 AI칩 자체 개발에 나서면서 수요는 더욱 빗발칠 전망이다.
테일러 파운드리 팹도 투자 규모를 축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삼성전자는 테일러 공장 팹 페이즈1에서 올해 말부터 4나노 공정을 양산할 예정이었으나 이를 위한 투자를 축소했다. 또 본격 양산 시기를 2026년으로 미루는가 하면 4나노 대신 2나노 공정 투자를 진행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 역시도 지연될 수도 있다는 시각이 나온다. 고객사 확보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삼성전자가 무리한 투자를 단행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테일러 공장은 삼성전자가 1998년 텍사스 오스틴에 첫 미국 파운드리 공장을 완공한 이후 20여 년만에 결정한 초대형 미국 투자다.
결론적으로 파운드리에 대한 적극 투자를 늘리는 방법은 핵심 고객사를 확보하는 데 있다.
이와 관련해 엔비디아가 11일(현지시간) TSMC 이 외에 다른 파운드리에 AI 반도체 생산을 맡길 수 있다고 언급하면서 파운드리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진다.
엔비디아 창립자 젠슨 황 CEO(최고경영자)는 11일(현지시간) 미 캘리포니아 샌프란시스코에서 골드만삭스 주관으로 열린 '커뮤나코피아·테크' 콘퍼런스에서 "엔비디아는 가능한 모든 측면에서 (공급망의) 유연성과 이중화를 확보하려 노력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삼성전자가 엔비디아를 핵심 고객사로 확보한다면, 파운드리 투자에 대한 부담 수준이 덜어질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세부적인 조정이 있을 뿐 큰 틀에선 변함 없이 국내외 파운드리 투자를 이어갈 계획이다"고 말했다.
[미디어펜=김견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