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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법개정 없이 부산이전 효과 내겠다"…노조 '천막농성' 맞대응

2024-09-20 14:24 | 류준현 기자 | jhryu@mediapen.com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잠잠하듯 했던 '한국산업은행 부산이전론'이 사측의 조직개편 계획으로 또다시 부상하고 있다. 사측이 이달 말 열리는 이사회를 거쳐 일부 조직을 부산으로 이전하겠다고 노조 측에 통보한 것인데, 반발을 살 수 있는 실질적인 법 개정 대신 조직개편을 택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에 노조는 조직개편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천막농성에 돌입했다.

20일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산은 노조 지부에 따르면 노조는 전날 오후부터 여의도 산은 본점 출입구 앞에서 불법 조직개편 중단을 촉구하는 '천막 농성 투쟁'에 돌입했다. 이는 강 회장이 오는 26일 예정된 이사회에서 부산으로의 인력 이동을 포함한 '2차 부산 이전 조직개편'을 단행한다고 노조 측에 통보한 까닭이다.

김현준 산업은행 노조위원장이 지난 19일 오후부터 무기한 천막 농성 투쟁에 돌입했다./사진=산은 노조 제공



조진우 산은 노조 부위원장은 "기존 1차 이전 당시 '동남권투자금융센터'가 새로 만들어졌는데 (이번 개편으로) 센터 위에 총괄본부를 하나 만들고, 그 본부 밑에 '지역기업지원센터(가칭)'와 광주에 '호남권투자금융센터'를 만드는, 새 본부 아래 3개의 센터가 들어가는 구성을 기획해 내려가려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노조는 1차 개편에서 직원 50여명이 차출돼 부산으로 이전됐는데, 이번 개편에서도 비슷한 규모의 인력이 내려갈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강석훈 산은 회장은 취임 이후 '위기관리 대응 및 핵심산업 지원체제 구축'의 일환으로 지난 2022년 11월29일 2023년도 조직개편을 서둘러 단행한 바 있다. 

이에 국내지점 영업을 총괄하는 중소중견부문을 '지역성장부문'으로 명칭을 변경하는 한편, 부문내 네트워크지원실과 지역성장지원실을 '지역성장지원실'로 통합해 부산으로 이전시켰다. 특히 지역균형발전을 위한 정책금융 허브를 내세워 '동남권투자금융센터'를 신설했고, 해양산업금융본부 산하의 해양산업금융실을 '해양산업금융1·2실'로 확대 개편했다. 산은법을 개정하지 않았지만, 조직개편 및 인사이동을 통해 간접적으로 부산이전 효과를 낸 것이다. 

이번 2차 개편의 경우 산은 측이 공식적으로 내놓은 발표는 아니지만, 윤석열 대통령과 강 회장이 "산업은행법 개정 전에 실질적인 이전 효과를 내겠다"고 발언한 데 따른 후속 행보로 해석된다. 

지난 6월 열린 취임 2주년 간담회에서 강 회장은 "본점 부산 이전은 남부권 경제와 산업을 다시 부흥시키고 남부권을 또 하나의 성장축으로 육성하기 위해 국정과제로 추진돼왔다"며 "22대 국회 정무위원회가 구성되는 대로 정부와 함께 국회 설득을 지속해 나가되 산은법 개정 전이라도 실질적인 이전 효과를 낼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당시 강 회장은 법 개정 대신 조직개편을 추진하겠다면서, 그 대안으로 '남부권투자금융본부'와 본부 내 '호남권투자금융센터' '지역기업종합지원센터'를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계획을 두고 일각에서는 부산 등 동남권에만 집중한다는 지역감정 비판을 의식해 계획에도 없던 호남권을 반영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부산이전'이라는 대의명분을 위해 호남권도 세트로 넣었다는 것. 

더욱이 통상적인 정기인사는 7월과 1월에 단행되는데, 이번에는 수시인사 식으로 진행될 것으로 예상돼 은행 내부에서도 공분을 사고 있다는 후문이다. 

이에 노조 측은 이사회가 열리는 26일까지 농성투쟁을 이어간다는 입장이지만, 사측의 행보를 막을 수 있을지 미지수다. 이사회 멤버는 사내이사 2명(강석훈 회장, 김복규 수석부행장)과 사외이사 5명으로 구성되는데, 사외이사도 정부가 임명한 까닭이다. 반대표가 나올 가능성이 사실상 전무한 만큼, '눈 가리고 아웅'식의 절차인 셈이다.

김현준 산은 노조위원장은 "이번 조직개편은 단순히 직원 몇 명이 내려가는 문제가 아니라, 대통령이 직접 강석훈 회장에게 '법 개정 전에 법 개정 효과를 내라'고 불법을 사주한 것"이라며 "조합원들이 대통령의 ‘불법 사주’에 휘말리지 않도록 조직개편의 부당성을 적극 알리겠다"고 주장했다.

이어 "산은은 지난해 1월 이미 한 번의 부산 이전 조직개편을 겪었으나 어떤 효과가 있었는지 명확하지 않다"며 "지금도 부울경에 가장 많은 점포와 인원을 두고 있는데 또다시 조직개편을 하는 실효성이 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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