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진현우 기자]지난 2018년 9.19 남북정상회담 준비위원장을 맡았던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9.19 남북공동선언 6주년이었던 지난 19일 이른바 '남북 2국가론'을 꺼내들며 새 통일 담론을 제시한 것을 놓고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민주당 내부에서도 '서로 국가를 인정할 경우 대립과 갈등이 더욱 심화될 수 있다'는 주장과 '평화다운 평화를 추구하기 위해서는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주장이 맞서고 있어서 새로운 당내 갈등 요소로 부각될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20일 정치권에 따르면, 임 전 실장은 전날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9.19 남북공동선언 6주년 기념식에서 "현시점에서 통일 논의는 비현실적"이라며 "평화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자"고 밝혔다.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자료사진)/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임 전 실장은 "남북이 서로를 독립된 국가로 완전히 인정하고 그에 따르는 실질적인 조치들을 해 나가자"며 대한민국의 영토를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규정한 헌법 3조 개정 필요성을 역설했다.
이와 함께 "국가보안법도 폐지하고 통일부도 정리하자"며 "상대에 대한 부정과 적대가 지속되는 조건에서 통일 주장은 어떤 형태로든 상대를 복속시키겠다는 공격적 목표"이라고 강조했다.
임 전 실장의 이같은 주장에 민주당 지도부는 즉각 선을 긋는 모습이었다.
황정아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 종료 후 기자들과 만나 임 전 실장에 대한 당의 입장을 묻는 질문에 "당내 숙의를 거친 다음에 말씀드리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내부에서 '2국가론'에 대한 의견이 처음으로 나온 것은 아니다. 지난 7월 열린 전국당원대회 준비위원회 강령정책분과 1차 토론회에서 이연희 의원은 "한 민족, 두 국가에 대한 논의를 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현재 민주당 강령에는 '7.4남북공동성명, 남북기본합의서, 6.15공동선언, 10.4선언, 4.27판문점선언 및 9월 평양공동선언 등 남북 간 합의를 존중·계승하고 적극 이행한다'고 명시돼 있다.
하지만 그동안 민주당 내부에서는 '2국가론' 언급 자체가 금기시돼 온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었던 만큼 당내에서는 이번 임 전 실장의 발언에 대해 강력 반발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민주당 원내지도부 관계자는 미디어펜과의 통화에서 "이번 주장은 임 전 실장의 개인적인 주장에 불과하다"며 "오히려 국가를 전제로 할 때는 국가 간의 대립과 갈등이 오히려 더 강화될 수 있는 것 아니겠는가. 핑계라고 생각한다"고 평가 절하했다.
지난 2000년 6월 남북정상회담 성사 당시 북한 측과 비밀 협상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박지원 의원도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임 전 실장의 '두개의 한국' '통일이 아니라 평화를 지키자'는 발언은 햇볕정책과 비슷하다"면서도 "이것을 오해해 시니컬, 냉소적 접근은 안 된다"고 적었다.
반면, 사실상 당내 '2국가론'을 공론화시킨 것으로 평가받는 이연희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미중패권경쟁 구도와 러시아의 북한 개입으로 동북아에 신냉전 질서가 고착되고 있다"며 "남북이 한 세대 이상 사이 좋은 이웃국가로 교류하고 협력하며 평화롭게 지내다가 훗날 조건이 무르익었을 때 후대가 한반도의 미래를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박찬대 원내대표가 9월 20일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2024.9.20./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문재인 정부 출신 또 다른 민주당 관계자도 미디어펜과의 통화에서 "남과 북이 서로 '우리는 하나'라고 하면서 상대를 반국가 세력으로 규정하고 그 상대를 섬멸해야 되는 대상으로 여기면 결국 남과 북의 관계는 계속해서 악화될 것"이라며 "남북이 서로 일개 국가로 인정하는 가운데서 한반도의 평화를 유지하자는 것이 지극히 현실적인 주장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고 평가했다.
이런 가운데 전날 "기존 평화·통일 담론도 전면적 재검토가 필요하게 됐다"고 사실상 임 전 실장의 발언을 뒷받침했던 문재인 전 대통령은 이날 전남 호텔 현대 바이라한에서 열린 '전남 평화회의'에 참석해 "상황을 더 악화시키지 않으며 위기를 끝낼 대화에 지체없이 나서는 것이 지금 남과 북 모두가 해야 할 선택"이라고 대화의 필요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미디어펜=진현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