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연지 기자]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이 격변하는 자동차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전략적으로 협업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주로 전기차, 수소차 등 미래 모빌리티 기술 확보를 위해 손을 맞잡는 방식이다. 친환경 자동차 시장 주도권 싸움에서 물러서지 않기 위해 전략적으로 힘을 합치는 것으로 분석된다. 향후에는 완성차 업체들 간 협업 범위가 늘어나며 합종연횡에 더욱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23일 완성차 업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그룹은 지난 12일 미국 대표 완성차 기업 제너럴모터스(GM)와 포괄적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이번 협약은 승용·상용 차량, 내연 기관, 친환경 에너지, 전기 및 수소 기술의 공동 개발 및 생산 등 주요 전략 분야에서 상호 협력하는 내용이 골자다. 양사는 배터리 원자재, 철강 및 기타 소재의 통합 소싱 방안 등 다각적인 검토를 통해 협업 내용을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다.
(왼쪽부터)메리 바라 GM 회장 겸 CEO와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사진=현대차그룹 제공
전문가들은 현대차와 GM의 이번 협업에 대해 긍정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각 사의 글로벌 공장 활용, 현대차의 하이브리드 기술력, GM의 픽업트럭 기술력 등 양사의 상호 협력을 통한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현재와 미래의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최고의 결과를 도출할 수 있는 생각지도 못한 '신의 한 수'라 평가된다"면서 "전방위적인 포괄적 협력관계라는 부분이 기존 관례와 크게 다르다. 이번 협력을 통해 서로의 단점을 보완하면서 글로벌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토요타와 수소 동맹도 논의할 전망이다. 업계에 따르면 정의선 회장은 다음 달 방한하는 토요타 아키오 토요타그룹 회장과 회동할 것으로 알려졌다. 두 수장의 회동에서는 수소 생태계 구축을 중심으로 한 미래 모빌리티 전략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아키오 회장은 내달 27일 경기도 용인 에버랜드 스피드웨이에서 현대차와 토요타가 공동 개최하는 레이싱 대회 참석을 위해 방한할 예정이다.
앞서 지난 4일 현대차 호세 무뇨스 글로벌 최고운영책임자(COO) 사장과 토요타자동차를 대표하는 테츠오 오가와 TMNA 대표이사가 한미일 경제대화(TED)에서 만나 수소와 자율주행 분야를 논의한 바 있다.
최근 현대차는 수소 사회로의 조기 전환에 매진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내년 5월에는 7년 만에 국내 유일 수소연료전지차(FCEV) '넥쏘'의 신형 모델을 양산할 계획이다. 신형 넥쏘는 2.5세대 수소연료전지 시스템을 탑재할 것으로 전망되며, 1회 충전 주행거리는 현행 2세대 시스템을 탑재한 넥쏘(609㎞)보다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BMW와 토요타는 수소연료전기차를 공동 개발키로 했다. 토요타가 BMW에 수소연료전기와 수소탱크 등 핵심 부품을 공급하는 방식이다. BMW는 SUV(스포츠유틸리티차) 모델 X5를 기반으로 한 수소차 모델 'iX5 하이드로젠'을 개발 중이다. BMW는 이르면 2028년 토요타와 함께 개발한 수소 연료전지 기술이 사용된 수소차를 출시할 계획이다.
앞서 지난 6월 독일 자동차회사 폭스바겐은 미국 전기차 회사 리비안에 7조 원을 투자한다고 밝혔다. 폭스바겐의 투자로 위기 국면에 내몰렸던 리비안은 생산과 인도를 늘리기 위한 새로운 자금원을 확보할 수 있게 됐고, 폭스바겐은 리비안의 소프트웨어 및 전기차 기술에 접근할 수 있게 됐다.
이처럼 완성차업계의 '합종연횡'은 선택이 아닌 필수로 떠오르는 분위기다.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로 중심축이 옮겨가고 있는 가운데 전기차 이후의 친환경차로 떠오르는 수소차 분야까지 생존과 이득을 위한 완성차업체들의 전략적 동맹관계는 더욱 빈번해질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생존을 위해 과거의 경쟁자들과 전략적으로 협업관계를 구축하고 있다"면서 "국경을 초월한 업체 간 협업 사례가 더욱 활발하게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김연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