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가 한국투자증권의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한 가운데 이 여파가 다른 증권사, 나아가 다른 금융사들로까지 확산될 것인지 여부가 업계 관심사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무디스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에 대한 위험성을 지적한 만큼 유사한 수익구조를 가진 회사들에 대한 우려도 높은 수준에서 유지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가 한국투자증권의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한 가운데 이 여파가 다른 증권사, 나아가 다른 금융사들로까지 확산될 것인지 여부가 업계 관심사로 부상하고 있다./사진=김상문 기자
2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금융사 전반에 대한 신용등급 리스크가 부각되고 있다. 최근 소식부터 보면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지난 20일(현지시간) 한국투자증권의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또한 장기외화 선순위 무담보채권 등급 'Baa2'를 확정했다.
이번 조치에 대해 무디스 측은 "증권사 영업환경이 개선되고 있는 가운데 수익성 제고를 위한 회사의 증대된 리스크를 반영한 것"이라면서 "한국투자증권은 전통적으로 수익성이 높지만 리스크도 큰 국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과 상업용 부동산에 대한 익스포저(위험노출액)도 보유하고 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무디스 측은 "이러한 익스포저는 과거 동종업계 대비 높은 수익률을 달성하는 데 도움이 됐지만 자금 조달에 대한 부담과 위험 감수 수준을 높인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무디스는 한투증권의 자금 조달력이 약화하고 누적적으로 신용도에 하방 압력을 받고 있다는 분석도 함께 내놨다. 같은 날 미래에셋증권의 장기 외화 선순위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은 한투증권과 같은 'Baa2'를 부여했고, 등급 전망은 '안정적'을 유지했다. NH투자증권에 대해선 이보다 높은 'A3/안정적'을 유지했다.
회사별로 상황이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지만, 전반적으로 부동산PF 비중이 높은 금융사들의 신용등급 하방 압력은 상당히 강해지고 있다는 게 업계 전반의 문제의식이다. 특히 고금리 상황이 장기화되면서 가계 채무부담이 확대된 점이 국내 증권사, 나아가 한국 금융사 전반의 리스크로 자리를 잡고 있다.
국내 신용평가사들도 비슷한 지적을 내놓는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최근 내놓은 보고서에서 "중소형 증권사의 경우 PF 대손비용 추가 가능성과 수익창출력 저하가 신용도에 부담 요인이 되고 있다"면서 "일부 대형사의 수익창출력 저하도 신용도에 부담을 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윤재성 나이스신용평가 연구원은 "지난 2020년~2022년 등급 상향조정된 대형사 중 당시 수준의 수익 창출력을 시현하지 못하고 있는 곳의 회복 수준을 살펴봐야 한다"면서 "중소형사와 함께 자기자본 1조~4조원 대형사 중 BNK투자증권, iM증권, IBK투자증권, 한화투자증권, 현대차증권 등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해야 한다"면서 "저하된 수익창출력이 지속적으로 회복되지 않는다면 신용도 하향압력이 점차 커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부동산PF 파급효과에 따른 중소형 증권사들의 실적 악화는 일부 회사들에서 '숫자'로 확인된다. 지난 2분기 자기자본 3조원 미만 중소형 증권사 중 절반 수준인 6개 증권사(다올투자증권, 상상인증권, 한화투자증권, BNK투자증권, iM증권, SK증권)가 순손실을 기록했다.
이에 대해 국내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금융당국이 부동산PF 사업성 평가 기준을 강화하면서 이와 관련된 충당금 적립이 확대되자 일부 증권사들의 실적이 직접적인 타격을 입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디어펜=이원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