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유태경 기자] 국내 곤충연구의 선구자로 불리는 석주명 선생이 수집한 표본 120여 점이 90년 만에 국내로 돌아온다.
국립생물자원관은 오는 25일 일본 후쿠오카에 있는 규슈대학교로부터 석주명 선생이 1930년~40년대 한반도에서 수집한 곤충표본 120여 점을 기증받는다고 24일 밝혔다.
석주명은 한반도 전역에서 나비표본을 수집해 우리나라 나비 변이를 연구했으며, 영국 왕립아시아학회에 '한국의 동종이명 나비 목록'이라는 저서를 1939년 출간해 세계에 이름을 알린 학자이자 수많은 곤충표본을 수집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서울 국립과학관에 보관돼 있던 석주명의 표본 15만여 점은 6.25전쟁 당시 폭격 등으로 완전히 소실됐다. 그의 여동생인 석주선이 피난 시 가져온 32점의 나비표본이 국내에서는 유일하고, 이 표본들은 국가등록문화재 610호로 지정돼 있다.
생물자원관 연구진은 지난 3월 일본 규슈대 연구실에 소장된 석주명의 표본을 최초로 확인한 후, 대학 측에 여러 차례 그의 표본이 국내 곤충학계에 차지하는 의미와 기증의 필요성을 설득해 마침내 국내로 들여오게 됐다.
이번에 발견한 120여 점의 표본은 당시 일본 곤충학자와 교류가 있었던 석주명이 기증 또는 표본 교환 등의 형태로 규슈대 연구실에 전달한 것이 지금까지 남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생물자원관은 설명했다.
이번에 기증받는 표본에는 북한 고산지역에서 채집된 차일봉지옥나비와 함경산뱀눈나비 등과 같은 희귀한 종도 포함돼 있다.
생물자원관 연구진은 규슈대 연구자들과 함께 모든 표본 정보를 정리해 올해 12월 발행 예정인 생물학 전문 학술지 '저널 오브 스피시즈 리서치' 겨울호에 관련 논문을 투고했다.
생물자원관은 석주명 표본 가치를 재조명하기 위한 특별 전시와 학술회를 오는 11월 개최할 계획이다.
서민환 관장은 "석주명 선생 표본 귀환의 의미는 역사적, 학술적으로 의미 있는 귀중한 표본을 다수 입수한 것이며, 이번 기증을 계기로 규슈대 곤충 연구자들과 지속적인 교류를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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