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규 회장은 의원들의 질의에 앞서 모두 발언에서 홍명보 대표팀 감독 선임 과정과 관련한 각종 의혹에 대해 "우리가 어떤 음모를 꾸미거나 실상을 감추려고 한 것은 아니"라고 해명했다.
정 회장은 "감독 선임 건에 대해 협상 과정의 모든 것을 다 밝히고 그때그때 상세히 설명하지 못했던 것은 우리가 어떤 음모를 꾸미거나 실상을 감추기 위해서 그랬던 것은 아니었다. 불공정한 과정을 통해 특정인을 선발하기 위한 것은 더더욱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당시 자세한 설명을 적시에 하지 않은 것에 대해 정 회장은 "대표팀 감독을 선발하는 과정 자체도 충분히 보호받을 가치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면서 "앞선 협상 과정에서 조건이 맞지 않아 불발됐거나 제외된 분들의 프라이버시도 충분히 보호돼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가 축구협회장으로 일하는 동안 국가대표팀 감독을 지금의 전력강화위나 이전의 기술위 추천에 반해 뽑은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면서 "절차적 조언을 한 적은 있지만 특정인을 두고 어떻게 해야 한다고 얘기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고 덧붙였다.
정 회장과 함께 증인석에 선 홍 감독은 감독 선임 공정성 논란이 불거진 데 대해 고개를 숙이면서도 “불공정하거나 혜택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전력강화위원회가 저를 1순위로 올렸기에 감독 자리를 받았다. 2, 3순위였다면 받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하며 공정성 시비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는 정몽규 회장./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홍 감독은 이임생 이사가 자신의 집 앞에 찾아와 감독직을 부탁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부탁이라는 말은 맞지 않는다”며 “불공정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대표팀 감독으로 남은 기간 팀을 강하게 만들어서 월드컵에서 좋은 성적을 내는데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특히 홍 감독은 국회의원들의 질의를 마친 후 "다는 얘기하지 못했다. 그래도 마지막에 임오경 위원이 시간을 줘서 감사하게 얘기할 수 있었다. 다행이라고 생각한다"며 "내가 울산 HD 감독으로서 팀이 2월부터 흔들리기 시작했다. 팬들도 근조화환을 보내고 트럭 시위도 했다. 그걸 보면서 감독으로서 힘들었다. 선수는 선수대로 팀에 집중할 수 없었다. 감독이 언제 떠날지 모른다는 생각이었다. 나는 어떤 공식적 제안도 받지 않았었다. 7월에 이임생 이사와 만난 뒤 내 축구 인생 40년 중 가장 힘든 시간이 2014년 월드컵 끝난 뒤였는데…. 거기에 들어간다는 것은 다시 하고 싶지 않았다"며 심경을 토로하기도 했다.
한편 이날 질의 중 이임생 이사의 발언은 또 다른 논란이 됐다. 이 이사는 더불어민주당 조계원 의원이 "감독직을 제안한 건가, 면담이었나"고 묻자 "저는 면담을 하기 위해서 홍 감독님께 부탁을 좀 했고, 끝난 다음에 이 분이 한국 축구에 적합하다는 판단이 들어 이렇게 요청을 드렸다"고 답했다.
그러자 조 의원은 "면접에서 홍 감독이 대표팀 감독을 수 차례 맡아야 한다고 말씀드린 게 그게 면접이냐"고 되물었고 이에 이 이 이사는 "이것도 어떻게 보면 배워가는 과정인 것 같다"고 말한 것. 이에 조 의원이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감독을 선임하는 과정이 배워가는 과정이냐?"고 강하게 항의하기도 했다.
자신의 감독 선임 과정의 논란으로 인해 소집된 국회 문체위 전체회의에서 홍명보 대표팀 감독이 고개를 숙이고 있다./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세 시간이 넘는 현안 질의에서 여야의 의원들은 이구동성으로 정 회장과 홍 감독, 그리고 이 이사 등에 대해 강도 높게 질타했다.
민주당 양문석 의원은 증인으로 참석한 정 회장을 향해 "회장이 무슨 자격으로 전권 위임을 하나?"라며 "11차 회의도 불법이고, 이임생 이사가 위임받은 부분도 불법이고, 그 불법의 토대 위에서 서류 제출도 안 하고 사전 면접도 안 하고 설득을 한 홍 감독이 감독으로 선임됐다. 이거 불법인가 아닌가"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같은 당 강유정 의원은 이 이사에게 전력강화위원회 업무를 병행토록 한 것은 축구협회 정관 위반에 해당한다고 지적하면서 "동네 계모임이나 동아리만도 못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강 의원은 "홍 감독 선임 이후 열린 이사회 안건, 결정 사안 어디에도 이 이사에게 전력강화위 업무 일부를 위임한다는 내용이 없다"고 지적하면서 결의가 서류로 남아있다는 정 회장의 주장에 대해 "위증"이라고 강하게 몰아붙였다.
또 여당인 국민의힘 신동욱 의원은 "홍 감독이 최다 추천을 받은 건 아니지 않나. 최다라는 건 한 명을 말하는 것"이라며"홍 감독을 염두에 두고 한 과정이 아니라면 이렇게 할 수는 없는 것 아닌가"라고 의문을 제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