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박재훈 기자]글로벌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 현상)으로 판매량이 가라앉는 가운데 전기차 후발주자 브랜드들이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완성차 업체들이 하이브리드 모델과 라인업 다변화로 대응 중인 것과 달리 전기차에 치우친 것이 원인으로 보인다.
24일 완성차업계에 따르면 테슬라에 이어 후발주자로 거론되던 브랜드들의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올해 3분기까지 전기차 인도량이 지속적으로 예상치를 넘을 것으로 예상되는 테슬라와 달리 리비안, 루시드와 같은 브랜드들은 부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리비안은 현재 재원 조달에 어려움으로 인해 경영난을 겪고 있으며 폭스바겐그룹의 지원으로 이를 해결한다는 복안이다. 미국 투자 전문 매체 모틀리풀도 "리비안이 경영난으로 차세대 모델 R2가 생산되기 전까지는 시장에서 현금을 조달해야하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앞서 미국 상장으로 화제를 모았던 베트남의 전기차 브랜드 빈패스트도 부진을 겪고 있다. 빈패스트는 2분기 매출이 33.0% 증가했으나 순손실도 27% 늘어나면서 분기 손실 규모가 1조 원을 넘어섰다.
외신보도에 따르면 빈패스트는 성명에서 2분기 순손실이 7억7350 달러(약 1조300억 원)로 집계됐다. 손실 확대의 주된 원인은 재고 차량의 잔존 가치 감소에 따른 손상차손 인식이 꼽힌다. 빈패스트의 손상차손 규모는 1억400만 달러(약 1390억 원)로 전 분기 대비 20배 이상을 기록했다.
후발주자 브랜드들과 달리 테슬라와 중국의 BYD 등은 지속적으로 안정세를 유지했다. 이들 브랜드가 후발주자 브랜드들과 차이를 보인 점은 판매 네트워킹이 글로벌적 규모라는 것과 자체 생산 공정이 내재돼 있기 때문이다.
테슬라, 상하이 기가팩토리 전경./사진=테슬라코리아
테슬라는 글로벌 각 지역에 있는 기가팩토리를 통해 지역별 특색에 맞춰 가격을 조정하고 모델별 대응책을 내놓고 있다. 또한 배터리에서도 공급망 다변화와 자체적인 생산을 고려할 정도로 경쟁력을 구축하고 있다. 국내의 경우에도 중국 상하이 기가팩토리에서 생산되는 모델들이 수입되고 있다.
BYD도 테슬라만큼의 판매 네트워킹은 아니지만 판로 확대에 나서고 있는 대표적인 브랜드다. BYD는 중국 내수 시장 판매를 넘어 동남아시아 유럽 등에 중저가 모델을 출시해 점유율을 끌어올리고 있다. 배터리부터 차량 생산까지 자체 공정이 가능한 브랜드이기 때문에 후발주자 브랜드들 대비 강점을 가진다.
후발주자 브랜드들의 부진은 전기차에 국한된 라인업이 주 요인으로 거론된다. 전기차가 캐즘에 들어서면서 라인업 부재로 오는 타격이 타 브랜드 대비 크다는 분석이다.
전동화를 준비하는 글로벌 브랜드들은 기존 전략을 수정해 전동화를 연기하거나 징검다리 성격의 하이브리드로 상황을 타개하고 있다. 현대차그룹도 하이브리드 엔진을 개발하는 등 전동화와 발을 맞출 수 있는 전략을 함께 준비해 시장 대응에 나서고 있다.
이외에도 현대차그룹은 GM(제너럴모터스)와의 협업으로 상호 보완하면서 시장 대응에 나갈 전략을 더욱 확대하고 구체화하고 있다. 양사는 협력을 통해 승용·상용 차량, 내연 기관, 친환경 에너지, 전기 및 수소 기술의 공동 개발 및 생산 등 주요 전략 분야에서 손을 잡는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캐즘이 향후 몇 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이는데 당초 예상했던 투자에서 전략 수정이 후발 주자 브랜드들은 레거시(기존)브랜드 대비 유연하지 못한 부분이 있다"며 "시장 상황상 어느정도 손실을 감수하면서 자리를 잡아가는 와중에 각 브랜드들은 살아남으려는 노력을 이어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기존 현대차, 폭스바겐, GM 같은 큰 브랜드들은 전략 수정을 통해 기존의 라인업을 변화해 전략 수정이 가능하나 전기차 브랜드들은 테슬라처럼 포지션이 명확하지 않은 이상 힘든 시기가 이어질 것"이라고 부연했다.
[미디어펜=박재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