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상일기자] 온 가족이 모이는 민족 최대의 명절 한가위를 맞았지만, 즐거워야 할 명절이 더 외로운 이웃들이 적지 않다.
새터민 최모(48)씨는 1년에 두 번씩 찾아오는 명절이 되면 북녘에 두고 온 고향이 사무치게 그립다. 10여년전 탈북한 뒤 중국에 머물다가 2012년 그토록 그리던 한국 땅을 밟아 열심히 생활하고 있지만, 명절 연휴기간에는 외로움과 홀로 싸워야 하기 때문이다. 지자체 등에서 명절이면 잊지 않고 작은 선물을 보내주지만, 마음속 깊은 곳에 있는 외로움을 달래기에는 부족하다. 특히 북에 남은 어머니 생각이 간절하다. 자신이 어디에서 어떻게 사는지도 모르는 어머니를 생각하면 눈물부터 나온다고 했다. 최씨는 "TV에서 가족끼리 송편을 빚는 등 음식을 준비하는 모습을 보면 마음이 아프다"며 "죽기 전에 어머니를 다시 만나고 싶다"고 말했다.
10여년째 대전역 주변을 배회하는 노숙인 신모(54)씨에게도 추석은 남의 얘기다. 1남 2녀의 자녀가 있지만, 사업에 실패한 뒤 가족이 뿔뿔이 흩어졌기 때문에 지금은 어디에서 어떻게 살고 있는지 알 수 없다. 가족이 그립기는 하지만, 신씨에게는 오늘 하루 세끼를 해결하는 게 가장 시급한 문제다. 여기에 오랜 노숙생활로 건강까지 악화됐다. 자치단체와 봉사단체에서 마련해주는 공동 차례상에 절을 올리는 시간이 돌아가신 부모님을 생각하는 전부다. 신씨는 "아들과 딸을 만나고 싶지만, 이 몸으로 자녀를 만나는 게 부끄럽다"며 "내가 버린 자식들인데, 인제 와서 어떻게 찾겠느냐"고 긴 한숨을 쉬었다.
코리안드림을 안고 한국을 찾아온 외국인 노동자에게도 추석 연휴는 야속하다. 2010년 파키스탄에서 온 무하마드(33)씨는 벌써 5번째 맞는 추석이지만 쓸쓸함과 외로움은 적응이 되지 않는다. 무하마드씨는 올 추석에는 한국에서 만난 다른 외국인 노동자들과 함께 고국의 음식을 만들어 먹으며 외로움을 달래기로 했다. 추석 당일 외국인복지관에서 개최하는 '외국인 추석한마당'에도 참가할 계획이다. 무하마드씨는 "매년 추석이면 외국인복지관에서 외국인 노동자들을 위한 행사를 열어준다"며 "그곳에 가면 같은 처지에 있는 외국인 노동자들을 만날 수 있어 외로움을 덜 수 있다"고 말했다.
기차나 버스로 1∼2시간만 달려가면 그리운 부모님을 만날 수 있지만, 못 가는 사람들도 있다. 취업준비생 이모(31·여)씨는 올 추석도 학교 도서관에서 보내기로 했다. 가족과 친척들을 만나는 게 부담스러울 뿐만 아니라 그 시간에 취업 준비에 매진하는 게 낫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씨는 "연휴기간 집에 가는 것보다 열심히 공부해 하루라도 빨리 취업하는 게 부모님께 효도하는 거라고 생각한다"며 쓴웃음을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