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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항 공개매수·자사주 매입… 고려아연, 영풍·MBK '반격 카드'

2024-10-02 14:02 | 박준모 기자 | jmpark@mediapen.com
[미디어펜=박준모 기자]고려아연이 영풍과 MBK파트너스의 주식 공개매수에 대해 반격에 나섰다. 영풍정밀 대항공개매수에 나서면서 지분 확보에 나선 가운데 고려아연 자사주 매입을 통해 영풍과 MBK파트너스의 지분 확보 저지한다는 방침이다. 

법원에서도 영풍 측이 제기한 자사주 취득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하면서 고려아연에게 유리한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왼쪽)과 장형진 영풍 고문./사진=각사 제공



◆영풍정밀 공개매수로 고려아연 반격 ‘시동’

2일 업계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영풍정밀에 대한 대항공개매수를 추진한다. 영풍·MBK 측은 지난달 고려아연에 대한 주식 공개매수를 진행하면서 주요 관계사인 영풍정밀에 대한 공개매수를 동시에 진행했다. 매수 가격은 주당 2만5000원으로 최대 발행주식 총수의 43.43% 범위 내에서 주식을 매수한다고 발표했다. 

영풍 측이 보유하고 있는 영풍정밀 지분은 21.25%인 반면 고려아연 측 지분은 35.31%로 높아 경영권 확보를 위해 공개매수에 나선 것이다. 

이에 고려아연은 대항공개매수를 통해 영풍·MBK의 경영권 확보를 저지한다는 계획이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과 함께 작은아버지인 최창영 명예회장, 최창규 영풍정밀 회장이 출자해 특수목적법인 제리코파트너스를 설립했다. 

제리코파트너스는 공개매수 가격을 주단 3만 원으로 제시하면서 영풍·MBK 측의 내세운 주당 2만5000원보다 높은 가격을 설정했다. 21일까지 공개매수를 진행해 최대 25% 지분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고려아연은 공개매수를 통해 최대 60% 지분을 확보함으로써 영풍·MBK 측과의 경영권 분쟁에서 승리하고, 회사에 대한 지배력을 더욱 공고히 하고 경영 안정성을 높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한성 영풍정밀 대표이사는 2일 입장문을 통해 “투기자본과 결탁해 사익만을 추구하는 약탈적 카르텔의 공개매수에 대해 강력히 반대한다”며 “대항공개매수에 대해 주주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과 함께 적극적으로 동참해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업계 관계자는 “영풍정밀은 고려아연 지분 1.85%를 보유하고 있어 양사의 경영권 분쟁에서 캐스팅 보트 역할을 할 것으로 여겨질 만큼 중요하다”며 “고려아연 측에서 더 높은 가격을 제시하면서 영풍·MBK의 계획에도 변수가 생겼다”고 말했다. 

◆법원서 영풍 가처분 기각…자사주 매입도 속도

고려아연은 영풍정밀에 대한 대항공개매수 외에도 자사주 매입을 통해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50부는 2일 영풍이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과 박기덕·정태웅 대표, 한국투자증권을 상대로 낸 자사주 취득금지 가처분 신청에 기각 결정을 내렸다.

영풍은 지난달 고려아연에 대한 공개매수를 진행하면서 최 회장이 영풍과 특수관계자이기 때문에 공개매수 기간 중 자사주 취득을 할 수 없다며 이를 막아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제기한 바 있다. 

그러나 재판부는 영풍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영풍이 고려아연을 상대로 신주 발행 무효 소송 등을 제기한 사실 등을 고려하면 최 회장 측이 영풍의 특수관계자 지위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법원의 판단으로 인해 최 회장 측은 회사 자금을 이용해 자사주를 매입하는 방식으로 영풍·MBK 측의 공개매수에 대응할 수 있게 됐다. 

업계 내에서는 영풍·MBK 측이 주당 75만 원의 공개매수 가격을 제시한 만큼 최소 주당 80만 원 수준에 매수 가격을 설정할 것으로 보고 있다. 고라아연이 자사주 취득에 쓸 수 있는 금액도 넉넉하다. 고려아연 측의 자사주 취득 한도는 6조987억 원이다.

자사주 매입이 성공적으로 진행될 경우 영풍·MBK 측의 공개매수는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고려안 측도 공개매수를 반드시 막을 것이라며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고려아연은 이사회를 열고 공개매수를 통한 자사주 취득 및 취득한 자사주에 대한 소각 등에 대한 의결을 진행할 예정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최 회장이 이번에 공개매수를 막는다면 사모펀드 등 외부 자본을 끌어들이지 않고도 경영권을 방어한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며 “다만 영풍·MBK 측이 재차 경영권 확보에 나설 가능성이 있어 이에 대한 대응책 마련도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영풍은 법원이 고려아연의 손을 들어주자 고려아연의 ‘자사주 매입 목적 공개매수 절차중지’ 가처분 신청을 서울중앙지법에 제기했다. 고려아연의 자사주 매입 공개매수가 회사와 전체 주주의 이익을 해하는 배임행위로 관련 절차의 진행을 중지시켜 달라는 취지다.

[미디어펜=박준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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