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박재훈 기자]
중국의 전기차가 글로벌적으로 성장하면서 시장의 흐름이 바뀌고 있는 가운데 미국과 유럽 등의 선진 시장들이 조치에 나서기 시작했다.
앞서 미국은 바이든 정부 출범 이후 IRA(인플레이션 방지법)을 통해 중국 견제책의 시동을 걸었다. 이후 자동차 외에도 배터리까지 중국이 강세를 보이고 있는 산업 분야에 제동을 걸기 시작했다.
이런 양상은 유럽에서도 동일하게 흘러갔다. 탄소중립을 명분으로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보조금을 축소하겠다는 것이 이에 일환이었다.
조금씩의 디테일은 다르지만 결국 이런 행보들의 결착지는 하나다. 자국 기업들의 경쟁력을 키워주기 위함이다. 중국 견제라는 정치적인 이유도 탄소 감축을 위한 환경적인 이유의 뒷면에는 경제적인 요소도 큰 비중을 차지한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보조금 축소등의 정책들에 중국 브랜드를 노골적으로 겨냥할 수 없어 가격과 탑재된 배터리 제원등을 기준으로 삼는 모습을 보였다. 결국 피를 보게되는 것은 중국산 브랜드 뿐 아니라 캐즘의 여파로 중저가 모델들을 내놓는 다른 국가 브랜드들도 마찬가지였다.
여기서 들고나온 카드가 관세 확대다. 미국과 유럽 캐나다 등은 정책의 구체화보다 좀 더 명확한 겨냥을 시작했다. 미국과 캐나다는 기존 관세에서 중국산 전기차에 대해 확장 관세 100%로 인상해 시행에 들어간다.
유럽도 최근 확장 관세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지난달 뉴욕에서 열린 UN회의에서 유럽의 고위 관료들을 만나 해당 투표에 중국의 편을 들어달라 회담하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현재 프랑스와 독일이 상반된 입장을 내놓고 있듯 확장 관세에 대한 EU(유럽연합)의 의견은 제각각이나 중국을 견제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지난 2일(현지시간)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베를린 글로벌 대화 2024'에서 "중국 정부의 보조금이 시장 왜곡을 불러일으켰다"며 "EU 집행위원회의 결정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반면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우리 스스로를 해치는 결과를 가져와서는 안 된다"며 "EU와 중국이 협상을 지속해야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양측의 입장이 옳고 그름을 따지기 이전에 어째서 이같은 행보를 보이는가를 짚어볼 필요가 있다. 모든 이해관계는 자국 기업의 경쟁력을 위함에서 비롯된다. 현재 독일 다수의 브랜드들이 정부에 확장 관세 반대표를 던질 것을 촉구하는 이유는 사업적으로 피해를 입을 것을 우려해서다.
프랑스의 경우 중국 전기차 브랜드들이 큰 영향력을 보이고 있지 않아 미래에 있을 우려를 미연에 방지하겠다는 셈이다.
물론 관세카드를 통해 중국을 압박하는 것에는 리스크가 따른다. 무역 보복이라는 카드는 중국이 상대국가의 목을 죄는 수단 중 하나다. 하지만 그럼에도 선진 시장에서 다수의 국가들이 압박을 넣는 이유는 우선 순위에서 자국 기업, 경제 생태계를 높게 책정하기 때문이다.
이는 우리나라도 벤치마킹하고 적극적으로 제도적 수정에 들어갈 때 본받아야할 부분이다. 최근 국내 완성차 업계와 배터리가 글로벌 경쟁력을 유례없이 키우고 있는 만큼 기업을 복돋아주고 키워야하는 모멘텀이기 때문이다.
올해 초 환경부가 발표한 배터리 환경성 계수의 경우 LFP(리튬·인산·철)배터리를 탑재한 차량에 패널티를 부여하는 결정을 내렸다. 결과적으로 다른 국가들이 겪었던 실패 사례를 반복하는 꼴이다.
중국 브랜드의 침투를 방지하겠다는 저의는 세부적이지 못한 제도로 인해 다수의 브랜드들이 보조금이 축소되고 소비자들의 선택지가 적어지는 현상으로 이어졌다.
업계가 과도기를 겪고 상황이 이전에 겪어본 적이 없는 만큼 다듬어갈 필요가 있으나 무분별한 제도 적용에는 실망이 잇따랐다. 현재 국내 배터리 업계도 삼원계 배터리 외에도 LFP 배터리 양산에 열중하고 있는 상황에 안방에서도 LFP를 배제하겠다는 형국이다.
중국이 잘하고 있는 부분을 빼고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을 하자고 할 수 있는 시대는 지났다. 이제는 부끄러움이 아닌 배울 수 있는 것은 모두 배워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 또한 근본적으로 국내 기업에 힘을 주기 위해서는 미국과 유럽과 같이 강수를 두는 대담함도 배워야 한다.
결국 기업과 제도가 맞물려 잘돌아갈 수 있어야 경쟁력은 빛을 발한다. 정부는 배움의 자세와 업계의 목소리를 들어가면서 기업과 제도라는 톱니바퀴에 기름칠을 해주기를 바란다.
[미디어펜=박재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