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최인혁 기자]국민의힘의 단일대오가 4일 쌍특검법(채상병·김건희 여사) 재표결에서 무너졌다. 특히 김건희 여사 특검법에 첫 이탈표가 발생하면서 ‘김건희 리스크’에 대한 당내 불만도 고조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대통령실과 마찰음을 내고 있는 친한계가 본격적으로 반기를 들게 될 경우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정치가 붕괴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국회는 이날 오후 본회의를 개최하고 지난 2일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이 행사된 쌍특검법과 지역화폐법에 재표결을 진행했다. 무기명 표결에 부쳐진 3건의 법안은 모두 부결돼 폐기됐다. 의결정족수인 재석의원의 3분의 2 이상 찬성을 얻지 못한 탓이다.
다만 국민의힘 단일대오에 균열이 발생했다는 점은 이목을 끌었다. 개표 결과 채상병특검법은 가결 194표·부결 104표·무효 2표, 김건희 특검법은 가결 194표·부결 104표·무효 1표·기권 1표로 부결됐다. 범야권이 192석을 가지고 있는 만큼, 각각 여권에서 4표씩 이탈한 것으로 해석된다.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가운데)가 4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 참석해 윤상현 의원과 대화하고 있다. 2024.10.4/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은 표결에 앞서 의원총회를 열고 쌍특검법에 ‘부결’을 강조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특검법이 통과되면 사법 시스템이 무너진다”라며 부결에 힘을 보탰다. 윤 대통령이 한 대표의 독대 요청을 ‘패싱’함으로서 이탈표가 대거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를 불식시킨 것이다.
이어 추경호 원내대표도 “108명의 의원들이 나라를 지키는 이 대열에 한치 흔들림 없이 함께해 달라. 우리가 거대 야당의 폭거에 맞서 싸우는 것은 헌법을 지키고 나라를 지키는 일이다”라고 강조하며 부결을 당론으로 정하기도 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표 단속에 열중했음에도 이탈표를 막지 못했다. 재표결은 무기명으로 진행돼 이탈자 색출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따라서 이탈표에 대한 해석도 엇갈린다.
대통령실과 연일 마찰음을 내고 있는 친한계가 이탈표를 연출해 ‘경고’에 나섰다는 해석부터, 당내 소장파들의 움직임으로도 분석된다. 정치권에서 이탈표에 대한 해석이 다양하지만 한 대표에게 ‘호재’라는 반응은 공통적이다.
한 대표가 표 단속에 힘을 보탠 만큼 이탈표에 대한 책임에서 자유롭기 때문이다. 표 단속에 실패한 책임은 한 대표가 아닌 오로지 추 원내대표에게 있다는 것이다.
더욱이 한 대표가 부결을 촉구함으로써 친한계가 아직 행동에 나서지 않았다는 의미도 가지게 됐다. 이에 윤 대통령이 한 대표 패싱을 지속할 경우 다음 표결에서 친한계가 행동에 나설 수 있다는 압박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한 대표가 ‘배신자’라는 부담감을 해소하면서 협상력까지 갖추게 된 것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미디어펜과의 만남에서 “윤 대통령이 한 대표의 독대 만남을 무시하는 것이 어려워졌다고 봐야 한다. 한 대표가 협조하지 않는다면 대통령의 거부권은 이제 무의미하다는 것이 확인됐다”라며 “특히 한 대표는 대통령을 흔드는 것이 아니라 민심을 전달하고 있다는 최소한의 명분도 확보했다. 한 대표 입장에서 본다면 이번 이탈표 사태는 아쉬울 것이 없는 상황이라 생각한다”라고 평가했다.
[미디어펜=최인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