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류준현 기자] 국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정기예금 잔액이 올해 81조원 이상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금리 하락세 여파로 최근 은행권 정기예금 금리가 3% 초중반대로 크게 떨어진 가운데, 미국발 기준금리 인하 바람이 불면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도 가시화되고 있다. 이에 본격적인 금리 인하 전 3%대의 수익률이라도 안정적으로 확보하려는 시중 유동자금이 은행권에 대거 몰려드는 형국이다.
7일 은행권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5대 시중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930조 4713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약 9.6%(81조 1756억원) 증가했다.
국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정기예금 잔액이 올해 81조원 이상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금리 하락세 여파로 최근 은행권 정기예금 금리가 3% 초중반대로 크게 떨어진 가운데, 미국발 기준금리 인하 바람이 불면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도 가시화되고 있다. 이에 본격적인 금리 인하 전 3%대의 수익률이라도 안정적으로 확보하려는 시중 유동자금이 은행권에 대거 몰려드는 형국이다./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가장 높은 성장률을 보인 곳은 신한은행으로 약 16.5% 급증한 154조 6045억원을 기록했다. 이어 우리은행이 약 14.4% 증가한 184조 1110억원, 국민은행이 약 11.1% 증가한 200조 6922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하나은행은 약 4.4% 증가한 179조 7969억원, 농협은행은 약 2.7% 늘어난 185조 7500억원으로 집계됐다.
시중 유동자금의 은행권 예금 쏠림 현상은 수신(예적금)금리 인하 전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을 때 목돈을 묵혀두려는 심리가 강한 까닭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는 현지시간으로 지난달 18일 기준금리를 기존 연 5.25~5.50%에서 연 4.75~5.0%로 '빅컷(한 번에 기준금리를 0.5%p 인하)'을 단행했다. 연준이 금리를 인하한 건 코로나19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금리를 인하했던 지난 2020년 3월 이후 약 4년 반 만이다. 다음달 연준이 빅컷 대신 '베이비컷(한 번에 기준금리를 0.25%p 인하)'에 나설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지만, 기준금리가 추세적으로 하향 곡선을 그릴 것이라는 전망이 압도하고 있다.
이에 미국의 기준금리 추이를 따라야 하는 한국은행도 이번주 금요일(11일) 열리는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한은이 실제 금리를 인하하면 약 38개월만이다. 여느 때보다 금리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고조된 만큼, 현재보다 금리가 더 낮아지기 전에 목돈을 안정적으로 예치하려는 수요가 상당하다는 게 은행들의 시각이다.
이날 5대 시중은행이 판매 중인 만기 12개월 기준 비대면 정기예금 상품금리는 세전 연 3.35~3.75%를 형성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중하순께 정기예금 최고금리가 최고 연 3.95~4.05%에 달했던 점을 고려하면 분위기가 다소 대조적이다.
이날 기준 가장 높은 금리를 제공하는 예금상품은 농협은행의 1년 만기 상품인 'NH고향사랑기부예금'으로 최고 연 3.75%를 자랑한다. 고향사랑기부제에 참여하면 우대금리로 최고 0.7%포인트(p)를 제공하고, 공익기금을 적립하는 지역사회공헌 상품이다. 가입액은 100만원 이상부터다.
이어 우리은행이 신규 고객을 대상으로 판매 중인 '우리 첫거래우대 정기예금'도 우대금리(최대 1.0%p) 충족 시 최고 연 3.60%의 높은 금리를 제공한다. 최장 3년 만기로 5000만원까지 납입할 수 있다.
그 외 일반적인 정기예금 금리를 살펴보면 우리은행의 'WON플러스 예금'이 연 3.50%, 농협은행의 'NH올원e예금'이 연 3.41%의 금리를 각각 제공 중이다. 국민은행의 'KB Star 정기예금', 신한은행의 '쏠편한 정기예금', 하나은행의 '하나의 정기예금'은 모두 연 3.35%의 이자율을 기록했다.
다소 낮아진 예금금리에도 불구, 중장기적 수익률을 고려하면 여전히 매력적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주식·가상자산·부동산 등 주요 자산시장 투자 수익률이 최근 부진한 까닭이다.
대표적으로 주식의 경우 국내 증시가 거듭 약세를 보이면서 올해 개인투자자들의 수익률은 매우 저조한 실정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3분기(7∼9월) 개인 투자자들이 국내 증시에서 순매수를 가장 많이 한 상위 10개 종목의 주가는 평균 9% 하락했는데, 이들 중 7개가 급락했다. 대표적으로 최대 매수종목인 삼성전자의 수익률은 -24.54%에 달했다.
한 은행 관계자는 "국내외 경제 및 시장 변동성이 커지고 있는 만큼, 여유자금이나 일시 부동자금을 가진 고객들의 고민이 많을 수밖에 없다"며 "기준금리 인하가 가시화되는 만큼 조금이라도 금리 혜택을 누리려는 고객들이 당분간 은행 예금에 몰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미디어펜=류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