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견희 기자]삼성디스플레이가 차세대 유기발광다이오드(OELD) 디스플레이 경쟁력 강화를 위한 투자에 적극 나선다. 중국 업체들이 막대한 자본을 투입해 OLED 시장을 맹추격하고 있는 만큼 시장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삼성디스플레이 아산1캠퍼스 전경./사진=삼성디스플레이 제공
7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디스플레이는 베트남에 약 2조4000억 원을 들여 8.6세대 OLED 디스플레이 공장을 건설한다. 이는 지난해 4월 충남 아산에 4조1000억 원을 투입해 8.6세대 OLED 신공장을 짓는다고 발표한 지 18개월 만이다.
8.6세대 OLED 유리원장은 기존 6세대에 비해 약 2.2배 커 생산 효율성이 향상되고 가격 경쟁력도 높아진다. 삼성디스플레이는 국내에서 OLED 소자 제조 전공정을 진행하고, 모듈을 패널에 부착하고 조립하는 후공정은 베트남과 중국에서 진행하고 있다. 이번 베트남 신공장도 2026년부터 아산 공장에서 생산하는 연간 1000만 개 8.6세대 OLED 패널의 후공정을 담당할 예정이다.
국내 양대 디스플레이 기업 중 하나인 LG디스플레이는 아직 8.6세대 OLED 생산공장 건설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밝히지 않았다. 다만 올해 초 광저우 LCD 공장 매각으로 확보한 2조 원의 자금이 설비 투자로 이어질 수 있다는 가능성 정도만 거론된다. 일각에선 2022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적자가 이어지고 있는 만큼 재무구조 개선이 시급해 당장 투자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삼성디스플레이가 8.6세대 OLED 공장에 투자를 늘리는 이유는 시장 경쟁에서 우위를 공고히 하기 위함이다. 최근 중국 업체들이 막대한 자본을 투입하며 국내 기업을 맹추격하고 있는 만큼 시장 지배력을 유지하기 위한 차별화가 필요하다.
시장조사업체 DSCC는 전 세계 디스플레이 생산능력은 지난해부터 오는 2028년까지 연평균 1.4%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LCD(액정표시장치)는 연평균 1%, OLED는 연평균 4.8%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해당 기간 동안 중국이 OLED 생산능력에서 연평균 8%의 성장률을 나타낼 것으로 전망되면서 한국의 연평균 성장률 2%보다 4배 빠른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관측된다.
실제로 중국 최대 디스플레이 업체 BOE는 중국 청두에 630억 위안(약 12조 원)을 투자해 8.6세대 생산라인을 짓고 있기도 하다. 또 BOE는 중국 정부로부터 4조3400억 원의 지원금을 받은 바 있다.
중소형 OLED 시장 격차 역시 좁혀오고 있다.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중소형 OLED 시장에서는 한국이 71.6%, 중국이 27.6%의 점유율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9년 한국 90.3%, 중국 9.7%과 비교했을 때 4년만에 대략 20% 포인트를 좁혀온 것이다.
메타가 최근 공개한 AR 글라스 '오라이언'에도 중국 업체인 JBD의 레도스(LEDoS)가 탑재됐다. 레도스란 실리콘 위에 수 마이크로미터(㎛) 크기 발광다이오드(LED) 소자를 올린 초소형 디스플레이 기술이다. JBD는 현재 전 세계에서 레도스를 양산하는 유일한 업체로 평가 받는다.
업계 관계자는 "레도스를 중국 업체에서 가장 먼저 상용화하는 등 중국 기업들이 정부 지원금 등 막대한 자본금을 앞세워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높여가고 있다"며 "아직 중국 제품이 국내 기업들의 제품 품질력에 대항할 수준은 아니지만, 기술력 격차는 이전보다 상당히 좁혀졌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 디스플레이 산업 경쟁력을 공고히하기 위한 지원 방안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미디어펜=김견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