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규태 기자] 대한민국과 필리핀은 지난 1949년 수교 이래 75년 만에 처음으로 '전략적동반자관계'를 수립한다. 양국 간 공식관계 설정 자체가 최초다.
필리핀을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은 7일(현지시간)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대통령과 마닐라 대통령궁에서 정상회담을 열고, 이러한 내용을 골자로 양국 협력 강화 방안에 합의했다.
윤대통령과 마르코스 대통령은 이날 정상회담에서 이와 같이 양국 관계를 격상키로 함에 따라 방산, 국방, 경제 등 전방위로 양국 간 협력을 대폭 강화하기로 했다.
특히 대통령실은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바탄 원전' 재개를 위한 타당성 조사 MOU가 체결되어 양국 간 원전 협력이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와 관련해 윤대통령은 이날 정상회담에서 "한국이 아랍에미리트(UAE)에 이어 체코 신규 원전 건설의 우선 협상자로 선정된 만큼 필리핀과 최적의 원전 파트너가 될 수 있다"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마르코스 대통령 또한 윤대통령에게 "한국과 적극적으로 협력하기를 희망한다"고 화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석열 대통령이 7일 오전(현지시간) 필리핀 마닐라 말라카냥 대통령궁에서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필리핀 대통령과 공동언론발표를 마치며 악수하고 있다. 2024.10.7./사진=연합뉴스
대통령실에 따르면, 양국은 필리핀이 실시하는 연안 훈련에 우리 군이 참여하는 것을 포함해 국방 협력을 강화한다. 또한 필리핀이 지난 해부터 2028년까지 추진 중인 군 현대화 사업에 한국의 참여를 확대하기로 양 정상은 합의했다.
경제 분야에서는 필리핀에서의 대형 인프라 사업에 대한 한국측의 참여를 적극 추진하고 나선다.
대통령실은 이에 대해 "필리핀 정부의 '빌드 베터 모어(Build Better More·BBM)'라는 인프라 프로젝트가 대표적"이라며 "교량과 댐 등 대형 인프라 건설이 이에 따라 추진 중"이라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한국 정부는 라구나 호수 순환도로 건설, 필리핀 중부 파나이, 귀마라스, 네그로스 3개 섬을 연결하는 PGN 교량 사업에 대외경제협력기금(EDCF)에서 20억 달러(한화 2조 6900억원) 가량을 지원하는 MOU를 이날 필리핀 정부와 체결했다.
박춘섭 경제수석은 이날 현지 프레스센터에서 브리핑을 갖고 "우리 정부는 글로벌 중추국가를 목표로 EDCF 역할을 키워 1조원이 넘는 대규모 사업도 지원 가능하다"며 "필리핀 지역경제 발전을 지원하는 동시에 한국기업의 대형인프라 사업수주를 지원해 양국이 윈-윈 하는 경제 협력 성과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양 정상은 지난해 9월 서명한 한-필리핀 자유무역협정(FTA)도 조속히 발효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윤대통령과 마르코스 대통령은 이날 정상회담에서 원전을 포함한 에너지 협력, 디지털 전환, 인적 교류 활성화, 자국민 안전 강화도 주요 의제로 올려 합의했다.
한편, 윤대통령과 마르코스 대통령은 이날 북한 핵 도발을 포함한 역내 안보 현안에 대한 의견도 교환했다.
양 정상은 북한의 무모한 핵 개발과 도발, 북한과 러시아 군사 협력을 용인할 수 없다는 데 공감했고 남중국해에서 규칙 기반 해양 질서 확립, 항행과 상공 비행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해 협력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이날 현지 브리핑에서 "이번 국빈 방문을 통해 양국 관계의 새로운 도약을 기약하게 됐다"며 "양국 간 협의 사항을 충실히 이행해나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