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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단체, 노소영·김옥숙 고발…“노태우 비자금 알고도 숨겼다”

2024-10-07 17:17 | 박준모 기자 | jmpark@mediapen.com
[미디어펜=박준모 기자]시민단체가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과 노태우 전 대통령의 부인 김옥숙 여사를 검찰에 고발했다.

군사정권범죄수익 국고환수추진위원회는 7일 서울중앙지검에 “노 관장과 김 여사 등 노태우 전 대통령 일가가 ‘범죄수익은닉죄’와 ‘조세범처벌법위반죄’ 등 범죄행위를 저질렀다”며 고발장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사진=연합뉴스 제공



환수위는 고발장을 통해 “노 관장은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이 범죄수익임을 알고 있었음이 본인의 진술로 드러났다”며 “그렇다면 범죄수익의 은닉과 증식을 도모한 노 전 대통령 가족 공범에 속한다 할 수 있다”며 노 관장에 대한 검찰수사를 촉구했다.

또 “노태우 일가가 그동안 은닉해 오다가 이번에 노 관장이 스스로 세상에 공개한 것은 감춰왔던 노태우 비자금”이라며 “노 관장의 진술과 김 여사의 메모들은 노 관장을 포함한 노태우 일가가 범죄수익을 은닉해왔다는 결정적 증거라 할 수 있다. 반드시 국고로 환수해 사법정의를 실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 관장은 지난 5월 30일 서울고법 가사2부 항소심재판에서 노 전 대통령의 숨겨진 비자금 실체를 입증하는 김 여사의 육필 메모를 증거로 제출했다. 당시 노 관장은 “당사자들 사이에서 가족들만 아는 비밀로 했다.(중략) 부득이 관계 당사자들을 설득해 양해를 얻어 증거로 제출했다”고 진술한 바 있다.
 
환수위는 노 관장 등 노 전 대통령 일가는 불법 비자금 등과 같은 범죄수익을 은닉한 공범이라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법률적으로 범죄수익은 개인재산으로 인정되지 않는데 2심 재판부가 이를 고려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환수위는 고발장에서 “천문학적인 뇌물을 받아 이리저리 숨겨놓고는 돈이 없다고 잡아뗀 사람들”이라며 “노 관장이 이혼사건 1심에서 패소하자 어쩔 수 없이 공개한 비자금 메모를 증거로 인정하고 이를 근거로 승소판결을 해준 것은 국민 정서와도 맞지 않고 사회정의에 완전히 어긋나는 판결”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그 돈의 조성 경위나 불법성 여부 등은 따지지 않은 채 '선경 300억 원, 최 서방 32억 원' 등이 적힌 메모를 근거로 최 회장의 선경 주식 매수 자금에 사실상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이 포함됐음을 인정했다”며 “결국 노 관장은 최 회장과 이혼 시 아버지 노태우의 비자금을 종잣돈 삼아 수조 원대의 자산가가 되는 것인데, 법이 불법자금의 상속을 인정하는 게 과연 옳은지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성토했다. 

민법 제746조에는 불법원인급여에 대한 규정이 있는데 불법적인 돈에 대해 소송으로 그 반환을 청구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2심 재판부가 불법원인급여를 따져보지도 않고 비자금을 개인재산으로 인정하고, 범죄수익은닉이 엄연한 범죄인데도 면죄부를 준 것이나 다름없다는 게 환수위의 설명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 관장의 이혼사건 항소심 판결에서 재판부는 최 회장에게 “1조 3808억 원을 현금으로 지급하라”며 노 관장의 손을 들어줬다. 이 과정에서 재판부는 노 관장의 아버지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을 사실상 노 관장의 재산으로 인정해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재판부의 이 같은 판단근거는 노 관장이 증거로 제출한 김 여자의 메모 2개였다. 김 여사가 직접 작성했다는 이 메모에는 1998년 4월과 1999년 2월에 노태우 전 대통령이 조성한 비자금을 기재한 내용이 담겨있다. 동생인 노재우 씨 등의 이름과 함께 2억~300억 원의 숫자가 기재돼 있다. 이에 재판부는 김 여사의 메모와 50억 원짜리 약속어음 6장이 찍힌 사진 등을 근거로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이 선경그룹(현 SK) 성장의 발판이 됐다고 봤다. 

김영삼 정부 시절 전 정권 청산 차원에서 밝혀진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은 약 4500억 원이고, 이중 약 2600억 원만 추징됐다. 그 나머지 추징되지 못한 1900억 원 중 900억 원의 행방이 노 관장이 공개한 ‘김 여사 메모들’에서 드러난 것이다. 

노 관장은 300억 원이 선경(현 SK그룹)의 경영활동에 사용됐다고 주장했고, 2심 재판부는 이 돈의 현재 가치를 1조4000억 원에 이른다고 판단하고 이를 노 관장의 돈이라고 결론 내렸다. 300억 원이 1조4000억 원으로 가치가 높아진 것을 단순 대입하면 30년 전 노 전 대통령 일가가 불법으로 조성해 감춰뒀던 비자금 중 이번에 메모로 드러난 900억 원은 현재 가치로 4조 원이 넘는 셈이다.

또 환수위는 고발장에서 “김옥숙, 노소영은 노태우 전 대통령이 조성한 돈이 불법 비자금임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은닉·은폐해 조세를 포탈했고, 그 상태는 현재까지 계속 이어지고 있다”며 검찰고발에 이은 국세청 고발도 예고했다.

[미디어펜=박준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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