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견희 기자]삼성전자가 올해 3분기 연결 기준 74조 원의 매출을 내며 분기 사상 최대 기록을 썼다. 영업이익은 시장 기대치였던 10조 원을 밑도는 9조 원대를 기록하며 다소 아쉬운 성적을 냈지만, 디바이스솔루션(DS·반도체) 부문 일회성 비용인 '성과급' 등을 고려하면 비교적 선방했다는 평가다.
삼성전자가 지난 5월 미래사업기획단장 전영현 부회장을 DS부문장에 위촉했다. 사진은 전영현 부회장./사진=미디어펜
삼성전자는 연결 기준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이 9조1000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74.49% 증가한 것으로 잠정 집계했다고 8일 공시했다. 매출은 79조 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17.21% 증가했다.
매출액은 분기 사상 최대였던 2022년 1분기 77조7800억 원을 훌쩍 뛰어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삼성전자는 3분기 연속 매출 70조 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3분기 영업이익의 경우 시장 기대치보다 주춤한 모습이다. 반도체 업황이 크게 둔화했던 지난해와 비교하면 영업이익이 크게 증가했지만, 직전 분기와 비교하면 12.84% 감소했다. 증권가에선 당초 10조 원대 영업이익을 낼 것으로 관측했다.
삼성전자 DS 부문은 지난 1분기에 1조9100억 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2022년 4분기 이후 5분기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한 바 있다.
영업이익 증가세가 주춤한 데는 스마트폰과 PC 수요 부진으로 범용 D램 판매가 주춤한 영향이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또 고대역폭메모리(HBM)에서도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는 것도 크다.
일회성 비용이 증가한 점도 한몫했다. 증권가는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의 일회성 비용(성과급)과 파운드리 적자 지속, 비우호적인 환율, 재고평가손실 환입 규모 등이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관측했다.
일각에선 1조 원대의 성과급을 제외하면 직전 분기와 비슷한 수준의 영업이익을 달성했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일회성 비용을 고려하면 이번 실적이 비교적 선방한 것이라는 평가다. 일회성 비용은 임직원들에게 지급하는 성과급으로, 이번 3분기에는 내년 초 지급할 '초과이익성과급'(OPI)의 비용이 책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OPI는 소속 사업부의 실적이 연초에 세운 목표를 넘었을 때 초과 이익의 20% 한도 내에서 개인 연봉의 최대 50%까지 지급하는 삼성전자의 성과급 제도다. 올해 초 삼성전자 DS부문은 올해 영업이익 목표치를 11조5000억 원으로 정하고, 이를 달성할 경우 OPI 비율을 0∼3%로 지급할 예정이라고 했다. 지난해에는 적자 누적으로 올해 초 OPI가 0%로 책정됐었다.
삼성전자는 이날 잠정실적인 만큼 부문별 실적은 공개하지 않았다. 증권가는 DS부문이 5조3000억 원 안팎의 영업이익을 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 향후 실적 개선, HBM3E 공급 여부에 달려
삼성전자 반도체 생산라인./사진=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의 향후 실적 개선은 5세대 HBM(고대역폭메모리)인 HBM3E의 엔비디아 퀄(품질)테스트 통과 여부에 갈릴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이날 잠정실적 발표와 함께 "HBM3E의 경우 예상 대비 주요 고객사의 사업화가 지연되고 있다"고 언급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2분기 실적 발표에서 HBM3E 8단을 올해 3분기 양산해 공급하고, 12단 제품도 연내 고객사에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3분기 양산에 나선 HBM3E 8단의 경우 엔비디아가 아닌 일부 고객에게만 공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흐름 속에 올해 4분기 실적 전망 역시 뚜렷한 개선세는 없을 전망이다. SK증권은 올해 4분기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이 직전 분기 5% 증가한 10조5000억 원으로 추정했다. 매출액은 직전 분기 대비 2% 감소한 76조6000억 원으로 내다봤다.
한편 전영현 DS부문 부회장은 이날 잠정 실적 공개 후 고객과 투자자 그리고 임직원에게 사과 성명을 발표했다. 이번 잠정 실적이 시장 기대치에 미치지 못한 것과 그간 삼성전자 기술 경쟁력에 대한 우려를 인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전 부회장은 "세상에 없는 새로운 기술, 완벽한 품질 경쟁력만이 삼성전자가 재도약하는 유일한 길이라고 생각한다"며 "기술의 근원적 경쟁력을 복원하고 미래를 준비하겠다"고 다짐했다.
[미디어펜=김견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