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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민준의 골프탐험(77)-PGA투어 '반듯' 스피스와 '화끈' 스텐손

2015-09-30 09:41 | 편집국 기자 | media@mediapen.com

국내 최고의 골프칼럼니스트인 방민준 전 한국일보 논설실장의 맛깔스럽고 동양적 선(禪)철학이 담긴 칼럼을 독자들에게 배달합니다. 칼럼에 개재된 수묵화나 수채화는 필자가 직접 그린 것들로 칼럼의 운치를 더해줍니다. 주1회 선보이는 <방민준의 골프탐험>을 통해 골프의 진수와 바람직한 마음가짐, 선의 경지를 터득하기 바랍니다. [편집자 주]

   
▲ 방민준 골프칼럼니스트
방민준의 골프탐험(77)-반듯한 골프, 화끈한 골프

1천만 달러의 보너스가 걸린 PGA투어 플레이오픈 최종전(4차전)인 투어 챔피언십을 보는 시각은 각양각색일 것이다.
당대 최고의 프로 골퍼들이 일생일대의 일확천금을 노리고 펼치는 경기이니 골프의 극적인 요소들이 분수처럼 뿜어져 나오는 순간순간은 각자가 처한 골프의 수준을 떠나 놓치고 싶지 않은 순간들이다.

연간 메이저 대회를 한 데 버무려 최고 중의 최고를 가리는 대회인 PGA투어 플레이오프 페덱스컵 최종전은 프로이건 아마추어이건 가릴 것 없이 골프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놓칠 수 없는 지상 최고의 골프제전이다.

아일랜드의 로리 매킬로이(26)와 함께 타이거 우즈의 후계자로 인정받는 조던 스피스(22)의 우승이 갖는 의미는 진정 골프를 사랑하는 애호가에겐 각별하다. 골프채를 잡은 사람이라면 평생 맛볼 수 없는 감동을 안겨 주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양한 골프채를 다루는 기술, 원하는 비거리를 낼 수 있는 파워, 그린 주변과 그린 위에서 필요로 하는 섬세한 기술, 변하는 상황에 따라 요동치는 마음을 다스리는 능력, 그리고 무엇보다 골프가 제공하는 숨 막히는 긴장과 그 결과를 받아들이는 자세 등 골프의 모든 것을 보여준 투어 챔피언십에서 나는 ‘반듯한 골프’와 ‘화끈한 골프’의 전형을 발견하는 행운을 누렸다.

지난 28일(한국시간)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의 이스트 레이크 골프클럽에서 열린 PGA 투어 플레이오프 4차전이자 최종전인 투어 챔피언십 마지막 4라운드에서 조던 스피스는 ‘반듯한 골프’의 전형을, 헨릭 스텐손(스웨덴․39)은 ‘화끈한 골프’의 전형을 보여주었다.

   
▲ ‘반듯한 골프’의 전형인 조던 스피스에겐 적대감을 느낄 수 없다. 그의 플레이를 볼라치면 누군가와 경쟁을 벌이기보다는 자신과의 고고한 싸움을 벌이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동반자를 박살내겠다는 결의가 배어나오는 헨릭 스텐손의 모습과 너무나 대조적이다./삽화=방민준
1·2라운드에서 이틀 연속 선두를 달리며 유력한 우승후보로 떠올랐던 헨릭 스텐손은 3 라운드에서 불이 붙은 조던 스피스에게 1타를 뒤졌으나 여전히 강력한 우승후보였다.
그러나 마지막 라운드에서 ‘화끈한 골프’를 고집한 헨릭 스텐손은 ‘반듯한 골프’를 끝까지 지킨 조던 스피스에게 무릎을 꿇었다.

플레이오프 전에서 ‘반듯한 골프’의 조던 스피스의 출발은 미미했다. 1차전인 바클레이스와 2차전인 도이체방크 챔피언십에서 연속 컷 탈락했고 3차전인 BMW 챔피언십도 공동 13위로 통과했다.
반면 헨릭 스텐손은 바클레이스 챔피언십 2위, 도이체방크 챔피언십 2위에 이어 BMW 챔피언십 공동 10위로 2013년 투어 챔피언십 우승의 영광을 재현할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

그러나 마지막 라운드에서 1타 차이로 뒤진 헨릭 스텐손의 ‘화끈한 골프’는 조던 스피스의 ‘반듯한 골프’를 극복하는 데는 역부족이었다.
1타 차이를 좁히기는커녕 4타 차이로 벌어져 뉴질랜드 교포 대니 리(25), 저스틴 로즈(잉글랜드·35)와 함께 공동 2위에 만족해야 했다.

헨릭 스텐손의 화끈한 골프란 무엇인가.
바이킹의 후예다운 장신과 힘, 두려움 없이 달려드는 무사의 기개를 갖춘 그의 모습에서 정복자의 유전자를 발견하게 된다.

300야드를 넘나드는 장타에 굳이 드라이버를 잡지 않아도 파5 홀을 3번 우드로 2온을 시킬 수 있고 250야드 정도는 아이언샷으로 공략할 수 있는 능력, 반드시 정복하고야 말겠다는 결연한 모습, 코스에 타협하지 않고 모험을 감수하는 배짱 등이 그의 화끈한 골프의 특징으로 보인다.

‘반듯한 골프’의 전형인 조던 스피스는 어떤가.
185.4cm 83.9kg으로 작은 체구는 아니지만 헨릭 스텐손에 비하면 왜소한 편이다. 두드러진 장타도 아니고 예리한 아이언샷 구사 능력을 갖춘 것도 아니다.

그러나 그는 코스에 대해 항상 겸손함을 잃지 않는다. 코스에 도사린 위험을 지나치지 않고 페어웨이 지키는데 최선을 다한다. 동반자가 아이언샷으로 그린을 공략할 때 우드나 하이브리드 클럽을 잡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특히 그린 주변이나 그린 위에서, 즉 짧은 거리에서의 집중도가 남다르다. 파온을 해놓고도 3퍼트를 저지르는 헨릭 스텐손과 대조적이다.

무엇보다도 그에겐 적대감을 느낄 수 없다. 그의 플레이를 볼라치면 누군가와 경쟁을 벌이기보다는 자신과의 고고한 싸움을 벌이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동반자를 박살내겠다는 결의가 배어나오는 헨릭 스텐손의 모습과 너무나 대조적이다.
우승이 결정되는 순간 자폐증을 앓고 있는 여동생 엘리를 꼭 껴안는 모습에서 그의 삶 전체를 지배하고 있는 반듯한 자세를 보게 된다.

화끈한 골프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선수로 타이거 우즈, 존 댈리, 버바 왓슨, 더스틴 존슨, 리키 파울러, 카밀로 비제가스, 로리 매킬로이, 케빈 나 등을 꼽고 반듯한 골프의 대표주자로 조던 스피스 외에 제이슨 데이, 어니 엘스, 패트릭 리드, 빌 하스, 맷 쿠차, 비 제이 싱 등을 꼽는다면 납득할 수 있을지…. /방민준 골프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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