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박재훈 기자]현대자동차가 중국을 제외한 비중국 아시아 시장에서 활기를 띄고 있다. 경쟁사들이 중국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는 동안 인도와 싱가포르, 동남아 등 새로 떠오르는 블루칩 시장을 통해 경쟁력 강화에 나선 것이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현대차 인도권역본부 델리 신사옥에서 열린 타운홀미팅에서 인도권역 현지 직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현대자동차
12일 완성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세계 3대 자동차 시장으로 부상한 인도를 비롯해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 새로운 시장에서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타 글로벌 브랜드들이 중국 시장을 공략하고 있는 것과는 엄연히 다른 행보다.
현대차는 과거 중국 시장 공략을 위해 써오던 역량을 대체 시장 탐색으로 전환했다. 블루칩 시장을 선점해 새로운 전초기지로 성장시키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현대차가 새롭게 진행하고 있는 전동화와 친환경차 생산에서 싱가포르와 동남아 지역은 잠재성이 높은 시장으로도 평가받는다.
이 중 올해 가장 주목받고 있는 큰 이슈는 인도 IPO다. 현대차의 인도 IPO는 인도 증시에서 가장 큰 규모로 2785억6000만 루피(약 4조5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현대차 인도법인은 IPO를 통해 25조5000억 원의 기업가치를 지닌 것으로 평가된다.
이번 IPO는 구주매출 방식으로 진행되는데 현대차 본사가 보유하고 있는 지분 100%에서 17.5%를 외부에 판매하는 방식이다. 상장 주식 가격은 한화로 3만 원대로 형성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수요가 급증할 경우 이를 상회할 가능성도 높다.
이번 인도IPO를 통해 현대차는 세계 3대 자동차 시장으로 부상한 인도에서 영향력을 더욱 키울 수 있게 됐다. 상장을 통해 재원을 마련하고 이를 통해 현지 사업과 R&D 투자도 확대되는 순환구조가 구축될 것으로 전망된다.
싱가포르는 판매보다는 R&D 전초기지로 새로 성장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최근 싱가포르의 난양이공대학과 신에너지 부문 협력을 위한 MOU(업무협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현대차그룹은 이번 MOU를 통해 대체 에너지원 개발 및 자원순환형 수소 발전 등 친환경 밸류체인 구축을 도모한다.
현대차그룹은 앞서 싱가포르 시장 공략을 위해 싱가포르 글로벌 혁신센터(HMGICS)를 설립했다. 지난 6일 싱가포르 국토교통청 통계에 따르면 현대차와 기아의 올해 상반기 신차등록대수는 1557대로 전년 동기 대비 106% 증가했다.
신차 구입비용이 글로벌 상위권에 속하는 싱가포르에서 시장 판매량이 증가했다는 것은 싱가포르 내에서 현대차의 관심이 커졌다는 것을 방증한다. 싱가포르 정부가 친환경차 정책을 펼치는 것에 있어서도 아이오닉 시리즈를 통해 대응하고 있다. 또한 현대차는 현지 충전 사업자 17곳과 파트너십도 구축해 인프라 구축에도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3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카라왕 신산업단지(KNIC)에 위치한 HLI그린파워에서 열린 '인도네시아 EV 생태계 완성 기념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사진=현대차그룹
동남아에서 잠재성이 가장 높은 인도네시아 공략도 순차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전통적으로 일본 브랜드가 강세를 보이는 동남아 시장에서 현대차는 지속적으로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이중 인도네시아는 인력과 자원이 풍부해 전동화 전환기에 가장 선점해야하는 시장 중 하나로 꼽힌다.
현대차는LG에너지솔루션과 협업해 세운 HLI그린파워로 자체적인 배터리 공급망을 구축하는 등 전기차를 중심으로 판세를 키우고 있다. 현재차는 아세안 회원국 중 최초로 인도네시아에 완성차 공장을 지난 2022년 가동하고 있다.
올해에만 현대차는 인도네시아 공장에서 9만 대의 차량을 생산할 예정이며 연간 목표는 15만 대로 설정했다. 향후 전동화 속도를 높이기 위해 다양한 라인업의 차량들이 해당 공장에서 생산될 것으로 추정된다.
배터리부터 완성차 공장까지 이어지는 구조를 통해 현대차는 인도네시아에서 전기차 생태계를 만들고 있다. 이는 현지 공략과도 직결되는 부분이다.
업계관계자는 "현대차가 비중국 아시아 시장에서 영향력을 키우는 것은 다른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중국에 열중하고 것과 다른 행보"라며 "이미 중국 내 점유율이 하락한 만큼 보다 성장할 가능성이 높인 인도나 동남아를 선택하는 전략이 효율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해당 시장들의 성장세는 중국보다 높을 예정이고 이로 인해 현지 공략을 위해서는 선제적인 움직임이 중요할 것"이라며 "현대차가 인도 IPO를 진행하는 것도 이에 일환"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박재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