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승규 기자] 김영섭 대표 취임 이후 1년이 지난 가운데, KT가 인건비 효율화를 바탕으로 AI(인공지능) 사업 강화에 나선다. KT는 5700여명의 인력개편을 통해 사업 구조를 개선하고 AI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전략이다. 하지만 노동조합이 급진적인 인력개편에 대해 반발하며 노사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서울 광화문에 위치한 KT East 사옥 전경./사진=KT 제공
16일 업계에 따르면 KT는 지난 15일 이사회를 개최하고, KT OSP와 KT P&M(가칭)을 설립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자회사는 내년 1월 1일 법인 설립 등기 과정을 완료한다.
두 회사는 KT의 100% 자회사다. KT OSP는 선로 통신시설, 설계 시공 등을 KT P&M은 국사 내 전원시설 설계 등을 맡는다. 출자금은 각각 610억 원과 100억 원으로 알려졌다. KT OSP는 관련 직무를 담당하던 3400명(전체 4400명) KT P&M은 380명(전체 420명)을 전출 할 계획이다.
전출을 원하지 않는 직원에게는 특별 희망퇴직 신청도 받는다. 희망퇴직 접수는 오는 22일부터 다음 달 4일까지이며, 근속연수에 따라 최소 165~최대 208.3%까지 퇴직금을 지급할 계획이다.
KT는 이번 인력개편을 통해 AICT 기업으로의 전환을 가속화하겠다는 전략이다. 앞서 KT는 AI 사업 강화를 위한 '광폭행보'를 보이고 있다. 김 대표를 필두로 MS(마이크로소프트)와 협업 방안을 공개했으며, 양사는 클라우드, 보안, LLM(대형언어모델), 인재육성 등을 진행할 예정이다.
또 과도한 본사 인력을 줄여나가기 위함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KT의 본사 인력은 지난 2분기 기준 1만9830명인데, 이는 LG유플러스(1만695명), SK텔레콤(5741명)과 비교해 많은 숫자다. 이 때문에 인력개편 필요성에 대한 얘기는 이전부터 산재해 있었다.
통상적으로 많은 투자가 필요한 AI 사업 강화를 위해 비용 효율화 작업이 필요한 시기라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서지용 상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AI 중심의 기업을 지양한다면 전문 인력 증진은 필수적이고 이를 위해 비용 관리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인력개편 진행 방식이 급진적으로 일어난 것에 대한 부정적인 얘기가 나온다. KT의 노동조합인 KT노조와 KT새노조는 해당 안건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양측은 이날 각각 인력개편과 관련 반대하는 집회와 기자회견을 진행할 계획이다.
서 교수도 KT가 갑작스럽게 변화를 추진하고 급진적인 인력개편을 진행하는 탓에 직원들이 당황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서 교수는 "인력개편이 급진적으로 일어난 탓에 불시착 할 가능성이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로드맵을 만든 후 최소 5년 정도 계획을 가지고 진행을 하는 것 좋았을 것"이라며 "노사갈등이 심해져 관련 사업부에 종사하는 인력들이 대규모 파업을 하는 등 차질이 생기면 서비스 품질 하락은 불가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KT는 이와 관련 인위적이고 강압적인 인력 감축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KT 관계자는 "강압적인 구조조정이 아닌 효율화가 필요한 일부 직무 및 인력의 재배치를 추진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또 향후 인력 구조 혁신 방안에 대해 내부 구성원들과 소통을 확대하고 노조와 협의를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KT 관계자는 "고용 안정성에 대해 심도 깊게 고민해 직원 선택 기반의 직무와 인력 재배치 추진하고 합리적인 수준의 처우와 보상 및 고용연장 기회가 주어지도록 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인력개편이 네트워크 경제성을 높이기 위함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신 교수는 "회계를 분리한 후 기업 별 투자를 조정해 네트워크 경제성을 높이려는 목적인 것 같다"라고 분석했다.
[미디어펜=이승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