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준희 기자]정부가 생활숙박시설(생숙)의 오피스텔 용도변경 및 숙박업 신고 요건을 완화한다. 이행강제금 부과 또한 2027년 말까지 조건부 유예하기로 했다. 다만 신규로 분양하는 생숙에 대해서는 주거전용을 원천 차단하도록 기준을 강화한다.
정부는 16일 '생활숙박시설 합법사용 지원방안'을 발표했다./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국토교통부는 16일 보건복지부, 소방청 등 관계 중앙행정기관과 경기도, 인천광역시 등 17개 지방자치단체와 합동으로 ‘생활숙박시설 합법사용 지원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지원방안은 신규 생숙의 주거전용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는 한편 기존 생숙은 숙박업 신고, 용도변경 등을 통해 합법적으로 사용될 수 있도록 유도하고자 마련했다.
생숙은 장기체류 외국인 관광수요 증가에 대응해 2012년 공중위생관리법 시행령 개정 등을 통해 당초 취사 가능한 숙박시설로 도입됐다.
그러나 오피스텔 대비 복도폭, 주차장 면수 등 건축기준은 물론 세제, 금융, 청약규제도 완화된 기준이 적용돼 2017년부터 본격화된 집값 상승기에 사실상 주거용으로 오용되는 경우가 많았다.
이에 정부는 지난 2021년 ‘생숙 불법전용 방지대책’을 발표했으나 숙박업 미신고 물량 5만2000실, 공사 중 물량 6만실 등은 여전히 주거전용 가능성이 있는 만큼 생숙 소유자, 사업자단체 등 그간의 의견 수렴 결과를 토대로 애로요인별 맞춤형 지원방안을 마련했다.
먼저 앞으로 신규 생숙은 공중위생관리법상 숙박업 신고 기준 이상으로만 분양이 허용되도록 연내 건축법 개정안을 발의한다.
현재는 개별실 단위로 분양이 허용돼 불법 주거전용 가능성은 물론 일부 생숙의 경우 불완전 판매 논란도 제기돼왔다.
그러나 앞으로 신고 기준 이상으로만 분양하게 되면 이러한 문제가 원천 차단돼 생숙 시장이 실수요자 중심으로 재편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생숙 건설 사업자 예측 가능성 제고를 위해 개정 사항은 건축법 개정안 시행일 이후 최초 건축허가 신청분부터 적용될 예정이다.
또 생숙이 합법적으로 사용될 수 있도록 숙박업 신고 또는 용도변경 과정에서 소유자나 건설사들이 부딪치는 실질적 장애요인에 대한 맞춤형 지원을 강화한다.
개별실 소유자들의 숙박업 신고 문턱을 낮추기 위해 이번 주 중 보건복지부에서 조례개정 예시안을 시·도에 배포해 시·도 조례개정을 독려할 예정이다.
아울러 11월부터 생숙 소유자 대상 지자체 담당자 등 정보를 담은 안내문 발송, 숙박업 신고 및 운영 방법 등에 대한 설명회 개최를 통해 합법 사용을 촉진해나갈 예정이다.
그간 획일적 규제로 복도폭, 주차장 등 건축기준 충족이 어려워 사실상 용도변경이 불가능한 경우가 있었으나 앞으로는 안전, 주거환경 보호 등 당초 입법 취지를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보다 현실적이고 유연한 규제 방식이 도입될 예정이다.
우선 복도폭의 경우 이번 지원방안 발표 이전에 최초 건축허가를 신청한 생숙은 피난·방화설비 등을 보강해 주거시설 수준의 화재 안전성능을 인정받을 경우 오피스텔로 용도변경이 허용된다.
주차장의 경우 내부 주차공간 확장이 어려운 경우 각 여건에 따라 다양한 대안이 제공된다. 인근 부지 확보가 가능한 경우 외부 주차장 설치, 자체적으로 주차장 확보가 불가능한 경우 지자체에 상응 비용 납부, 지역 여건상 주차장이 필요 없는 경우 등은 지자체 조례 개정을 통한 주차기준 완화 등이다.
지자체가 수립한 지구단위계획에 의해 오피스텔 입지가 불가능한 지역은 기부채납 방식 등을 통해 오피스텔 입지가 가능하도록 지구단위계획 변경을 적극 검토한다.
일례로 서울시 마곡 르웨스트는 200억 원 규모 기부채납(소유자 분담)을 병행하며 해당 지역에 오피스텔 입지가 가능하도록 지난 8월 지구단위계획을 변경한 바 있다.
이번 지원방안 발표 이전에 최초 건축허가를 신청한 생숙을 오피스텔로 전환하는 경우 오피스텔 전용 출입구 설치를 면제할 수 있도록 하고 전용면적 산정 시 안목치수를 적용하지 않는다. 다만 관련 사항을 건축물대장에 명기하도록 ‘오피스텔 건축기준’을 개정한다.
안목치수란 전용면적을 실제 사용면적에 가깝게 벽 안쪽을 기준으로 계산한 수치를 말한다.
각 지자체는 용도변경 과정에서 기존 용도변경 생숙 소유자 및 준법 소유자와 형평성 논란이 발생하지 않도록 지구단위계획 변경(기부채납) 또는 복도폭(안전성능 보강), 주차장 기준(주차장 확보 또는 비용 부담) 충족 과정에서 용도변경 신청자들이 적정 비용을 부담하도록 유도해나갈 계획이다.
각 지자체는 11월 말까지 지자체별로 미신고 생숙 물량 규모에 따라 국토부가 배포한 가이드라인을 기초로 생숙 지원센터를 설치하거나 전담 인력을 지정해야 한다.
생숙 지원센터는 생숙 소유자 및 사업자 대상 지자체별 생숙 정책방향 안내, 숙박업 신고 및 용도변경 컨설팅, 주민협의체 운영 지원 등을 통해 합법 사용을 유도해나갈 계획이다.
아울러 관계법령·조례 개정에 소요되는 시간 등을 고려해 내년 9월까지 관할 지자체 생숙 지원센터나 담당자를 통해 숙박업 신고 예비신청 또는 용도변경을 신청한 소유자에 대해서는 2027년 말까지 이행강제금 부과 절차 개시를 유예할 예정이다.
정부는 이번에 발표한 생숙 합법사용 지원방안 후속 조치를 위해 국토부·복지부·지자체 등으로 구성된 관계기관 협의체를 통해 신속한 법령 개정과 지자체별 생숙 지원센터 설치·운영 상황을 주기적으로 점검해나갈 예정이다.
장우철 국토부 건축정책관은 “이번 대책으로 복도폭, 주차장 등 실질적 장애요인에 대한 보다 유연하고 다양한 규제 방식이 도입됨에 따라 안전, 주거환경, 형평성 등 사회적 가치를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생숙 소유자들이 현실적으로 감내할 수 있는 비용으로 합법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고 말했다.
이어 “지자체는 배포된 생숙 가이드라인에 따라 입지(주거·상업·관광), 지역별 수급(숙박시설, 오피스텔 등), 교통 및 주차(역세권․교외) 여건, 도시발전방향 및 지구단위계획 특성(관광리조트지구 등), 개별 생숙별 숙박업 신고 및 용도변경 요건 충족 정도 등을 감안한 장애요인별 맞춤형 지원방안을 신속히 마련해 안내해줄 것”을 당부했다.
또 “아직까지 숙박업 신고를 하지 않은 생숙 소유자께서는 이행강제금 부과 유예가 종료되기 전에 관할 지자체 생숙 지원센터를 찾아 숙박업 신고 또는 오피스텔 용도변경을 신청하는 등 지자체와 적극 협의해주시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미디어펜=김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