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견희 기자]LG그룹이 차세대 먹거리로 낙점하고 육성 중인 '구광모표 ABC(인공지능·바이오·클린테크)' 사업 중 'B'에 해당하는 바이오 투자에 대한 포트폴리오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25일 경기도 이천 LG인화원에서 열린 사장단 워크숍에 참석한 구광모 LG 대표(가운데),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왼쪽), 권봉석 LG COO 부회장./사진=LG그룹 제공
17일 업계에 따르면 LG그룹은 최근 메딕 프리 시리즈A 라운드 투자에 참여했다. 투자 금액은 500만 달러(약 70억 원)다. 메딕은 수 백만 개의 바이오마커와 약물 상호작용을 분석해 식약 개발 가능성을 끌어올리는 플랫폼을 보유한 바이오 기업이다.
메딕이 자체 개발한 플랫폼을 활용할 시 제약사 입장에선 신약 개발 기간 단축은 물론 비용 절감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다. 이러한 이유에서 글로벌 제약사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BMS)도 메딕의 바이오마커 분석 플랫폼을 이용하고 있다.
LG그룹 역시 이번 투자를 통해 자회사 LG화학의 항암제 신약 개발에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LG그룹의 제약·바이오 사업은 LG화학의 생명과학본부가 담당하며, 항암 신약과 세포치료제를 중심으로 연구개발을 진행 중이다.
실제로 LG화학은 지난해 매출액의 31.7%인 3750억 원을 연구개발에 투입하며 신약 개발 의지를 높이고 있다. LG그룹 관계자는 "메딕의 자체 개발 플랫폼이 LG화학의 항암제 신약 연구개발에 시너지 효과를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투자뿐만 아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대표이사)은 일찍부터 바이오 시장 유망성에 주목하고 꾸준한 투자를 이어왔다. 앞서 인수한 아베오도 구 대표의 바이오 사업 포트폴리오 확대 뜻에 따라 인수한 기업이다.
LG화학은 지난 2022년 항암 시장에서 특화된 핵심 역량과 전문성을 보유한 미국 제약사 아베오 파마슈티컬스를 약 8000억 원에 인수했다. 거액을 들여 아베오를 인수한 것은 제약·바이오 산업을 주도하는 미국 시장에서 국내 기업이 자리잡기 위한 결정이었을 것으로 풀이된다.
또 아베오를 통해 미국 현지 상업화 역량을 강화하려는 전략도 포함된 것으로 분석된다. LG그룹 관계자는 "아베오를 통해 혁신 신약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미국 시장 진출을 가속화하고 있다"며 "2030년까지 글로벌 톱티어 제약사 도약을 목표로 한다"고 설명했다.
꾸준한 바이오 투자를 이어온 결과 LG화학은 최근 자체 개발한 면역항암제(LB-LR1109)에 대한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임상시험 승인을 받기도 했다. 또 올해 초에는 글로벌 제약사 리듬파마슈티컬스와 희귀비만증 치료제(LB54640)의 개발·판매 권리를 이전하는 로열티 계약도 맺었다.
구 회장은 현장을 발로 뛰며 바이오 사업을 챙기고 있기도 하다. 그는 지난해 8월 미국 LG화학 생명과학본부 보스턴 법인과 아베오, 캐나다 토론토 LG전자 랩에 들러 바이오 분야 육성 전략을 점검하고 사업 현황을 꼼꼼히 살피기도 했다.
미국 출장 이후 구 회장은 "LG의 바이오 사업이 지금은 비록 작은 씨앗이지만 꺾임 없이 노력하고 도전해 나간다면 LG를 대표하는 미래 거목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언급하면서 바이오 사업에 대한 각별한 관심을 나타내기도 했다.
그의 거침없는 드라이브에 외신도 주목하고 있다. 미국 타임지는 최근 10월호를 통해 "LG가 ABC 분야에서 도전을 지속하고 주력사업 체질 개선과 사업 포트폴리오 고도화로 도약을 실행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한편 LG화학의 올해 3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는 5626억 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직전 분기 영업이익 4059억 원 대비 38.6% 증가한 금액이다.
[미디어펜=김견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