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다빈 기자]서울 성동구 성수동 일대 팝업스토어 열풍이 뜨겁다. 특히 패션‧뷰티 기업들이 경험을 중시하는 젊은 소비자들을 공략하기 위해 브랜드 정체성을 담은 팝업스토어를 앞다퉈 오픈하고 있다. 하루에도 수십개의 팝업이 해당 지역 일대를 채우며 일각에서는 획일적인 기획이 아닌 차별화된 마케팅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휠라플러스 무신사 엠프티 팝업스토어./사진=휠라 제공
22일 업게에 따르면 휠라, 삼성물산 준지, 애경산업 등 패션 뷰티 업체들이 성수동에 새로운 컬렉션을 선보이거나 브랜드 아카이브를 전시하는 팝업스토어를 열고 있다.
휠라는 올해 초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레브 탄주(Lev Tanju)와 손잡고 선보인 새로운 라인 휠라플러스(FILA+)를 국내에 공식 출시하며 서울 '무신사 엠프티 성수'에서 팝업스토어를 선보이고 있다. FILA+ 로고는 휠라의 기존 로고에 이탈리아 국기 컬러에서 영감을 받은 그린과 밝은 레드 컬러를 재해석한 디자인으로 선보여 이를 이번 팝업에 반영했다.
건물 전면이 휠라의 상징적인 F 박스 로고와 FILA+ 브랜드 색상인 그린, 화이트, 레드로 장식돼 브랜드의 이탈리아 헤리티지를 표현했다. 미국 뉴욕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사진 작가 라이언 맥긴리(Ryan McGinley)가 촬영한 캠페인 이미지도 팝업에서 함께 공개됐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글로벌 브랜드 준지(JUUN.J)는 복합문화공간 스테이지35 성수에서 팝업스토어를 열고 내달 10일까지 운영 중이다. 준지는 이번 팝업스토어 컨셉을 몬스터버스(Monsterverse; Monster+Universe)로 잡았다. 각자가 꿈꾸는 몬스터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으로 시작해 내면의 다채로움을 상징하는 큐브라는 오브제로 다양한 정체성이 모인 새로운 우주를 발견한다는 의미가 담았다.
이번 팝업은 젊은 층이 선호할만한 아이템들로 캡슐 라인을 구성, 스페셜 에디션으로 선보였다. 시그니처 백인 ‘준지 몬스터백’은 보다 정제된 실루엣과 다양한 소재 및 컬러가 적용돼 커머셜 버전으로 선보였다. 이번 성수 스페셜 에디션의 레더 탬버린백, 나일론 스퀘어백/호보백, 반달 모양과 은은한 광택의 에나멜 소재로 만든 미니 레더백 등이 대표 상품이다.
신영와코루 비너스도 브랜드 탄생 70주년을 맞아 성수동 프라이빗 소극장 ‘무비랜드’에 팝업스토어를 오픈했다. 이번 팝업스토어는 브랜드의 헤리티지를 영화 이야기로 풀어내며 관람객이 예술적 경험을 통해 브랜드를 체험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사랑의 형태들’을 주제로 무료 영화제가 열리며 비너스의 70년 역사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는 아카이브 전시와 함께 다양한 체험형 콘텐츠를 따로 즐길 수 있다.
애경산업의 ‘AGE20’S'와 메이크업 전문 브랜드 ‘루나’도 베이컨트 성수에서 팝업스토어를 운영한다. 팝업스토어는 ‘WORLD STAGE FOR BEAUTY’를 콘셉트로 AGE20’S만의 브랜드 스토리를 공유하는 공간으로 구성했다. ‘AGE20’S 에센스 팩트’만의 눈에 보이는 에센스와 정교한 라떼 아트를 체험할 수 있고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통해 한국, 중국, 일본, 베트남, 미국 등 각 국가에서 판매하고 있는 에센스 팩트를 한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다.
성수동 '팝업 투어'는 취미 생활의 하나처럼 MZ들의 즐길거리로 자리잡았다. 성수동 로컬 매거진 '성수바이블'에 따르면 이번 주(10월 21일~10월 27일)에만 성수동에서 크고 작은 팝업이 총 46개 열린다. 이중 인기 팝업스토어의 경우 현장 대기를 신청하고도 1~2시간 기다려야 입장이 가능할 정도로 인기가 식을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이렇다 보니 팝업 마케팅이 장기화 될수록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피로감이 나올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일반적인 팝업스토어의 포토존, 쇼룸, 굿즈샵 등의 일률적인 구성에 팝업 경험이 많은 소비자들은 쉽게 질릴 수 있다는 설명이다. 브랜드 정체성이 담긴 컨텐츠를 내세워 매주 수십개씩 열리는 팝업과 차별화 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다.
팝업스토어가 지향점의 진정성이 평가받기도 한다. '가치소비'를 추구하는 소비자들이 많아지며 환경과 기후를 주제로 한 팝업도 인기를 끌고 있는데 오히려 팝업스토어 철거시 발생하는 폐기물 문제에 대한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팝업스토어를 조성하는데 쓰인 플라스틱, 목재 등이 행사 기간이 끝나면 빠르게 철거되며 실제로 환경부에 따르면 팝업스토어 폐기물을 포함한 전국 사업장 일반폐기물이 2022년 8106만 톤으로 2017년 6018만 톤에서 5년 사이 35% 늘었다.
업계 관계자는 "젊은 소비자들의 팝업 경험이 많아지면서 팝업스토어를 보는 잣대도 까다로워 지고 있다"며 "단순히 '인증샷'을 찍고 가는 경험에서 나아가 브랜드의 지향점을 살펴보고 경험해보는 차별화된 경험이 있어야 실제 소비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미디어펜=이다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