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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태우 불법 비자금’ 조사 미루는 강민수 국세청장…“반발 움직임 확산”

2024-10-25 09:24 | 박준모 기자 | jmpark@mediapen.com
[미디어펜=박준모 기자]강민수 국세청장이 노태우 전 대통령 비자금에 대해 조사를 늦추는 듯한 발언을 하면서 이에 대한 반발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한 시민단체는 노태우 비자금 관련 조사가 늦어질 경우 물리적인 행동 절차에 돌입한다는 의지까지 내비치고 있다. 일각에서는 강 국세청장이 불법 비자금을 개인 재산으로 판단했다며 직무유기라는 견해까지 나온다. 

강민수 국세청장이 16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의원들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25일 업계에 따르면 강민수 국세청장은 최근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노태우 비자금 의혹을 조사해야 한다’는 지적에 대해 “지금 과세를 해도 지켜낼 수 없다”며 “3심에서 확정돼야만 움직일 수 있다”고 말했다. 

강 청장은 “세무조사나 검증을 하는 입장에서는 기존 재판, 검찰 수사가 있는 상황에서 원칙적으로 그 부분이 확정되고 난 다음에 하는 게 맞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며 “사실관계 확정이나 부과제척기간 특례와 같은 법적 요건을 검토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지난 7월 강민수 국세청장이 후보자일 때 인사청문회에서 한 발언과는 대조적이다. 김영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당시 “12·12 군사반란 쿠데타의 성공으로 이뤄진 이른바 불법 정치자금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을 했다. 

이에 대해 강 국세청장은 “불법 정치자금이 시효가 남아있고 만약에 그게 확인만 된다면 당연히 과세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하면서 과세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하지만 불과 3개월 만에 노태우 비자금 조사에서 한발 물러난 모습이다. 

노태우 비자금은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소송 과정에서 수면 위로 드러나게 됐다. 1심 재판부는 최 회장이 노 관장에서 재산분할로 665억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는데 노 관장이 이에 반발하면서 들고 나온 것이 김옥숙 메모다. 

이 메모에는 선경(현 SK) 300억, 최 서방 32억 원 등 총 904억 원의 비자금 내역이 적혀있었다. 2심 재판부는 이를 증거로 채택하고 최 회장이 재산분할로 1조3808억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을 내렸다. 

노 관장은 이 메모를 통해 대규모의 재산분할 판결을 받았지만 그동안 은닉돼 있던 노태우 비자금이 드러나면서 이에 대한 조사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이 4600억 원에 달하는 비자금을 조성했지만, 이 가운데 약 2700억 원 정도만 추징되고 나머지 1900억 원에 대해서는 환수되지 않았다. 

이 메모를 통해 비자금 900억 원이 드러난 만큼 신속하게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강 국세청장은 3심 판결 이후에 조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이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먼저 3심 판결이 나오기까지 상당 기간이 걸릴 수 있다는 점에서 조사가 늦어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이혼소송 상고심은 다음 달 초 심리 속행 여부가 결정된다. 통상 이혼소송 상고심에서는 심리불속행 기각 비율이 높지만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소송은 재산분할 규모가 크고, 노태우 비자금과도 연결돼 있어 심리가 속행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심리가 속행될 경우 최종 판결까지 수년이 걸릴 수도 있어 관세청의 비자금 관련 조사도 그만큼 지연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시민단체에서도 비판에 나섰다. 군사정권범죄수익 국고환수추진위원회는 지난 14일 김 여사와 노 관장을 불법 증여로 국세청에 고발했는데 조사를 촉구하고 나섰다. 

환수위 관계자는 “불법 증여에 대한 조사는 대법원 판결과는 별개로 이뤄져야 한다”며 “불법 비자금에 대한 수사와 조사는 빠를수록 좋다”고 말했다. 

이어 “노 관장을 소환해서 직접 조사를 진행해야 하며, 소명자료를 받을 것이 있으면 받아서 빠른 수사를 해야 한다”며 “이런 과정이 늦어지면 물리적인 행동절차에 돌입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일부에서는 국세청장이 불법 비자금을 노소영 관장 가족의 재산으로 인정한 것 아니냐는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 친일파 재산환수와 불법 비자금은 시효를 없애야 한다는 정치권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는 상황이다. 통수권자가 권력을 이용해 국민의 돈을 탈취한 사례이기 때문에 절대로 미뤄서는 안된다는 주장이다. 

특히 조사를 늦추면 소송 당사자 중 한 명은 막대한 부의 피해를 입을 수도 있는 상황이다. 나중에 불법 비자금을 환수하더라도 노소영 관장은 수십 배의 부를 축적하는 상황이다. 이런 이유로 일각에서는 강 국세청장에 대해 직무유기라는 의견도 나온다. 

한 재계 관계자는 “노 관장이 직접 불법 비자금을 들고 나왔는데도 조사와 수사를 하지 않는다면 명백한 직무유기”라며 “노태우 일가에서 차명회사를 통해 부동산 투자에 비자금 활용한 정황도 나온 만큼 빠르게 조치를 취해야 한다. 미룰 일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미디어펜=박준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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