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상일 기자]'성완종 리스트'에 연루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완구 전 국무총리(65)가 2일 재판에 처음으로 출석해 거듭 결백을 호소했다.
▲ 사진=연합뉴스 TV 캡처 |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장준현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첫 공판에서 모두발언을 자청한 그는 "모든 것을 떠나서 고인(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명복을 빈다"고 운을 뗐다.
이 전 총리는 이어 "오늘은 개인 이완구로서, 명예와 자존심에 상처받은 40년 공직자로서 심경의 일단을 말씀드리고자 한다"며 준비해온 글을 읽었다.
그는 "찬찬히 돌이켜보면 3월 총리 담화 등에서 해외 자원개발 투자 등에 투입된 금액이 국가적인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로 강력한 대책을 마련하라고 주문했는데 때마침 검찰의 자원개발 수사와 맞물렸다"며 "고인이 구명운동 중 저의 원칙적인 답변에 섭섭함을 가졌으리라 짐작해봤다"고 말했다.
이어 "고인이 마지막에 남긴 '총리가 사정을 주도했다'는 말은 이것을 뒷받침하고 있지 않나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검찰 수사 초기 금품 전달 방법으로 알려졌던 '비타500' 상자에 관해 "(성 전 회장의) 비서진이 인터뷰 등으로 국민이 이를 사실로 믿게 만들고 패러디까지 등장했으나, '비타500'은 애당초 등장하지도 않았던 것"이라며 "수사기록 어디에도 문제의 비타500은 나오지 않았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또 "많은 사람이 오가는 선거사무실 문을 두드리고 금품을 전달했다는 걸 상식적으로, 경험칙상으로 어느 누가 받아들일 수 있겠나. 검찰은 진실을 밝히는 공익의 대표자로서 엄중함이 있어야 한다. 이 세상에서 진실을 이기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며 검찰의 기소를 비판했다.
그는 법정에 들어서기 전 기자들과 만나 지난 5월15일 이후의 칩거 기간 중 무슨 생각을 했는지 질문을 받자 "진실을 밝히기 위해 여러가지 생각을 했다"고 답했다. 사건 당일 성 전 회장을 만났는지를 묻는 말에는 "법정에서 말하겠다"며 즉답을 피했다.
법정에 들어선 그는 자신을 보려고 방청석을 가득 메운 50여명의 지지자들에게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 악수를 하기도 했다.
이 전 총리는 2013년 4월4일 오후 5시께 충남 부여군 선거사무실에서 성 전 회장으로부터 상자에 포장된 현금 3000만원이 든 쇼핑백을 건네받은 혐의로 올해 7월 불구속 기소됐다.